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the PERFUME - 나만의 새롭고, 특별한 향기를 위한 가이드북
사라 매카트니.사만다 스크리븐 지음, 양희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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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세계‘에 대한 지도를 받은 기분이다. 두꺼운 책 하나 가득 향수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향수 백과사전을 선물받은 것만 같다. 향수 마니아라면 이 책을 보면 밤잠 설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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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the PERFUME - 나만의 새롭고, 특별한 향기를 위한 가이드북
사라 매카트니.사만다 스크리븐 지음, 양희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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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후각이 그리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향수를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20대였을 때 향수에 관심을 가진 적은 있다. 우연히 향수 미니어처가 생겼는데 귀여워서 해외를 나갈 때마다 향수 미니어처를 샀었다.

당시 내가 좋아했던 향은 산뜻한 플로럴이었고 장미향처럼 달콤한 향이나 무거운 향은 부담스러워했었다. 향수보다 더 좋은 향은 샤워하고 나서 은은하게 남은 샴푸 냄새였었다. 그래서인지 혹시나 누가 진한 향을 풍기면 진한 화장을 했거나 과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곤 했다.

어느 날 이사를 하면서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모았던 향수 미니어처를 버리면서 향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향수뿐 아니라 향기 나는 초, 아로마 오일 등이 대중화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다시 향수를 기웃기웃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향수는 와인과 비슷하다. 후각이 예민하지 못한 것처럼 술에 약한 편이다. 향수와 와인, 둘 다 예쁘고 매력적인데 그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나에게 어떤 것이 잘 맞을지 잘 몰라서 아예 발을 담그지 않게 되어서다.

그러던 중, <향수>라고 하는 책을 접하게 되니 마치 '향수의 세계'에 대한 지도를 받은 기분이다. 두꺼운 책 하나 가득 향수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향수 백과사전을 선물받은 것만 같다. 향수 마니아라면 이 책을 보면 밤잠 설렐 듯하다.

이 책의 머리말은 향수의 역사, 재료 등 대한 몇 가지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

향수는 몇 천년 동안 질병을 예방하고 몸을 치장하는 데 쓰였다. 곪거나 썩은 상처에서 풍기는 악취가 지독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냄새가 질병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실제로 에센셜 오일은 항바이러스, 항균, 항진균 작용을 한다. 뛰어난 향수는 건강한 삶으로 이끌었고 좋은 냄새는 건강의 척도였다.

클레오파트라 여왕은 유혹의 기술로 향수를 사용했다. 수 세기 동안 좋은 향기를 맡기 위해 향수를 사용하던 것은 부자들만 가능했다.

19세기가 되어서 합성원료를 사용하면서 향수의 가격은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부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향수를 쉽게 살 수 있게 되었고, 향기로운 비누와 '화장수'로 사람들의 몸과 옷에서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계속 유행이 바뀌고 새로운 원료가 등장하고 있으나 지금의 향수는 1880년대 말, 합성원료를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향수는 노란색 계열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색조를 입할 수 있다. 현대 향수 색소는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되어 무색이 되기 때문에 옷을 더럽히지 않는다.

내가 후각이 그리 예민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후각이 둔한 사람은 향수를 과하게 뿌려도 잘 모르지 않을까 하는. 진한 향수를 뿌리는 사람은 둔한 후각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며 상상해 본 적도 있다.

그 해답은 아니더라도 내가 뿌린 향수를 다른 사람은 맡을 수 있는데 나는 잘 맡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후각 시스템은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향수를 주기적으로 뿌릴 경우, 뇌는 그 향에 대한 후각 정보는 무시하게 된다. 이를 '후각적 습관'이라고 한다. 뇌는 좋아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향기를 맡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여러 향수를 돌려쓰는 방법을 택하라고 한다. 향수계 영업 마케팅에서 좋아할 만한 뇌과학이다.

