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카 프라티카 ㅣ 동문선 문예신서 157
마이클 캐넌 지음, 김혜중 옮김 / 동문선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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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19세기의 아마추어 연주가들끼리의 음악 관습을 '무지카 프라티카'라고 부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음악은 두 가지 형태, 들려지는 음악과 연주되는 음악으로 존재한다. 바르트는 아무리 형편없는 연주자라 할지라도 연주와 노래를 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한다. 곧 이들에 의해 음악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인간의 관계가 이토록 밀접하게 서로를 소통할 수 있었던 사회는 부르주아 계급의 도래와 더불어 무미건조한 것으로 변했으며, 상류 사회의 응접실과 같은 분위기로 변절되고 말았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이 물질세계와는 담을 쌓은 채 고고한 정신세계만을 표현하는 것인 양하는 풍토를 비판한다. 오히려 음악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과정에 밀접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 마이클 캐넌은 롤랑 바르트를 비롯해 니체, 바흐친, 베버, 마르크스, 아도르노, 쇤베르크 등의 책을 인용하며 음악과 사회적 관습과의 관계를 엮어간다.
이를테면 음악 인쇄술의 발달이 악보 시장에 끼친 영향, 시민혁명 이후 전통적인 후원계층의 변화와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의 관계, 상품으로서의 음악, 기보법의 변화가 음악에 미친 영향 등을 사회경제학 문제들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16세기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방대한 음악사가 역사와 함께 서술되어 있고, 오케스트라의 물적 토대의 변천과정 등의 흥미로운 주제도 포괄하고 있다.
머리말 '음악의 수수께끼'라는 도전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음악을 형성하는 힘들' '음악의 정치경제' '음악공학' '전자 음향악 시대의 음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통해 저자는 음악이 가지는 본래의 목적인 '유토피아적 꿈'의 회복을 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무지카 프라티카가로 대표되는 음악과 인간의 완전하지는 않지만, 소통 가능한 세계가 그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저자가 마지막 페이지에 서술한 말은 모든 사람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언어만큼이나 명확한 인간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회에 존재했음이 알려져 있는 음악은 사회 체제의 지표라 할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단지 과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방법을 안다면 미래에 대해서도 사태를 서서히 살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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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오페라
박홍규 지음 / 가산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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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악사를 논할 때 자주 범하는 오류는 작곡가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상을 빼놓고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다. 마치 모든 작품이 작곡가의 절대정신이나 순수의지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 '비바 오페라-오페라의 사회사'는 이러한 인식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음악 또한 작곡가의 순수한 정신에서 나온 창작물임과 동시에 사회적 체험의 표현이며, 사회가치 행위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곧 음악도 "순수한 정신의 지배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회라는 환경의 제약"을 받으며, 음악의 정치성과 사회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로 오페라를 꼽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그동안 반복되어 출판되었던 음악 자체의 역사만을 논한 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페라의 사회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은 오페라 기본개념을 계몽, 혁명, 민족, 자유, 국가, 민중, 여성, 현실, 민주주의 등 9개의 항목으로 정리해 설명한다. 그리고 계몽 개념은 모차르트에게, 혁명은 베토벤, 민족은 로시니와 도니체티, 벨리니의 작품에 적용했고, 자유는 베르디, 국가는 바그너, 여성은 비제와 생상스, 오펜바흐의 작품에 각각 적용해 정리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오페라의 정의부터 시작해 오페라의 역사를 점검한 뒤 본격적인 비평을 시작한다. 본론에는 작곡가의 삶과 음악에 대해 당시의 상황을 예로 들며 간략하게 살핀 뒤 그 작곡가가 만든 오페라의 사회사에 연관시킨다.

