매일 같은 음식을 먹을 수는 있어도 매일 같은 풍경을 보는 건....힘들다. 온몸이 거부한다. 흙길이 있는 생태공원 산책로, 도서관 가는 길에 만나는 탱자나무와 배나무밭, 도심지 백화점까지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가능하고 송도 센트럴 파크까지도 가보진 않았지만 2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이 길은 단순하고 도로 옆이라 마음이 당기지 않는다. 이럴 때 마음을 당기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도 전등사. 시내버스 - 지하철 - 버스...이렇게 갈아타도 환승덕택에 요금은 미국의 교통요금의 1/10 정도밖에 들지 않을까 싶다.(맞나?) 하여튼 강화도까지 산책 범위에 넣는다.
전등사를 둘러싼 정족산성에 오르면 강화도 일대가 발밑에 펼쳐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언제 봐도 눈이 시원하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산성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장소. 볕이 잘 들고 전망도 좋고 잔디도 예쁘다.
고고하게 서있는 소나무, 홀로 서있는데도 지난 태풍에 무사했다. 바로 옆에는 뿌리 뽑힌 소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홀로 걷는 이 길. 아무도 없는 길. 사람 하나 안 보여 무섭고, 사람을 만나도 무서운 길이지만, 혼자 거닐긴 아까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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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추가: 사진을 휴대폰에서 이메일로 보내면 꼭 오류가 나서 제 때에 다운로드를 할 수 없다. 원인을 찾고 있는데 금년이 다가도록 찾을 수 있을라나.
제법 가파른 길이라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움직이는 나비를 찍는 노하우는 없을까?
전등사 초입에서 두 청년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방향을 잡고 있다. 외국인인가 싶어 내심 영어 한번 써먹어야지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가까이 보니 덩치 큰 20대 중후반 우리나라 청년들이다. 방향을 알려주니 뒤에서 따라오는데 가파른 길이 힘든지 발걸음이 더디다. 대웅전에 들어가 인사를 하고 나오다 이 청년들과 다시 마주쳤다. 마침 대웅전이 보수중이라 안타까움을 전해주면서 삼랑성(정족산성)에 올라야 진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거라고, 원한다면 내가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20대 청년들이 절에 온 것 자체가 기특하고, 인상도 순하디 순하게 생겨서 내 딴엔 용기를 내서 말해본 것이다.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 걸로 봐서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는 게 분명한 약골들 같다. 내 제안에, 땀 좀 식히며 그냥 경내를 둘러보리라며 조심스럽게 사양을 하면서도 공손하게 고개 숙이며 고마워한다. 그러면서 나더러 "걸음이 빠르시네요." 한다. 너희들 겁먹었구나. 내 걸음을 못 따라올까봐. 아니 머리 희끗한 할머니(너희들 눈에는 분명)가 무슨 재미가 있겠니. 저 산성은 혼자 오르면 심심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