하긴, 후각뿐 아니라 시각과 미각, 인간의 모든 감각이 다 마찬가지 같다. 좋아하는 것을 매일 접할 때는 뇌가 그 정보를 skip 하는 것 같다. 계절마다 커튼이나 이불 커버 등은 갈아주는 부지런한 주부들이 있다. 모두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주기적으로 환경을 바꿔줌으로써 기분을 전환하는데 현명해 보인다.

오래된 향수병을 볼 때 '이걸 뿌려도 되나, 유통기한이 있을 텐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뚜껑을 열지 않았다면 향수 수명은 수십 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단 개봉을 하고 나면 산소와 반응을 하기 때문에 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향수가 3/1 정도 남았다면 아낌없이 뿌려야 한다. 또한 빛에 닿으면 성분이 변하기 때문에 아끼는 향수는 박스에 넣어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매일 뿌리는 향수는 금세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곳에 두어도 상관없다.

향수를 뿌리는 곳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샤넬은 키스를 받고 싶은 모든 곳에 향수를 뿌려야 한다는 로맨틱한 표현을 했으나, 이 책은 맛도 없고 혀가 따가울 수 있으니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 유머를 쿨하게 툭 던지다니.)

스스로 향수를 선택했듯, 향기를 맡고 싶은 곳에 뿌리는 것이 정답이다. 손목을 함께 문지르면 마찰로 향기가 약간 따뜻해지면서 빨리 증발할 수 있으나 향기 자체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책의 본문은 아주 예쁜 페이지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 페이지에 2개 정도의 향수를 예쁜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향기에 대한 설명과 향수병의 그림이다. 진짜 향수병의 용기를 일러스트로 예쁘게 옮겨 그려두어 눈이 행복했다. 혹시나 지구 어딘가에 향수 박물관이 따로 있지 않는 이상, 이렇게 많은 향수를 구경해 볼 수 없을 듯하다. 게다가 이 많은 향수에 대한 설명을 반 페이지씩 하고 있는데 설명을 딱딱하게 하지 않고 문학적인 표현이 가미되어 있어다. 모든 설명이 서로 다 다른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4711 오리지널 오 드 콜로뉴'에 대한 설명을 빌어 보자면,

'4711 오리지널 오 드 콜로뉴의 향기가 유럽 문화 속 깊이 스며들었다. 우리 할머니는 차 한 잔으로 잠이 안 깰 때 피로회복용으로 이 향수를 사용했다. 스파클링 한 시트러스의 사랑스러움을 느껴보자. 먼저 상쾌한 오렌지, 레몬 향이 확 끼쳐오고, 오렌지 꽃과 잎이 그 아래에서 풍부함을 더한다. - 후략-'

향기를 잘 모르는 나도, 책에 그려진 예쁜 향수병을 보며 이런 설명을 읽으면 어떤 향기일지 상상이 된다. 결국 이 두꺼운 책에서 약 500개의 향수 소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 페이지를 끝까지 넘기게 만들었다.

모든 향수는 동일한 표현법을 넣고 있다. 향수 이름, 제조사, 향수의 의미, 조향사, 가격대

조향사 이름이 들어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아무리 좋아하는 향수라고 해도, 제조사 이름이나 브랜드를 알고 있지, 조향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향사 이름들을 보자니 향수계 유명 셰프들이 등장한 것 같기도 하다.

향수의 의미도 좋았다.

마릴린 먼로가 '잠자리에 들 때 몸에 걸치는 유일한 옷'이라고 말해서 유명해진 샤넬 NO5를 찾아보니 '전설'이라고 적혀 있다. 역시 샤넬이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즐겨 찾고 쉽게 살수 있는 향수들로 소개하려 애쓰다 보니, 고가의 럭셔리 향수, 단종된 향수, 특별한 한정 제품 등은 제외했다고 한다. 대신 이런 럭셔리 향수를 소개하는 블로그 정보를 제일 뒤에 알려주는 세심함을 보여준다.

이 책은 향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있다.

  • 시트러스 citrus : 베르가못, 스위트, 비트, 블러드 오렌지, 레몬, 라임 등의 과일의 향이 향수의 원료가 된다.