이를테면 모차르트의 '이도메데오'와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그리고 최후작인 '티토 황제의 자비'를 모차르트가 생각한 계몽적이고 인간적이며 이성적인 지도자상이 그려져 있다고 해서 계몽군주 오페라로 구분하고 있고,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마술 피리'를 계몽 시민 오페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피가로의 결혼'을 '계급투쟁 오페라'로 설정하고, "평민의 승리와 귀족의 패배를 보여주는 점에서 확실히 민중적이고 반체제적이며 현대적"이라고 호평하고 있다. 또한 이 오페라에는 페미니스트적인 양상도 보인다고 설명하고, 그 예로 "백작부인을 비롯한 여성들의 아리아를 통해 남성에 대한 여성의 투쟁"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서구에서도 최근에서야 오페라를 사회사나 정치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최근 연구들을 참조하면서 한국인의 시각으로 오페라를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음악학자가 아니라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이다. 이미 그는 반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를 새롭게 해석한 '내 친구 빈센트', 풍자 만화의 선구자인 오노레 도미에의 평전 '오노레 도미에-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과 같은 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예술을 권력(또는 부)의 일종으로 소비하는 특권층을 비판하며, 삶과 예술의 통합을 시도하고자 했다.
박홍규 교수는 책 서문에서 "그래서 나는 예술의 민주화를 꿈꾼다. 내가 꿈꾸는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선 음악가나 노동자가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이고 음악가와 노동자를 친한 동무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가에게서 노동자성을 발견하고 노동자에게서 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성을 발견하게 하여 둘을 잇는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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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이즈 (보급판) ㅣ 지만지 고전선집 64
죠제프 베디에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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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는 '로엔그린'을 발표한 뒤 이 작품을 '낭만적 오페라'라고 이름 붙이고 "이제 더 이상 오페라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만든 작품이 바로 가극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다. 바그너가 직접 독일어로 쓴 대본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사랑의 황홀감이 주는 관능성이 훌륭하게 묘사되어 있다.
바그너는 이 작품을 13세기에 활약한 독일의 시인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서사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참고해 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그너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이 이야기는 사실 유럽 전지역에 널리 퍼진 일종의 민중설화이다. 따라서 바그너가 참조한 독일 시인 슈트라스부르크가 창작한 이야기가 아니며, 최초의 발상지가 어디인지, 그것을 처음으로 노래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2세기 전후 아일랜드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활동하던 켈트족에게서 흘러나왔다는 정설만이 확인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이 책 <트리스탄과 이즈>에서 그 이야기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랑스의 언어학자이자 문학사가인 조제프 베디에가 중세 시대에 활약한 시인들의 장편 서사시(아일하르트의 '트리스트탄트', 토마스의 '트리스탄과 이즈', 작자 미상의 '트리스탄과 광대짓')를 토대로 당시의 정감을 살려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두 구절에 크게 압축돼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우리의 운명 역시 그러하니, 나 없이 그대 없고, 그대 없이 나 또한 없도다." "이즈 나의 연인, 이즈 나의 사랑, 그대 속에 나의 죽음 있고, 그대 속에 나의 삶 있나니!" 이 문장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책의 내용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죽음보다 강한 사랑' 이야기이다.


책은 첫 부분부터 박진감이 넘친다. 초반부에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놓을 것처럼 줄거리가 순식간에 바뀐다. 로누아의 왕자로 태어난 트리스탄('슬픈 남자'라는 뜻)이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잃은 사연부터, 그가 용맹스런 기사로 성장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짧게 서두를 장식한다. 그런 뒤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외삼촌인 코온월의 왕인 마크왕 밑에서 기사로 성장한 그는 아일랜드의 거인 기사 모르훌트를 무찌르고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이 싸움에서 큰 상처를 입고 바다를 정처없이 떠돌던 그를 구해준 이가 바로 모르훌트의 조카인 이즈이다. 이즈는 죽어가는 트리스탄이 자신의 삼촌을 죽인 원수인지도 모른 채 치료를 해주고, 트리스탄은 몸이 회복되자 아일랜드를 탈출해 마크왕에게로 되돌아온다.
이들의 인연은 트리스탄이 마크왕의 아내를 맞이하기 위하여 아일랜드로 건너가면서 다시 시작된다. 원수의 관계였지만, 트리스탄이 골칫거리인 용을 퇴치해주자 아일랜드의 왕은 딸 이즈를 마크왕의 아내로 내준다. 트리스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이즈는 트리스탄이 자신을 군주에게 팔아 넘긴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금치 못한다(바그너의 가극에서는 이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있다고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영영 헤어나지 못할 비극에 접어든다. 배 위에서 시녀의 실수로 마크와 이즈를 위해 준비한 '사랑의 묘약'을 트리스탄과 이즈가 마시게 된 것. 그 음료를 마신 뒤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크왕과 트리스탄, 이즈의 갈등이 증폭되고 결국 트리스탄은 영지에서 추방되기에 이른다. 브르타뉴의 '흰 손의 이즈'를 아내로 얻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금발의 이즈' 를 잊지 못해 병상에 눕게 된다. 트리스탄은 이즈를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하면 흰 돛을 달고, 그렇지 못하면 검은 돛을 달라고 부탁하며 친구를 이즈에게 보낸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검은 돛의 배가 온다는 '흰 손의 이즈'의 거짓말을 듣고 절망하여 숨을 거둔다(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 돛배'가 바로 이 장면을 노래한 것이다). 그가 죽은 직후에 도착한 이즈도 슬픔에 잠겨 트리스탄의 곁에서 죽고 만다.

