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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의 두께와 가격에 압도되었다. 그럼에도 용기있게 펼쳐들었다. 이 책, 가볍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주로 읽었는데, 들고 읽기에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내용.... 처음에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살짝 '이거 나중에 어떻게 연결시킬려고 이렇게 전개되는 건가?' 하는 우려를 주었다. 설마 흐지부지 그러진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에피소드들은 뒤에 어떤 얘기가 나오려고 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물들이며,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생생했다. 영화가 아닌 책을 보며 스릴을 느낀 건 참 오랜만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전개에서의 우려는 모두 불식되었다. 유전자 문제에 대한 각성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후반이었다. 인간의 유전자가 심겨진 앵무새와 침팬지, 그리고 유전자 특허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 가능성 등... 논리와 상상이 어우러져 고개를 끄덕이고 긴장하게 되었다. 어찌나 흥미진진하던지 또 오랜만에 책을 들고 걸으며 읽었다.

만병통치약처럼 각광 받는 만큼 반론도 자자한 유전자 치료... 그 문제에 대해 뉴스 보도에서 접하고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유전자 치료의 문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건 단지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독자에게 주고픈 메시지를 짜임새 있게, 재미있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대 성공!

(책과 상관없이 나의 사견을 밝히자면, 책 앞날개의 마이클 크라이튼 사진은 느끼가 줄줄..... 왠지 사기꾼 같아 보인다. ㅎㅎㅎ 다행히 마이클은 미국인이라, 이 글을 안 읽을 터이니 맘놓고 쓴다. 그런데 사진의 느끼와는 달리 내용은 깔끔 담백 시원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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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 청년정신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마디로, 내 인생에 가장 감명 깊은 책이 하나 더 생겼다!

서점에서 이책을 처음 보고는 어렸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봤던 기억은 너무 가물가물해서 줄거리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서점에 서서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인상은 이게 머냐-.-;;;는 거였다. 맞춤법은 마구 섞이고 이해하기 힘들고..... 그런데 일러두기를 보고 왜 그렇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흑인 여자 주인공이 열네살 때부터 하나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어리고 만날 힘가진 남자들에게 당하고 그럴 때로부터 시작될 때는 무지렁이 티가 나는 문장으로 번역한 거고, 주인공이 점점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성장해 가면서 문장이 점점 완전해져 가는 그런 구성이라는 거였다.

그렇게 이해를 하니 첫부분이 매우 질박하고 핍박받는 어린 흑인 소녀의 이야기가 와닿아 구입해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는 등 정말 비참한 생활을 한다. 그리고 결국은 애들이 줄줄이 달린 흑인 남자에게, 그리고 자신보다는 동생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그 흑인 남자의 아내가 된다. 그리고 거기서의 삶은 끝없는 노동과 사랑과 즐거움이 없는 성, 아이들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 때마다 위로가 되어 주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슈그 에이버리의 사진이었다. 슈그는 남편의 첫사랑이었는데.....

암튼 여기에 더 쓰면 혹시 이 서평을 읽는 분들의 책 읽는 재미를 방해할까 봐 줄거리는 이만 써야겠다.

나는 여기서 핍박 받던 한 여인이 그걸 박차고 뛰어나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는 게 정말 좋았다. 그리고 자신을 일하는 도구나 성적인 도구처럼 취급하는 남자들에게 질린 것처럼 슈그를 좋아하는 부분이, 여자들의 사랑이 정말 실감나고 동감이 갔다.

주인공의 비참한 생활과 달리 주인공 내면의 세계는 아주 착하고 조용하다. 그리고 그녀가 하나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묘사하는 들판과 헛간, 집의 묘사는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나는 그녀의 내면과 그녀가 묘사하는 풍경들을 음미하고 싶어서 이 책을 천천히 읽었다.

나는 이 책을 회사 동료에게도 읽어 보라고 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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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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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야 박완서 님의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이 책도 박완서님의 책이라서 구입하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좀 지루할 정도로 잔잔하다. 이거 40대 불륜이 어쩌구 저쩌구해서 정당하다는.. 혹시 그런 책? 그러나 이건 역시 옅은 관점을 지닌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40대 불륜은 인생의 여러 면을 깊이 있고 냉정하게 보는 박완서님의 도구 중 하나였다. 읽을 수록...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이 책에 담긴 인생과 가족, 죽음의 의미, 그리고 돈의 의미가 어떤 걸까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는 박완서님의 예의 소설을 읽고 나서 든 바로 그 느낌,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이 충만함의 정체는... 글쎄.... 완벽한 문학작품을 만났다는 성취감? 그리하여 내가 읽는 데 들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주는 느낌? 그리고 내가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느낌? 이 모두가 나의 충만함의 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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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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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두툼한 책을 끊이지 않고 읽게 만든 힘은 화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묘사였다.

제목이 말하듯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과 음모를 파헤쳐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나 어쩌면 이 분야의 독자를 의식한 플롯인 듯하여 약간은 실망이었다.

읽는 내내 이 이야기에 완전히 매몰되지 못하고 자꾸만 제3자가 되어 떠도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등장인물들의 심경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베네치아 공화국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완전히 동감이 되지 못했다. 만약 이 정도의 묘사력과 플롯의 우리나라 소설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듯. (하긴 영원한 제국 등을 보면 이미 그런 소설들은 많이 나와서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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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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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말 모순투성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배우지만, 그리하도록 몹시 애쓰지만 실은 우리 인간은 나면서부터 모순투성이다. 한 여자가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동안 기회는 많았으나 목격자 38명 중 아무도 전화기를 들어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고,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상식에 위배되게도 전기고문에 기꺼이 참여하며, 수상쩍은 연기에도 타인의 자세에 따라 반응이 다른 존재...

그렇다. 그러므로 내 삶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는 당연한 것이다. 배운 게 다가 아니다. 나라는 사람 속에 존재하는 모순과 부조리를 파악함으로써 오히려 좀더 모순과 부조리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책이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도덕적으로 이 책을 받아들인 것일까?

읽는 내내 즐거웠고, 사람 즉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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