  • 플로럴 Floral : 모든 향수에는 대부분 플로럴 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보니, 이 챕터뿐 아니라 다른 챕터의 하위에도 플로럴 향수가 포함되기도 하다. 머스크 플로럴 향으로 볼 수고, 플로럴 머스크 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솔리플로르 Soliflores : 꽃 한 송이만 꽂는 꽃병을 뜻하며 단일 식물향이 나도록 만든 향수를 의미한다. 장미, 재스민, 아이리스, 바이올렛, 라벤더 등 제목만 봐도 어떤 향인지 짐작 가능하다.

  • 소프트 앰머 Soft amber : 바닐린과 록 로즈에서 추출한 수지인 라브다넘의 혼합물을 의미한다. 19세기 중반까지 보석처럼 비싼 화석화된 나무 수지의 결정질 호박을 향수의 고정제로 사용했기 때문에 부유한 계층만 사용했다. 합성 바닐린이 등장하면서 생산 비용이 낮아진 이후 엠버 계열 향수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 허벌 Herbal : 식물의 잎, 씨앗이나 깍지에서 추출한다. 허브 에센셜 오일은 기운을 북돋고 금방 사라지는 휘발성이 강한 경향이 있다. 풋풋한 풀 내음, 상쾌함, 활력을 느낄 수 있다.

  • 우드 Woods : 남성용으로 인식되지만 향수는 누구나 뿌릴 수 있어야 한다. 플로럴 계열만큼 우드도 향의 범위가 넓다. 싱그럽고 꾸덕한 소나무 향, 검게 그을린 숯 향까지 다양하다.

  • 머스트 Musk : 동물성 머스크는 수천 년 동안 조향에 사용되었다가 1800년 후반에 화학자들이 합성 머스크를 발견하여 잔인함은 피하고 생산 가격은 낮추게 되었다.

  • 모시 Mossy : 시프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숲에서 넘어져 짙푸르고 축축한 이끼를 뒤집어쓴 것처럼 강렬한 향에서 나무뿌리 근처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오크모스 향기까지 흥미로운 강도와 구조를 보여준다.

  • 가죽 Leather : 스웨이드 지갑 냄새, 1960년 형 재규어 가죽 시트 냄새, 상자에서 막 꺼낸 새 신발 냄새가 나기도 한다.

  • 오우드 Oud : 아랍어로 나무를 뜻한다. 값비싼 오우드 에센셜 오일은 인도, 극동 아시아, 중동 지역의 전통 향수에 주로 사용되었고 이후 합성원료를 만들어내 저렴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 구르망 Gourmand : 솜사탕 향기가 나는 분자인 에틸 말톨과 앰버가 만나 달콤한 향수가 생겼다.

  • 프루티 Fruity : 과일향으로 루바브, 라즈베리, 수박 향기 등이 있다.

  • 컨셉 Concepts : 일반적인 향수의 한계를 넘긴 향기로 가장 잘 팔리는 향수는 아니지만 엉뚱하고 기묘한 컨셉의 향기는 향수 애호가들을 유혹한다. '익스트림 퍼퓨머리' 는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500여 개 향수 중에서 특이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향수 몇 가지 뽑아봤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13181348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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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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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림을 주제로 한 책은 여느 책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읽는 것' 같다. 화가나 그림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즐겁고, 그림을 보는 안목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서 좋다.

그동안 여러 책을 읽고 미술관도 가끔 들리다 보니 이전보다 지식은 쌓였으나 '그림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대중들에게 인기가 좋은 그림을 보면 후광효과가 올 때가 많아서 나의 안목인지 전문가나 대중의 안목을 내가 흡수한 것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유독 좋아하는 화가, 유독 좋아하는 무드의 그림이 있는 것을 보면 '안목'은 부족하더라도 '취향'은 있나 보다 싶다.

오랜만에 미술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 미술만이 아니라 음악도 담고 있다.

