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추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하며 시장의 자유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계를 꿈꾸는 자들을 생각하자니 공산사회를 꿈꾸는 것 만큼 요원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국민의 지적 역량만이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이 내비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옹호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강한 정부'는 국민의 성숙도에서 결판날 것이다. 사회의 성숙도이다. 과연, 과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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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詩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Post it : 제 혀로 제 상처를 핥는 짐승의 외로움이라고 김훈은 어디엔가 썼다.

요즘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어쩌겠나, 그렇게라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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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일 때문에 힘든 며칠 동안 겨우겨우 이 책을 읽었다.

오랫만에 정말 재미없는 책을 만난 것 같다. 하도 뜨뜨르하기에 어떤 책일까 궁금했었다. 가장 흥미없는 것은 드라큘라가 아무 사연을 갖지 않은 역사적 인물로 등장하는 점이다. 역사소설을 지향했다면 그에 합당한 해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전히 드라큘라에 희생되는 인물들. 역사와 시대를 넘어서 처단되어야 하는 악의 군주.

거기에 냉전시대 동유럽을 돌아다니며 그 어두운 시대를 드라큘라와 겹치게 한 장치까지. 못마땅했다.

전체가 느슨하다. 작가의 역량이 미흡하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학식은 많을지 몰라도 글쎄... 소녀적이다.

이건 나의 개인적 사정 때문인지 모르는데, 소설치고 이렇게 집중이 힘들고, 읽는데 오래 걸린 책도 드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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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다는 분이 없네요...

포스트잇 2005-10-1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습니까? 요즘 세상에도 드라큘라를 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나 싶습니다. 시계를 돌려놔도 한참 뒤로 돌려놨더군요.

다락방 2009-10-2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다는 평은 저도 보질 못했는데 저는 정말이지 꽤 재미있게 봤거든요. 완전 흥미로운거에요. ㅎㅎ 그런데 결말에서 김이 팍 새버렸어요. 너무 허무하달까요.. 저는 드라큘라 나오면 그냥 무조건 좋아하는가봐요. 하핫.

포스트잇 2009-10-20 18:53   좋아요 0 | URL
퇴근하려 컴터 끄려다...,못볼 뻔했네요.^^ 아주 오래전(2005년입니다요)에 읽었던 책이네요.그래도 정말 재미없었던 기억은 나네요,허허.... 무조건 좋아하거나 꽂히는 게 누구나 있기 마련이죠.다락방님은 드라큘라시군요.
전 이제 나가봐야해서,그럼.. 또 담에...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무척 관심 깊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내가 흥미롭게 보는 것은 추리소설로서의 기법이나 솜씨 보다는 아무래도 그 근저에 깔린 것들이다. 백탑파 지식인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백탑파라고 총칭되는 그룹 속에도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이 있겠는데 저자는 일단 이들이 낡고 경화된 지배권력층과는 다른 새로운 군주 정조와 함께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에 가득찬 지식인들임을 설정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은 정조 집권 초기와 백탑파들의 인물과 이들의 성향, 문화 그리고 소설의 거대한 배후인 18세기 조선을 소개하는 입문서에 해당한다면 두 번째 이야기 [열녀문의 비밀]은 보다 전개된 갈등과 깊어가는 시대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크게는 두 가지 축이 있다.

그것은 암흑의 핵심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소문으로만 무성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환상과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며 그것은 백탑파 특히 김진이 부딪혀야 할 거대한 시대의 아젠다이다. 황제가 자신을 칭하는 짐朕이라는 단어가 이 두 가지 축을 설명하는 데 꽤나 적절한 용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 희미한 상태를 말한다. 사물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다만 형태만을 느낄 수 있을 상태.

두 축은 짐朕으로써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방각본 살인사건]에서 은 정조였다. 정조는 자신의 등극 자체가 위협이 되는 노론 일부 세력의 도전에 맞서며 집권 초반 왕권을 장악해 나가는 주도면밀하고 노회한 왕으로 묘사되었다.(정조가 백탑파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후반은 정조의 위엄과 권위를 동반한 두려움의 분위기를 물씬 담고 있다.)

