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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 개정판
김점선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엇그제 송도에 어떤 일로 갔다가 출구를 못찾고 헤매는 중에 매우 낯익은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알라딘중고매장이었다. 눈에 띄었으니 안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갔으니 책을 안 사고 나올 수도 없었다. 특히 화가 김점선의 책은 내게는 그저 보물처럼 보였다. 이 보물을 몰라보다니 ㅎㅎㅎ
김점선 특유의 톡톡 터지는 어투에 빠져들다보면 내 기분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묘한 매력이다. 중독성이 있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그렇다. 한번 맛보시라.
가깝게 지내던 대가들이 죽어가는 모습들을 보았다.
그들은 죽으면서 말한다.
딱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림만 그리다가 죽고 싶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죽어갔다. 나는 너무 슬펐다. 내가 그들이 되어 안타까워하면서 슬퍼했다. 그러면서
죽어가는 나 자신을 상상했다. 그림 그리고 싶어 울면서 죽는 자신을 생각하면 그림
안 그리고 대낮에 숲속을 산책하는 것이 결코 즐거운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늘 집에 붙어서 그림 그렸다.
그런데 아침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업실에 들어가기 싫어서 미적미적한다.
그런 나 자신을 유혹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저녁에 그림을 다 그리고 정리할 때,
빈 캔버스에댜 내가 아주 싫어하는 색채를 범벅을 해놓는 거다. 갈색 물감을
이리저리 막 발라놓고는 잠잔다.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작업실에 가서 어제 그린
그림을 보다가 그 황칠된 갈색 물감들을 본다.
그러면 그 색이 너무 싫어 밥 먹는 일도 잊고 색칠하기에 빠져든다. 그대로 작업이
진행되어버린다. 이 방법이 유효하다. 나는 이렇게 자신을 꼬셔가면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