가끔 두 가지 영역을 엮은 책들이 나올 때가 있다. 미술을 예로 들자면 미술과 철학, 미술과 수학, 미술과 과학 등을 엮은 경우인데 신선한 접근법과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롭긴 하나 책 한 권 내내 같은 톤을 유지하기에는 어느 부분에서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애교라 생각하고 전체적인 맥락으로 읽었었다.

이번 책은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다. 저자 박소현 님은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클래식 강연자 겸 칼럼니스트이니, 음악가이다. 이런 분이 미술을 접목시켜 책을 썼으니, 사실은 음악이 메인이고 미술은 양념처럼 곁들일 줄 알았다. 여느 책처럼 일부는 억지로 한데 이어 붙여놓더라도 이해하고 읽자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30명의 화가와 30점의 명화, 30명의 작곡가와 30개의 명곡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고 미술과 음악 어디 하나 치우침 없이 균형감이 있었다. 짝을 이룬 화가와 음악가의 삶에서 묘하게 닮은 점을 잘 부각한 덕분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매 챕터마다 작곡가와 그의 명곡을 설명할 때 QR코드가 옆에 붙어있다. QR코드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해당 챕터를 읽었는데, 그림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마치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을 거닐으며 예술가들의 삶을 엿본 것 같다.

음악과 미술 중 미술을 확연히 편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소개하는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음악이 낯설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과 작품이 대중성이 높아서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훑지 않고 깊이 있게 다루어 줘서 매 챕터마다 하나의 독립된 칼럼을 읽는 것 같다.

그동안 다녔던 미술관에서 봤던 그림들에 대한 소개도 많았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도 대거 나와서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은근 클래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음은 책에 언급된 많은 작품 중 몇 가지를 골라서 음악보다는 미술 중심으로 썼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들]에서는 김창열의 <밤에 일어난 일> 그림을 설명해 준다. 김창열은 물방을 그림으로 유명하다. 몇 해 전, 제주에 있는 김창열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두 번을 갔었는데 전시 작품이 겹치지 않아서 풍족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문 때 <밤에 일어난 일> 을 봤었는데, 이 책에서 그 배경을 설명해 줘서 반가웠다. 1972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의 유화물감이 잘 떨어지게 하고자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두었더니 다음날 새벽 캔버스 뒷면에 맺힌 물방울이 아침 햇살에 영롱한 빛을 뿜어내었고, 물방울 화가가 탄생한 순간이 되었다.

파리에 정착해 40년 넘는 세월 동안 물방울을 그린 김창열의 인생은 20세에 파리로 유학을 간 후 20년간 조국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지 못하고 숨을 거든 쇼팽의 삶과 연결된다.

밤에 일어난 일

[바이올린으로 펼치는 히브리 선율]에서는 샤갈 <녹색의 바이올린 연주자>를 설명한다.

작년 샤갈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전까지는 예쁜 색상의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았다가 전시를 통해서 샤갈의 다른 면을 보았다.

그는 러시아 비테스트의 유대인으로 태어나 야수파, 입체파 회화를 습득한 후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했다. 그런데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던 시기에는 유대인의 한이 그의 그림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나치의 핍박이 어어져 그의 그림은 한없이 어두워졌다. 전시를 보러 갔을 때도 그 시기 그림이 걸린 섹션에서는 분위기가 심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다시 희망과 자유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고 많은 이에게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샤걀의 그림에는 바이올린, 소, 염소, 닭, 꽃이 자주 등장한다. 동물은 사람의 영혼이 동물의 육체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유대교 사상을 보여주고 바이올린은 천사들이 연주하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유대인들에게 친숙한 악기이기도 하다. 작품 속 녹색 얼굴의 남자는 샤걀을 대변한다.

샤갈과 함께 언급해 준 음악가는 러시아 출신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이다. 그 역시 샤갈처럼 유대인 탄압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여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니콜로 파가니니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손가락이 길고 휘었는데 화려한 기교로 연주를 쉽게 해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는 하루 10시간 넘는 연습으로 유전병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밀스타인은 파가니니를 향한 경외심을 담아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파가니니아나>를 작곡했다. 초절기교가 섞여있는 파가니니아나는 샤갈의 화려한 색채처럼 초절기교가 고루 섞여 귀를 즐겁게 해 준다.



