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쓰카 에이지의 하루키 소설에 대한 한줄 요약은 '구조밖에 없는 뼈대에 DB화한 각종 이야기의 요소들을 샘플링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오쓰카의 글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저 한줄을 풀어쓴 걸로 보면 되겠다.

그래서 그렇게 쓰여진 소설은 결국 어떻게 귀결되는가. 무엇을 남기는가. 이것까지 확인하면 이책을 잘 읽게 되는 셈이다.

'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 하루키 소설의 구조들을 분석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인데, 새삼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포르트(fort) - 다(da) 놀이 혹은 이론'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이트의 [쾌락원칙을 넘어서]에서 논했던 건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어제 우연히 TVN의 <알쓸신잡>을 보다가 유시민이 던진 '사람들은 왜 독서량에 집착할까'라는 질문을 듣고 뜨끔했다. 요즘 읽지도 못하는 책들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는 나로서는 이건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것처럼, '지식에 대한 초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새로나온 책들을 점검하고, 서재인들이 읽고 있거나 읽은 책들에 대한 포스팅들을 보고 나도 읽고 싶다와 읽어야 할 것 같다라는 심리를 자극받아 열심히 사들이고 있는 내 모습은 아직 읽지 못한 정보, 지식에 대한 초조감, 안달함에 다름이 아니다. 

 

오늘 장바구니를 과감히 정리했다. 

보관함으로 옮겼고 삭제할 건 삭제했다. 읽고 싶은 몇권만 추가로 구입하고 당분간은 일절 책을 사지 않기로 다짐한다. 당분간이란 게 ...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을 다 읽는 동안. 딴 책에 눈돌리지 않을 생각이다. .....(이 말줄임은 뭐지?)

초조한 마음은 뭐에든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좀더 여유를 갖자. 어차피 엎어진 참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회한을 갖지는 말자.

바보같은 결심인것도 같은데 당분간은 가지고 있는 책, 목표하고 있는 책에만 집중하자.

잔뜩 흐린 삼복더위에 다짐하는 포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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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7-23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때는 ‘리스트‘를 열심히 업데이트 한 적이 있었답니다. 카테고리별로 정리도 해 보고, 신간들까지 두루 살폈죠.
‘앞으로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이런 저런 책들은 알고는 있어야지‘ 싶었더랬습니다. 장바구니에도 수십 권씩 책을 넣었다 뺐다 했고요. 차츰 그런 일들이 다 부질없는 짓이다 싶더군요. 내가 이미 사 놓은 책, 혹은 오래 전부터 꼭 읽었으면 했는데 여태까지 읽지 못한 책들에 계속 주목하기 시작하니까 예전의 악습들이 차츰 없어지기 시작하더군요.

요즘엔 계속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의 목록‘을 자주 살펴 보게 되고, 노트에도 끄적거려 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작가와 작품들이 분명히 있어 왔는데, 그들을 너무 오랫동안 한 켠에 밀쳐두고 계속 기다리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새로 사야 할 책‘ 보다는 ‘이미 사 놓은 책들‘에 주목하게 되더군요. 그 가운데 ‘지금부터라도 당장 읽기 시작해야 마땅할 책들‘이 결코 적지 않으니까요. 누가 그 책들을 빼앗아가기라도 할라치면 손사레를 치면서 ‘내가 지금 당장 읽을 책들‘이라고 할 만한 책들을 골라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포스트잇 2017-07-23 13:11   좋아요 1 | URL
저도 oren님처럼 독서계획을 잡고 끈기있게 읽어야지 늘 생각했었더랍니다.이젠 정말 쓸데없는것들 버려가며 집중할랍니다^^ 용기주셔서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이론보다는 프로이트 저작 자체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일반 대중소설 저리가라입니다...

포스트잇 2017-07-23 14:54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입니다. 천재여요.어떻게 그런 얘기를 생각해냈는지..저 포르트-다 놀이 얘기도 애기가 놀고 있는 모습 보고는 저런 이론을 만들어내잖아요.놀라워요 ㅎ

포스트잇 2017-07-23 14:57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곰곰발님 글 때문에 음악혐오 샀습니다.. 그리고 아, 이제 팔랑귀는 그만 접어야겠다고 맘먹었다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3 16:09   좋아요 1 | URL
생각해 보니 정말 하루키 소설은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점에서 갓난이 실놀이 갔다리왔다리 구조 같습니다. 흥미롭겠는데요...


음악혐오 개인적으로는 끝내주는 책입니다.

cyrus 2017-07-23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일 알라딘 서재의 ‘알라디너의 선택‘을 보면 실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신간도서를 샀다는 내용의 글, 신간도서에 관심이 있다는 내용의 글, 그리고 알라딘 책 소개 내용 일부를 복붙해서 신간도서를 언급한 글이 많습니다. 이런 글들은 ‘읽는 행위‘가 빠져 있어요. 그저 신간도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 환장한 것 같습니다. 제 독서 철학은 보수적이에요. 책을 사서 천천히 읽고 리뷰든 감상문이든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글에는 글쓴이의 ‘읽는 행위‘를 알 수 있어요. 리뷰만 쓰면 주변 사람들이 글쓴이가 이런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아 주고, 인정해줍니다.

포스트잇 2017-07-23 20:00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열심히 잘 읽어야죠

cyrus 2017-07-23 20:13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니 제 의견에 감정 섞인 표현이 있었습니다. 제 말에 감정이 상했다면 사과합니다.

포스트잇 2017-07-23 20:15   좋아요 0 | URL
뭘 또 사과하시기까지..ㅎ
열심히 읽는게 빠져있던거 사실인데요. 맘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