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센터에서 6살 된 시츄 믹스견을 입양했다.
이 녀석은 살아온 내력이 만만찮다. 태생이 불투명하고 여러 해에 걸쳐 이곳저곳에서 천덕꾸러기로 살아온 듯하다. 순하디 순해서 힘센 개들한테 집단 폭력 대상이 되기도 했단다. 표정도 뭔가 억울하게 생겼다. 겁이 많아서 늘 긴장하고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식구들이 외출해서 돌아와도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행동 따위는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인형처럼 조용하고 소란 피우지 않고 짓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게다가 입도 짧아서 사료에는 입도 대지 않는다. 조금씩 마음을 열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순하게 생긴 건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 마트의 시식코너에서 뭐라도 얻어 먹게 되면 그 얻어 먹은 게 마음에 걸려 웬만하면 그 상품을 사들고 올 때가 많다. 여행가서는 사기 당하기 일쑤. 저 녀석처럼 억울하게 생겼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식구들. 인생역전이 아닌 견생역전이라며 먼저 말을 걸고 쓰다듬어주는 남편, 애지중지 자식 키우듯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딸아이, 툴툴거리며 짜증을 내기도 하는 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 생명을 거두어 보살피는 엄중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생각해보면 큰 일을 저지른 것 같다. 함께 잘 살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