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도 나오는구나.

책 정도를 탐하는 것 외에 별달리 욕심부리거나 갖고 싶어라하는 게 별로 없는 내가 유일하게 쇼핑을 즐기는 게 문구류다.

그 색색의 펜들의 향연이며 각종각양의 노트들, 포스트잇의 화려한 정연함, 등등...갈수록 보도듣도 못한 문구류들이 진열된 문구점에서 한참을 구경하며 보내곤 한다.

색감의 화사함이며 맵시들을 보고 만지다보면 보고만 돌아설 수 없게 된다.

 

 

 

 

 

 

 

 

 

 

 

 

 

 

 

 

볼펜, 클립, 스테플러, 포스트잇 등 문구가 탄생하고 사용된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라고 한다. 

문화사, 사회사, 생활사, 산업사의 주요 장면들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

 

볼펜 끝이나 잉크에 압축된 정밀한 공학 기술들까지 풍성하게 소개하며 이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삶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색인 카드에 짧은 글을 써두고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완성해나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노란색 리걸 패드에 작품을 써내려간 노벨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 포스트잇에 소설을 구상하고 완성한 이후에도 모두 스크랩해서 보관하는 윌 셀프 등 자신만의 도구에 애착을 가진 작가들과 그들의 특별한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소개 중) 

 

볼펜의 두 종류, 두 M이 다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학생이었던 우리들은 어떤 볼펜에서 이른바 '똥'이 더 많이 나오느냐를 비교하며 자신이 더 많이 사용하는 볼펜편을 들었던 때가 있었다. 두 M이란 모나미와 문화였다.

모나미와 문화가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도 궁금해진다. 한국의 문구 기업의 흥망성쇠도 다뤄보면 우리의 생활사, 문화사, 산업사, 기술공학사 뭐 그런 게 되지 않겠나?

여튼 당시 일제 펜이 좋다는 식의 얘기들이 떠돌았고, 실제 일제 연필은 써본 적이 있다. 아마 선물로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필이어서였는지 크게 차이가 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 

그리고 학생 시절 나는 모든 것에 그랬듯이 문구류에도 그닥 관심이 없었다. 연필, 검정 파랑 빨강 볼펜. 지우개. 뭐 딱 이 정도만 필통에 넣고 다녔던 것 같다. 내 당시만해도 주위 친구들 중에 펜 사랑이 유난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화사한 필통과 필통안의 문구류들을 구경하며 왜 이 친구는 이렇게 많고 다양한 필기류를 가지고 다니는 걸까.

다 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데 색색이 펜들로 밑줄이나 별표등을 구분하고 치장하느라 집중이 될까를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꾸미고 화사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며 살고 있을까?  하하하.

언제부터 문구류를 좋아라했는지 정확히 시점을 말할 수는 없으나 중년 넘어서 책을 본격적으로 좀 보게 되면서 문구에 대한 관심도 따라 높아졌던 것 같다.

지금도 딱히 고집하는 특정 브랜드나 종류의 펜이나 그런 게 있는 건 아니다.

그때그때 꽂히면 그것만 한동안 쓰다 또 다른 것에 눈독들이는 식으로 변덕 심한 소비자이자 쇼핑족에 해당한 듯 하다.

 

어렸을 때, 미드나 영화 등에서 그 노란색 줄쳐진 노트에 (리걸패드란 걸 나중에 알았다) 열심히 메모해 가며 뭔가를 연구하거나 조사해가던 장면을 보며 그 펜과 노트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그걸 나중에야 우리 문방구에서 볼 수 있었다. 그때 주저없이 샀었던 기억이 있다.

관심가는 책이다.

나보코프가 색인카드에 글을 쓰며 작품을 구상해나갔다는 건 이제 알려진 얘기다. 게다가 그 색인카드에 사용하는 펜도 정해진 종류였다는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부분부분 쓰여진 인덱스카드들을 맞춰가며 소설을 완성한 후엔 태워버렸다고 한다.

유작으로 남겨진 [오리지널 오브 로라]는 나보코프가 최종적으로 편집하지 못한 138장의 카드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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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0-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재미있겠네요. 이런 사소한 사물의 탄생 이야기가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포스트잇 2015-10-17 11:4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문구류에 얼마나 정밀한 공학적 기술이 들어갈지는 깊은 생각 하지 않아도 짐작할만 합니다. 구미가 마구 당깁니다, 홍홍홍

낭만인생 2015-10-1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구... 정말 읽고 싶네요..

포스트잇 2015-10-17 14:24   좋아요 0 | URL
문구류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무척 재밌어할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