[금빛 찬란한 사랑을 노래할 때]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설명한다.

빈 분리파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가지고 있는 클림트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이기도 해서 비엔나 여행을 갔을 때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등을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날 수 있었다.

클림트의 여성편력은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정신적으로 기대었던 사람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에밀리였다. 에밀리는 그의 여성 편력도 받아주었지만, 사망 후에도 이어진 수많은 친자 소송과 유산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주었다.

에밀리의 모습은 남편 로베르트 슈만이 사망한 후 남은 생애 동안 그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려 연주를 이어간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과 닮았다.

[죽음과 아름다운 여인을 읊다]에서는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를 소개한다.

에곤 실레의 그림은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까이 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의 그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여행을 갔을 때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서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고 그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서 에곤 실레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레오폴드 미술관'을 다시 들렸다. 이곳에 에곤 실레 그림을 많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관심이 있다 보니 그의 성격이나 생애에 대해 알게 된 상태에서 그림을 보니 여간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자화상, 누드화가 많이 알려져 있으나 마을을 그린 그림은 그의 특유의 색채가 정감 어리게 표현되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죽음과 소녀>는 '벨베데레 궁전'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림 속 남자는 에곤 실레이고 여자는 한때 연인이었던 발리이다. 실레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했지만 실레는 그녀를 배반하고 좋은 가문의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한다. 엔곤 실레는 발리에게 결혼 후에도 연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고 상처 입은 발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간호사가 되어 떠난다. 앙상한 팔은 마치 실레를 옭아매는 것 같고 그녀를 밀쳐내려는 오른손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왼손은 그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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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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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에 대한 확실한 설루션을 준다기 보다 자신의 문제를 또렷이 보게 해주고, 자신이 놓인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마치 굴곡진 인생을 겪어오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 유순한 심리 상담책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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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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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꽃과 나비를 속삭이는 시가 담긴 작고 예쁜 시집처럼 생긴 책이 도착했다.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제목과 어울리는 표지 그림이 무척 어울린다.

최근 들어 책을 받게 되면 표지의 그림이나 사진, 문구 등을 보고 책 분위기를 미리 예상해 보곤 하는데 마치 아이가 선물상자 열어보는 듯한 묘한 기대감이 있다. 표지 한 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다 보니, 책을 내시는 많은 분들의 많은 고심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분위기를 미리 짐작할 수 있고,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면 그림과 글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더욱 이해할 수 있어서다.

편안하고 잔잔한 그림에서 내용도 그리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겠구나 싶었고, '오늘을 살아가리라 다짐하는 그 순간, 생의 반짝임이 있다.'라는 문구가 벌써 오늘의 고단함을 위로해 줄 것 같은 느낌이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의 저자는 주지 스님인데 이해인 수녀의 강력 추천이라고 적혀있다.

종교를 진심으로 대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말로는 기독교라고 하나 교회를 다니지 않으며 말씀보다 실천이지라는 변명을 하곤 했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던 건, 기독교 재단의 중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에서 교회를 다닐 것을 강요해서였다. 학교 커리큘럼에도 성경 수업 시간이 주 1시간 있었다. 당시 성경 수업을 해 주셨던 선생님은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해 주신 게 아니라 성경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사건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해 주셨는데,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듯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그 김에 내 종교도 기독교가 되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교회와 멀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내 종교가 기독교임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가족들도 '그랬어?'라며 놀라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책에서 종교에 대해 언급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 뜨끔할 때가 있다.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에서 영성까지>도 그런 책 중 하나이다.

언제부터인가 성경 말씀이나, 다른 종교에서 지향하는 바, 그리고 좋은 책들에 적힌 글들이 하나로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사과를 보고 다른 화풍으로 그림을 그려놓고 '우리는 서로 다른 사과요'라고 말하고 있으나 내 눈에는 그 본질이 '사과'임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가 여타 종교, 여러 상반된 내용의 책에 대해서도 그리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일단 보고 듣는 편이다.

