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카 프라티카 동문선 문예신서 157
마이클 캐넌 지음, 김혜중 옮김 / 동문선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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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19세기의 아마추어 연주가들끼리의 음악 관습을 '무지카 프라티카'라고 부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음악은 두 가지 형태, 들려지는 음악과 연주되는 음악으로 존재한다. 바르트는 아무리 형편없는 연주자라 할지라도 연주와 노래를 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한다. 곧 이들에 의해 음악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인간의 관계가 이토록 밀접하게 서로를 소통할 수 있었던 사회는 부르주아 계급의 도래와 더불어 무미건조한 것으로 변했으며, 상류 사회의 응접실과 같은 분위기로 변절되고 말았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이 물질세계와는 담을 쌓은 채 고고한 정신세계만을 표현하는 것인 양하는 풍토를 비판한다. 오히려 음악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과정에 밀접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 마이클 캐넌은 롤랑 바르트를 비롯해 니체, 바흐친, 베버, 마르크스, 아도르노, 쇤베르크 등의 책을 인용하며 음악과 사회적 관습과의 관계를 엮어간다.
이를테면 음악 인쇄술의 발달이 악보 시장에 끼친 영향, 시민혁명 이후 전통적인 후원계층의 변화와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의 관계, 상품으로서의 음악, 기보법의 변화가 음악에 미친 영향 등을 사회경제학 문제들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16세기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방대한 음악사가 역사와 함께 서술되어 있고, 오케스트라의 물적 토대의 변천과정 등의 흥미로운 주제도 포괄하고 있다.
머리말 '음악의 수수께끼'라는 도전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음악을 형성하는 힘들' '음악의 정치경제' '음악공학' '전자 음향악 시대의 음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통해 저자는 음악이 가지는 본래의 목적인 '유토피아적 꿈'의 회복을 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무지카 프라티카가로 대표되는 음악과 인간의 완전하지는 않지만, 소통 가능한 세계가 그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저자가 마지막 페이지에 서술한 말은 모든 사람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언어만큼이나 명확한 인간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회에 존재했음이 알려져 있는 음악은 사회 체제의 지표라 할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단지 과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방법을 안다면 미래에 대해서도 사태를 서서히 살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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