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어령의 말> 시리즈는 이어령 선생님이 작고하기 전 '이어령 어록집'을 내고 싶다는 뜻을 이어받아 만들었다. 올봄 출간된 1편에서 앞으로 이어령 어록집이 시리즈로 나올 것이라고 했었고 드디어 2편이 출간되었다.

1편을 '선물 같은 책'이라고 표현했는데, 2편까지 보게 되니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이어령 말> 시리즈는 이어령 선생님의 수백 권의 저서 중 명문을 골라서 책으로 만든 것으로, 이어령 선생님의 지적 유산의 엑기스를 모아서 볼 수 있다.


작고한 다음에도 이렇게 책이 꾸준히 출간되는 사람이 있을까? 이어령 선생님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책이다. 게다가 2편에서 "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360명이 모두 1등을 하지요." 이 문장을 발견하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아들과 추억이 있어서다.


이 책에 수록된 <이어령의 말>은 여러 책에서 발췌를 한 문장들을 다음의 9가지 주제로 정리가 되어 있다.

- 감성(인간의 조건), 지성(백지 앞의 지식인), 자연(계절이 부르는 노래), 문화(결과 알맹이), 물질(현대인의 풍경), 정신(자기 생을 찾는 빛), 일상(종지부 없는 이야기), 상상(아무것과 별것), 생명(모태와 무덤 사이)


많은 단어와 문장들 중 몇 가지만 골라내서 내 생각을 살포시 올려보았다.



p197 1등

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360명이 모두 1등을 하지요.


▶ 유명한 말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 자신의 길을 가면 모두 1등을 할 수 있다. 이 길이 아는 듯하여, 나의 길을 개척해 본 적이 있다. 가기 전에는 무서웠으나 막상 걸어가 보니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이런 삶의 태도는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아이의 방향으로 쭉 나아가길 바라본다.


p17 장애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장애인인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 자기 스스로 어떤 한계를 정해놓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 말이야.


▶ 내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나 스스로 한계까지 몰아넣는 건, 때로는 '자기 학대'에 가깝다. 그래서 평소 힘든 일이 생길 때, 금방 포기하지 말고 극복해 보고자 노력하거나 버티기를 해 보면 내 한계를 알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내 한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21 돈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가? 그 사람을 위해 돈을 써보면 안다. 그 돈이 아깝지 않다는 건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돈을 써보면 안다. 액수가 큰 만큼 사랑도 크다. 그 돈이 아깝지 않으면 '사랑한다'는 숫자인 게다. 나는 위해 쓰는 돈이 아깝지 않듯이 너를 위해서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 완전 공감이 된다. 한편으로는 나에게 돈이 아깝지 않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대부분 자녀에게는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부모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부모들은 나를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한다. 자녀에게 쓰는 돈의 10분의 1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사용한다면 삶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다.


p60 언어

언어의 속도에 반응해서 뒤쫓아가는 사람, 창조적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여러분은 언어를 소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뒤쫓아가는 사람이 되지도 말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 글쓰기와 말하기를 하는 사람도 처음에는 언어의 속도에 반응해서 쫓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면 그 속에서 재창조의 과정을 겪는다. 그다음 창조적 상상력이 찾아온다.


p150 맷돌

맷돌은 한 짝만으로는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두 개의 돌이 서로 마찰을 할 때 딱딱한 곡물은 부드러운 가루가 된다. 세대도 맷돌의 법칙을 모방한다. 기성세대는 고정되어 있는 맷돌짝이요, 젊은 세대는 그 위에서 끝없이 돌고 움직이는 또 한 짝의 맷돌이다. 그 마찰 속에서 문화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고운 가루가 된다.


▶ 나는 여기서 어처구니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마주 보며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처구니가 필요하다. 나는 어처구니를 '이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다면 서로 반목하게 되어 세대가 융합되고 발전된 문화가 아니라 두 개의 불완전한 문화가 삐걱거리게 된다.


p160 경쟁

(세상은) 천천히 살고 싶어도 숨차게 달리는 자만이 이길 수 있다고 부추긴다. 무슨 학문을 하든, 무슨 직업을 갖든 획일화된 경쟁 속에 뛰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즉 거북이는 거북이로 살지 못하고 자기 등껍질을 다 버리고 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 과거에는 전쟁, 기근으로 살기 힘들었다. 그런 암울한 시대와 비교해서 현재가 살만하지 않은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인류 역사에서 유토피아는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완벽한 세계는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적응을 하며 살 필요도 있다.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즐길 수 밖에...'


p175 부엌

현대의 부엌은 꼭 전기 상회 같다. 전기냉장고, 전기 믹서, 전기 오븐, 전기 솥... 부엌은 이제 장작불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돈을 먹기 시작했다.


▶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기 대부분은 여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워킹맘은 일과 육아/교육을 하면서도 가사일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건조기, 무선 청소기 덕분에 가진 약간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p180 상품

현대의 상품은 쉬 물리고 쉬 부서지도록 고안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의 인간관계 그대로이다. 우리는 우리의 할머니들이 시집올 때 혼수로 가지고 온 장롱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 장롱은 사람보다도 오래 남아 여러 대를 거치며 손때가 묻고 있다. 역사처럼 거기에는 인간의 정이 배어 있고 믿음과 그리움이 같이 젖어 있다.


▶ 어릴 때 자개농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자라면서는 모던한 디자인이 예뻐 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어릴 때 봤던 전통 가구의 멋을 알게 되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p196 완성

사람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완성되어가는 거란다.


▶ 어릴 때는 성인이 되면 사람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 아이를 다 키워놓고 보니, 사람이 되기란 죽을 때도 완성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01 치매

선거 때만 되면 노인을 폄하하는 젊은 정치인들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노인성 치매와 달리 청년성 치매는 자기도 곧 아버지처럼 늙게 된다는 뻔한 사실을 잃어버릴 때 발생하는 병이지요.


▶ 속이 시원하다. 우리 모두는 다 늙게 되는데, 왜 노인을 폄하하는 말을 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