최근에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좋아서 산책을 할 때 종종 듣는다. 구수한 사투리 억양으로 대중이 알아듣기 유머러스 하면서도 편하고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 주시는데, 역시나 듣고 있자니 성경 말씀과 다를 바가 없다. 좋은 말씀이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다 같은가 보다.

내가 본 동영상은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법륜스님이 조언을 해 주는 시리즈인데, 사람들의 고민과 질문을 듣고 있자니 남의 허물과 어리석음이 정말 잘 보인다. 그런데 그 허물과 어리석음이 나라고 없는 게 아니라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든다. 똑똑한 척, 사리분별 있는 척 사는 것일 뿐이지 알고 보면 매 순간 욕심이 앞서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 법륜스님의 강연 덕에 일본의 유명한 고승의 책도 기대감 가득하게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평소 수행을 하며 느꼈던 점과 많은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며 든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불교를 다루고 있지 않다. '힘들긴 해도 괜찮네'라며 살수 있고, 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면 그 자리에 불교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으며, 저자는 오히려 매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늘어나 불교가 점점 잊혔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하다면 불교란 살아가기 위한 기술, 더 정확히 말하면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기술이므로 불교라는 도구를 한 번쯤 써보면 좋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고비가 올 때, 마음이 약해질 때, 미래가 불확실하여 불안할 때, 누군가를 찾게 된다. 주변인에게 고민을 말하기도 하고, 종교에 의지하기도 하고 점을 보러 가기도 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면 종교가 설자리가 없을 수 있겠구나 싶다.

이 책은 어떤 문제에 대한 확실한 설루션을 준다기 보다 자신의 문제를 또렷이 보게 해주고, 자신이 놓인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마치 굴곡진 인생을 겪어오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 유순한 심리 상담책 같기도 하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우리는 '우연히 태어났다'라는 말이다.

우연히 태어난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찾기 말고 세상이 빚어낸 '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괴로움을 기꺼이 수용하며 흘러가도록 놓아주자는 말에 꽤나 내 시선이 머물렀다.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나의 삶은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서 내 마음 같지 않은 하루와 인간관계 발을 동동 구르고, 더 나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

그런 우리에게 이름, 성별, 나이, 성격, 직업, 가족, 주소 등 나를 이루는 속성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내 의지로 태어났다면 태어나는 시간, 장소, 부모를 원하는 대로 골랐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태어나 '남들과 다른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인정받고 칭찬받으려고 애를 쓰지 말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는 삶의 지혜를 이 책은 알려준다.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고 싶어서 열심이지만 사람은 '자신의 기억력'과 '타인의 인정'이 빚어낸 존재이므로 진정한 내 모습 찾기는 애당초 이루어질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수동적인 존재이므로 무언가에 등 떠밀리듯 적극적으로 살려고 하면 숨이 차오르기 마련이다. 무심한 마음으로 살면 한 결 편하다고 말한다.

나처럼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심한 마음이 가당키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는 편이다. 그런데 그 정도가 과해지면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고, 마음의 병은 행복이라는 열매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행동은 열심히 살더라도 마음은 반대로 잔잔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실망할 일, 남을 질투하는 일도 준다.

사람에 따라서는 꿈과 희망이 인생의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루어질 리 없는 꿈을 힘겹게 붙들고 있기 보다 속마음을 한 번쯤 유심히 살펴서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목표'로 바꾸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그 과정을 그려보자. 단념을 할 가능성조차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일 보듯 냉정하게 뜯어보고 나서 낮은 곳에서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안이한 꿈에 빠져 허우적댈 일이 없어진다.

저자는 우연히 태어난 나에 대해 큰 의미를 찾지 말고, 꿈과 희망이 짐이 될 수도 있으며, 감정에 휘둘려도 괜찮고, 우리는 죽음을 향해 매일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하나씩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얇고 작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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