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파이의 묘비명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6
에릭 앰블러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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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을 주로 쓰는 에릭 앰블러의 작품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디미트리오스의 관]도 있으니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하지만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스파이가 부실하거나 진지한 작품은 아니다. 진짜 스파이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니 스파이는 등장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도 무국적자로 프랑스에서 언어를 가르치며 프랑스 국적을 딸 수 있기만을 바라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우연히 여행간 곳에서 사진기가 바뀌는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바뀐 사진기에서 나온 사진은 스파이가 찍은 것이었다. 이에 그 남자는 경찰의 협박에 호텔에 있는 알 수 없는 스파이를 찾는 또 다른 스파이가 된다. 경찰의...

이 작품에서는 스파이의 행동이나 제목에서 내비치는 거창함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의 무국적자로서의 비애와 한 시대 - 제 1차 세계 대전 -을 산 사람들의 인생과 호텔에 투숙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소 코믹하고 황당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은 [디미트리오스의 관]에서처럼 한 시대의 세계의 상황과 정치. 역사를 보여준다. 헝가리인으로 태어나 유고슬라비아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고향이 다른 곳으로 편입되면서 그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인간을 통해 그 시대를 알게 해 준다. 그런 점에서 에릭 앰블러의 작품은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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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데온과 방화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4
J.J.매릭 지음, 박명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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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경찰 추리 소설이나 경찰이 등장한 소설 가운데 가장 지위가 높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영국의 경찰 지위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경감들이 주인공이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기데온은 그런 경감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다. 그의 주된 일은 경찰청에서 경감들의 사건을 지휘하는 일이다. 이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에서 주된 이야기는 연쇄 방화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외에도 각 경감들이 맡은 어린 아이 성폭행 후 교살한 사건, 은행 강도 사건, 주식 조작 사건, 여자들만 살인한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 

일선 경찰서의 경감들의 우두머리인 경시청의 부장 기데온을 주인공으로 그의 사건 처리 방법을 소개한 작품이다. 그는 발로 뛸 필요가 없는 높은 인물이다. 그의 발은 아래의 경감들이고 경감들 밑에는 경찰들이 있다. 그는 전화로 지시를 하고 보고서를 점검한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경찰이라고 할 수 있다. 간부 경찰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작품을 보면 된다. 물론 이 작품은 1961년 작품으로 그 당시 영국의 수도 런던의 스코틀랜드 야드의 지휘 체계를 알 수 있게 하지만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 범인은 모두 보여 지고 그들과 경감들과 기데온의 추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데온이 전화로 지시하고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순직한 일선 경찰들의 이야기, 그들의 가정사와 기데온의 가정사도 등장한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라기보다 경찰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경찰 소설이다. 그들도 인간이며 때론 실수도 저지르고 여자아이가 성폭행 당하면 자신들의 딸을 생각하고 같은 경찰이 당하면 동료애로 분개하고 그러면서 가정의 문제를 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이 사건의 제목은 기데온과 방화마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데온과 사건들이라고 해야 적당할 것 같다. 방화마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강간범, 은행 강도, 살인자, 주식을 조작한 경제 사범까지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건은 해결되지만 잡지 못하는 범인도 있고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빠져나가는 범인도 있다. 그리고 방화범은 두 명의 경찰을 살해한다. 하지만 그 경찰들은 말단 순경들이지 간부는 아니다. 경감들 중에 상처를 입는 인물도 나오지만 기데온같은 높은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산다. 책임감이라는 문제.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경찰이 아닌 그 경찰들을 지휘하는 경찰의 내면을 알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시리즈라고 하는데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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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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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이다. 완벽한... 한 남자가 살해된다. 그 남자의 살해 시점부터 20여 년에 걸친 한 남자와 여자의 공생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동지였고 따로 있지만 같이 있는 빛과 그림자였다.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남자의 행동도 이해가 안되고 여자의 행동도 이해가 안 된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아주 불행하고 남들은 결코 겪지 않을 고난을 겪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얀 밤에 걷다... 밤은 밤인데 하얀 밤이다. 빛이 보일 수 없고 탈출구는 어둠뿐이다. 절망이다. 지금의 나쁨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쁜 쪽을 택할 것인가... 차라리 어둔 밤은 낫다. 작은 빛만 비추어도 그것이 희망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그곳에서는 나쁨과 좋음의 선택이 가능하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빛이 있으니까. 하지만 하얀 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그 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 빛마저 볼 수 없는 하얀 밤이기 때문이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도 있다.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그런 삶... 이 작품은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얀 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분명 그렇게 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찾아보면 탈출구는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뜨거운 사막을 끝없이 걷는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는 오아시스에 대해 말해 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눈앞의 죽음이 선명한데 그 죽음을 피하기도 난감한데 오아시스를 찾아 헤맬 여유는 없다. 그것도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삶이란 누군가에게는 더 없는 축복으로 찾아오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망만으로 시작하게 하기도 하는 법이다.

