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센터에서 6살 된 시츄 믹스견을 입양했다.

 

 

 

 

이 녀석은 살아온 내력이 만만찮다. 태생이 불투명하고 여러 해에 걸쳐 이곳저곳에서 천덕꾸러기로 살아온 듯하다. 순하디 순해서 힘센 개들한테 집단 폭력 대상이 되기도 했단다. 표정도 뭔가 억울하게 생겼다. 겁이 많아서 늘 긴장하고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식구들이 외출해서 돌아와도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행동 따위는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인형처럼 조용하고 소란 피우지 않고 짓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게다가 입도 짧아서 사료에는 입도 대지 않는다. 조금씩 마음을 열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순하게 생긴 건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 마트의 시식코너에서 뭐라도 얻어 먹게 되면 그 얻어 먹은 게 마음에 걸려 웬만하면 그 상품을 사들고 올 때가 많다. 여행가서는 사기 당하기 일쑤. 저 녀석처럼 억울하게 생겼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식구들. 인생역전이 아닌 견생역전이라며 먼저 말을 걸고 쓰다듬어주는 남편, 애지중지 자식 키우듯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딸아이, 툴툴거리며 짜증을 내기도 하는 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 생명을 거두어 보살피는 엄중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생각해보면 큰 일을 저지른 것 같다. 함께 잘 살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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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곤 실례 2018-11-3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큰일 저지른겁니다. ㅎ
개도 사랑받으면 표정도 달라지고 억울한 생김새도 예쁜모양으로 바뀐답니다.
저도 시츄믹스견을 17년째 키우는 사람으로서 한가지 다행인 점은 믹스견들이
오히려 질병에 강해서 지가 좋아하는 걸 아무거나 먹여도 피부병 잘 안생겨요.
배변훈련만 잘 되있다면 같이 사는데 문제가 많진 않을것 같습니다.
얘들이 순하고 좀 내성적이거든요. 한생명을 책임진다는것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걔가 같이 있는 풍경은 하우스를 홈으로 바꿔놓는 기적도 생긴답니다.

nama 2018-11-30 20:16   좋아요 0 | URL
17년쩨 키우신다고요? 우와....
진짜 순하고 내성적인 것 같아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네요.
예전에 개 키우던 방식과 많이 달라서 공부하고 있어요.^^
걱정이 앞섭니다.

서니데이 2018-11-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댁에 새 식구 생겼네요.
말씀 듣고 보니 많이 순한 강아지인 것 같아요.
nama님도 말씀하시는 것보다 예뻐하실 것 같고,
새 식구가 왔으니, nama님의 가정에 즐거운 일과 웃을 일, 그리고 기분 좋은 일들이 더 많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11월 마지막 날이라 인사드리러 왔어요.
11월에 좋은 일들 많으셨나요.
내일부터 12월입니다. 주말부터 추운 날씨가 찾아온다고 하지만, 마음은 더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18-11-30 20:24   좋아요 1 | URL
순둥이에요. 아주 내성적이구요.
그래도 녀석 덕분에 가족간에 대화의 주제가 다양해졌어요.
뭔가 변화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늘 한결같으신 서니데이님의 관심, 감사드려요.
늘 즐거운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hnine 2018-11-3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지어주셨나요?
저희 집도 지금 엄마네 있던 개를 잠시 데리고와있는지라 원래 있던 우리 개랑 손님개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가는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찌나 성격이 다른지.
집에 개가 있으면 식구끼리도 화제가 두배로 늘어요 ^^

nama 2018-12-01 19:52   좋아요 0 | URL
네 이름도 지었어요.
개들 성격이 제각각이라는 걸 알게 되네요.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요.

spo 2018-12-0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큰 일 하셨습니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지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하늘로 보내보며 배웠습니다.
6살이라는 나이, 믹스견, 이곳 저곳을 떠돈 아이는
입양이 쉽지 않은데 좋은 분을 만나 가족이 되었으니
이 아이가 중년(?)부터 복이 있나봅니다^^.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지 모르지만
마음의 문을 열면 그 아이가 주는 행복도 많을 것 입니다.
그러기까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응원하겠습니다.

nama 2018-12-04 15:09   좋아요 0 | URL
큰 일을 저질렀지요.^^
강아지가 순하긴 한데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어선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군요.
예전에 마당에 묶어놓고 키웠던 경험 때문에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영 낯설기만 합니다. 그래도 강아지 덕분에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니 이제 게으르게 살기는 힘들 것 같구요.^^
응원해주신다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