바그너의 가극이 외면적인 것을 없애고 두 주인공의 내면에만 천착했다면, 이 소설은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시하며 갈등의 원인과 결과와 더불어 주인공의 내면을 되새기고 있다. 오랫동안 유럽의 여러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이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는 인습과 이성보다는 원초적인 본능과 정염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 그것은 죽음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역설을 훌륭한 서사시로 승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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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 - 한국인이 좋아하는 러시아 로망스 베스트 2
Various Artists 노래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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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로스 뮤직에서 선보이고 있는 ‘러시아 로망스 베스트’ 두 번째 음반으로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노래가 구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서정적인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한번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들은 그 자체로 러시아의 감성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만 20살밖에 되지 않은 타타르스탄 출신의 미녀 가수 알수의 ‘겨울 꿈’을 비롯해 예세닌의 시에 노래를 붙인 렐릭의 ‘낙엽을 흩뿌린 나무’, 1969년 구 소련 최고의 가수로 꼽혔던 잔나 비쳅스까야의 노래까지 다양한 시대와 세대를 포괄하고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노래를 들으면 과거와 현재의 러시아 음악 흐름을 쉽게 살필 수 있다.

이중에는 러시아계 한국인인 비토르 최의 ‘혈액형’과 아니타 최의 ‘엄마’도 수록되어 있다. 빅토르 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계 혈통이면서 러시아 록 음악을 대표하는 가수이다. 1990년 내한공연 두 달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그의 노래가 수록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윤도현이 ‘한국 록 다시 부르기’에 ‘혈액형’을 넣기는 했지만, 한국보다는 러시아 전통에 더 걸맞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아니타 최는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까레이스키의 비극적인 역사를 그 가족들이 몸소 겪었다고 한다. 그녀가 부르는 ‘엄마’는 그 때문인지 더 서글프게 다가온다. 풍성한 성량이 돋보이며 노래 자체에 대한 매력도 대단하다. 이런 류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질 만하다. 러시아 음악 팬에게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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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는 정통 클래식 연주가이면서 크로스오버 음반을 많이 선보인 연주가 중 한 사람이다. 마크 오코너, 애드가 마이어와 함께했던 '애팔래치아 모음곡' 시리즈를 비롯해, 재즈 가수 바비 맥퍼린과 함께한 ‘허시’, 그리고 ‘탱고의 영혼’ 등이 그가 선보인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음반이다. 또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가부키․아이스댄싱 등에 적용해 색다른 크로스오버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시도를 통해 서로 다른 음악 장르간의 상호 교류를 극명하게 표현하면서 일종의 크로스오버 연주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크로스오버 음반이라고 하면 정통 연주가들의 심심풀이 연주로 보여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우선 선곡부터가 그렇다. 클래식이 아닌 타 장르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달콤한 작품만이 담겨 있는 음반이 태반이다. 그런 까닭에 내용도 좋을 리 없다. 장르와 장르가 충돌하면서 색다른 성향의 음악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음악만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음악팬들은 클래식 연주가의 크로스오버 음반을 음악성보다는 상업적인 의도가 더 극대화된 그저 그런 음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듯이 요요마의 크로스오버 음반은 조금 특별한 면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내놓은 음반이 더욱 그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발매한 ‘실크로드 여행’은 정통 월드 뮤직 음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상업적인 면보다는 음악성이 더 강조된 음반이다. 더 나아가 음악을 너머 문명과 문명의 만남을 모색한 뛰어난 음반이기도 하다.

요요마는 이 음반을 내놓기 위해 지난 1998년 실크로드 앙상블을 조직해 여러 해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수행했다. 그는 음악학자 테어도어 레빈과 함께 실크로드로 상징되는 다양한 문명의 만남과 소통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이른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다. 실크로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양과 동양,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정면 충돌한 곳이다. 이슬람과 기독교, 불교 등이 이 길을 통해 만났으며, 이것이 서로 이질화되지 않고 각각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며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요요마는 이 실크로드를 거친 문명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1999년 실크로드와 관계된 9개 국가 20여 명의 작곡가에게 곡을 위탁했고, 그 결과 한국의 강준일과 김지영을 포함해 아르메니아, 중국, 아제르바이잔, 일본, 이란, 몽골, 타지키스탄, 터키, 우즈베키스탄의 작곡가들의 곡을 위촉받아 유럽과 미국, 아시아 곳곳에서 연주해온 것이다.