[열녀문의 비밀]에서 은 김아영이다.

 

김아영은 생전에 그녀를 만난 모든 인물들이 김진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진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조사자 김진에게 그 모든 진술은 거짓과 진실이 교묘히 결합된 언어들이다. 그 언어 속에서 김아영은 조선유교가 공고하게 구축해 놓은 여성의 길을 성실하게 따라간 열녀이며 또한 학식과 예술적 안목을 두루 갖춘 지식인이자 과감하게 배운 것을 실천한 경영자이기도 하고 시문 뿐 아니라 소설을 짓는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 갈수록 김아영은 시대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을 간 여성이었음이 드러난다.

 

열녀문은 정조의 공맹사상으로 구축된 구조물이어야 했으며 야소교의 가르침을 끌어대어 새로운 삶과 질서를 선양하기 위한 구조물이 될 수는 없었다. 소설 후반부에 복명을 위해 정조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김진이 주청한 열녀문이 결코 구조될 수 없는 것은 김아영이 극복할 수 없었던 한계였으며 정조의 한계이자 시대의 한계였다. 백탑서생들 역시 이 벽에 부딪쳐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정조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김진을 비롯한 백탑파의 견해가 갈리는 지점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 핵심이다.

 

한 쪽에는 혁신적이지만 여전히 공고한 자신의 왕국을 고수하는 정조의 시대가 있으며 다른 한 쪽에는 그 공고함을 근본부터 무너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시대가 있다. 한 쪽은 노회하며 다른 한 쪽은 열정적이고 참신하나 세를 얻지 못하는 한 영원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위태로운 환상이다.

 

이 사이에서 백탑서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나의 이러한 생각은 확인될 수 있을지 이것이 이 시리즈의 다음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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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2005-10-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정말 멋진 리뷰네요^^

포스트잇 2005-10-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휴 글 중에서 "제 스스로의 목소리로 우는 가을 벌레의 울음소리가 혀가 잘린 앵무새의 노래보다 나은 법이다"는 말로 자신의 시를 긍정한 문구가 있네요.저 또한 그저 제 흥취에 써본 감상입니다.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

 

대저 [무원록]은 형옥을 다스리는 자의 지남指南(지침)이다. 만일 초.복검에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비록 고요皐陶로 하여금 다스리도록 하더라도 반드시 그 요령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형옥의 어그러짐이 대개 이로 말미암는 것이다. …… 오호라, 이 책이 원래 원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제 조선에서 주해를 달아 상세하고 명백해졌다. 이제부터 형옥을 다스리는 자들이 진심을 다해 이 책에 근거하여 검험한다면, 거의 중정中正을 얻고 백성들이 원통함이 없게 될 것이니, 임금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형률을 신중히 하려는 뜻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통정대부 강원도관찰출척사 겸병마절제사 겸감창 안집 전운 권농관 학사제조 형옥공사 지초토영전사 臣 최만리가 지은 발문의 한 대목이다. (최만리 앞에 무려 42자는 관직과 벼슬 등등이다. 암호다. 아직 나는 이 글자들이 가리키는 온전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언제 한번 장계나 기타 문서 등에 쓰이는 이런 직제 법칙을 알아봐야겠다. 또한 죽은 후에 하사하는 시호도 그 뜻이 다 있다 한다. 시호만을 다룬 책도 나온 걸 봤는데 그것도 궁금하다.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너무 모른다. 나이 탓인가? 그런 게 궁금해지니. )

 

발문에 나오는 고요는 중국 순임금의 신하로 법을 세우고 형벌을 정하였으며 옥獄을 만들었다고 한다. 전설 같은 중국 고대 왕국에도 죄를 논하고 벌을 부과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 인간사가 그런 것이리라.

 

이 책을 통해서 당시의 살인사건, 사체에 대한 인식, 수사절차 등을 알 수 있다.