이 음반에는 공히 전통음악과 유럽음악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실크로드가 그랬던 것처럼 민족문화와 외래문화의 만남과 소통이 반영되어 있다. 또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 프로젝트는 공연과 학술행사, 교육 프로그램, 멀티미디어 출판 계획을 아우르며 대규모의 소통의 장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요요마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우리는 그동안 친숙하지 않은 음악 전통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나는 실크로드 음반을 통해 한 집단에게만 속하지 않은 목소리와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또 하나의 크로스오버 음반인 'Obrigado Brazil‘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음반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고마워요 브라질’이라는 뜻인 음반에는 삼바와 보사노바, 쇼루 등 브라질의 대중음악이 담겨 있다. 이 음반도 ’실크로드 여행‘처럼 그리 가벼운 음반은 아니다.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히트곡 한 곡이 여성 보컬리스트 로사 파수스의 목소리로 수록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생소한 음악들이다. 그러나 요요마와 함께한 연주가들의 면모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브라질 타악기의 대가 시로 팝티스타, 쿠바 태생의 클라리넷 주자 파키토 드라베라, 보사노바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로사 파수스, 피아니스트 세자르 카마르구 마리아누, 보사노바의 선구자인 기타리스트 오스카르 카스트로 네베스와 로메루 루밤부, 그리고 세계적인 탱고 연주자로 유명한 아사드 형제 등이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다.

브라질은 넓은 땅과 다수의 인종이 살고 있어 그 음악도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원주민인 인디오와 16세기 이후에 들어온 라틴계(포르투갈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 온 흑인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이웃인 아르헨티나와 달리 브라질은 백인보다는 흑인 음악의 영향력이 상당히 강하다. 이것이 원주민과 유럽계 문화와 맞물려 독특한 음악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흐느끼다‘라는 뜻을 가진 ‘쇼루’(Choro)는 각별하다. 브라질 현대음악의 시초 '쇼루'는 포르투갈의 파두, 폴카, 왈츠에 흑인의 리듬이 결합되어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발생했다. 19세기 후반에 생긴 카니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쇼루는 악기편성에서 그 특색을 찾을 수 있는데, 울음소리 같은 클라리넷 연주와 현을 미끄러트려 연주하는 카바큉유(포르투갈의 작은 기타)의 슬픈 음색이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이 음반에 실린 픽싱기나(1897~1973)의 음악이 바로 쇼루이다. 픽싱기나는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브가질 음악가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자 빌라 로보스가 그를 지칭해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음반에는 ‘하나에서 열까지’(IXO), '사랑하는‘(Carinhoso) 등 두 곡이 담겨 있는데, 부드럽기 그지없는 멜랑콜리한 리듬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빌라 로보스도 쇼루에 영향을 많이 받은 작곡가이다. ‘코코넛의 땅’(a lenda do coco), ‘브라질의 영혼’(Alma Brasileira) 등을 들어보면 픽싱기나의 음악과 그리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 발디르 아제베도의 ‘브라질레이링요’도 유명한 쇼루 음악이다. 모두 부드러우면서도 슬픈 멜로디에 상큼한 리듬이 덧붙여진 연주 음악들이다.

같은 흑인계열의 음악이면서도 삼바는 쇼루와 정반대의 느낌을 준다. 쇼루가 조용하면서 사적인 음악인 반면 삼바는 시끄러우면서 대중적인 음악이다. 음반에 담긴 자쿠 두 반돌림과 바덴 파월의 음악이 바로 삼바인데, 요요마는 이 음악들의 원시적인 면모보다는 좀더 세련미 넘친 작품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바에서 영향을 받은 보사노바도 이 음반의 한 궤를 형성한다. 보사노바는 그 유명한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이 완성한 음악이다. 조빔은 1950년대 리우 데 자네이루 해변가의 호텔 관광객들에게 듣기 편하면서도 세련된 무드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곳을 찾은 재즈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가 그 음악을 듣고 매료되어 보사노바라는 이름으로 퍼트리기 시작해 유명해졌다. 음반에 담긴 것은 로사 파수스가 부르는 ‘슬픔이 찾아오다’(Chega De Saudade)라는 곡으로 보사노바 특유의 부드럽고 낭만적인 음이 잘 깃들여 있어 누구라도 매혹될 만한 노래다.

요요마는 쇼루와 삼바, 보사노바를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클래식 음반에서 감정과잉으로 자주 비판을 받은 데 반해 이 음반에서는 오히려 그 감정 표현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요요마는 어느 인터뷰에서 “음악은 사람들을 서로 끌어당기는 자석”이며 “음악에는 우리들로 하여금 공동체를 구성하게 하고, 무엇인가를 같이 나누게 한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 바 있다. “어떤 지역적인 것을 찾아가면 갈수록 더 세계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정통을 따르는 어떤 음악 체계를 이해하면 그것들이 나타내는 세계를 표현하기가 더욱 쉬워지듯이 마찬가지로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그 사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된다. 어떤 면에서 모든 음악은 국경을 초월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모두 한 가지 세계, 곧 사람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음악을 인류학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찍이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바 있는 그는 문화를 한쪽이 다른 쪽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이뤄간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지역과 문화를 탐구하는 음반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음반들에는 또 어떤 성찰이 담기게 될 것인지 자못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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