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사건을 맡은 관리의 도리, 철저한 관찰과 기록, 그리고 청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형옥사건을 맡은 관리들이 사체를 임함에 있어 직접 관장하지 않는 무관심 또는 대충주의를 엄격하게 비판한다. 사건을 맡은 관리가 험악한 꼴을 보길 저어하여 대충 오작仵作과 항인行人(검시에 참여하는 서리배들, 시체를 매장하는 일 따위를 맡는다)에게 맡겨 그들이 말하는 대로 보고 하는 태도를 먼저 문제삼는다. 당시 오작이나 항인은 대개가 도축일을 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인명을 귀중히 생각지 않고 범인이나 기타 이해 당사자들의 청탁에 노출되어 있는 경향이 많음을 지적하고 이들에 대한 불신도 감추지 않는다. 따라서 관리는 이들을 관리하고 엄중히 경계함은 물론 자신들이 직접 검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리라고 했지만 이것은 단순히 관리의 덕이나 품성에 맡길 일은 아니다. 이 역시 법률적 근거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응당한 대우가 주어져야 하며 또한 인간사, 인체, 죽음에 대한 전문 식견을 갖추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는 그러한 관리의 대우나 양성체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또한 사건에 임해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공개성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철저한 관찰과 주변 심문, 관련 당사자들의 일치된 의견을 통해서만 최종 결론에 이르게 하는 등의 공정성에도 주의를 두고 있다. 참여한 관리나 기타 인물들이 보고서에 이견이 없음을 인정하는 수결을 갖추도록 하는 문서서식을 만듦으로써 그야말로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데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과학수사란 시대적 한계도 가질 수밖에 없을 터, 해부까지 할 수 없는 시대이니 만큼 드러난 증거들은 철저히 채집하고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드러나게 하는 방법들을 찾고 연구하는 것을 과제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당시까지 이루어진 과학수사의 최대치를 집대성한 것이다. 아마도 범죄 또한 시대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벌어질 것이다. 보다 교묘하고 복잡한 과학적 범죄는 꽤나 드물었을 것이고 이 한계를 벗어난 범죄가 발생하면 그를 해결하기 위한 더 발전한 수사 또한 나타나게 될 것이었다.

범죄의 재구성을 위한 과학수사는 다른 모든 인간사가 그러하듯이 그렇게 진화했으리라.

 

따라서 죽음에 대한 연구가 이 책엔 망라되어 있다.(물론 장담할 수는 없다.)

구타로 인한 죽음, 목을 매단 죽음, 익사, 독에 의한 죽음, 불에 타 죽는 것, 끓는 물에 빠져 죽는 것, 칼에 찔려 죽는 것, 이러한 것들에도 여러 가지 변종들이 있다. 목을 매단 죽음에도 죽은 후에 목을 매단 것으로 위장한 것인지 죽기 직전에 목을 매단 것인지, 익사도 물의 깊이, 물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며, 독에 의한 죽음도 약물인지, 독충에 의한 것인지 등등.

그밖에 병사, 더위 먹어 죽는 것, 풍風을 맞아 죽는 것, 얼어 죽는 경우, 굶어죽는 경우, 수레에 치어 죽는 경우,놀라서 죽는 경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죽음의 경우를 나열해 놓고 그에 따른 증상들을 일일이 적었으니, 읽으며 상상까지 하면 이 보다 더 지독한 독서가 있겠나 싶다.하긴 사체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에게 한한 것이겠지만.  

 

600여년 전 당시 조선에서 이 책이 자기 손에 들어왔을 때 기뻐 어찌할 바 몰랐을 젊은 관리나 기타 관속이 있었으리라 상상해본다. 궁금하다. 간행을 했으니 형옥관련 관리들만 읽지는 않았을 것이고 호기심 많은 선비들도 읽었을 것이고, 범인들도 읽었겠지?

15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간 200여년 기간 동안 조선의 범죄와 형옥은 얼마나 변화되었을지, [증수무원록언해]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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