이 작품은 정말 단숨에 읽었다. 틈을 주지 않는 작품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역자 후기나 작품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는 출판사의 무성의와 역자의 태도다. 세 권이나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출판하면서 책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마지막에 그냥 끝이라고 쓰다니... 출판사와 역자에게 좀 더 세심한 배려를 부탁하고 싶다. 대본소용 책도 아니고 말이다. 처음 책을 접할 때는 세 권이라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내용은 다소 마음에 부담을 남겼지만 작품 자체는 정말 좋았다. 기대를 갖게 하는 작가를 자꾸 만나게 된다는 것,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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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5-12-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읽은 작품중에 인생을훔친여자와더불어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지만 찝찝한것도많았습니다.
제일 불쾌했던건 작가의 여자에대한 시선이 편협하다는것
특히나 유키오를바라보는 시선이 역시 남자구나하는생각이드네요
어린시절 유키오가겪은건 인간으로서는 최악이었고 이후의유키오의행동은 그녀로서는 살기위한 몸부림이었음에도 그녀를 타고난악녀로 묘사한것도 그렇고 요스케의
변태적인행각을 부인의바람때문이라는식으로 암시하는것도 그렇고 두주인공들 여성들에게벌이는 특히 마지막에 유키오의남편의딸에게벌이는 범죄는 너무 가볍게묘사되더군요
이런소재를 마야베 미유키가›㎢囑窄?더 좋았을거라는생각이들었습니다.
더구나 유키오가 좋아하던 남자선배의언행도 유키오의전남편도 위선적으로보였구요
유키오의전남편이 바람을필거라는암시가 통쾌하기까지하더군요
역시 남성추리작가들은 악녀와성녀의 극단적인구분에서 벋어나지못한다는생각이듭니다.(제가 하드보일드물을 싫어하는것도 그런이유군요)
그럼에도 20년에걸친 사회문화적인 변화의 세밀한묘사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빼어났습니다.
다음작품에서는 여성에대한 균형잡힌 시각을보여주었음 금상첨화겠습니다.

물만두 2005-12-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그네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면 작가의 그런 면은 어쩔 수 없더군요. 아무래도 성적인 면이나 생각은 바뀌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도 비슷한 점을 영원의 전쟁을 읽으며 느껴서 너무 당황했답니다. 균형이 쉽지 않다는걸 그냥 인정해야 할 거 같아요 ㅠ.ㅠ;;;
 
가족사냥 - 상
텐도 아라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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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린 어떤 가족을 원하고 있을까. 사랑해? 얼마만큼 사랑해? 날 위해 죽어 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다. 사랑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폭력을 휘두르다 부모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한다. 경찰은 사건에 집중하지만 그의 가족도 문제가 있다. 자신의 완고함에 자살한 아들, 엇나간 딸, 자살 미수로 정신 병원에 있는 아내, 그리고 그가 보호하고 싶은 또 다른 가족. 사건의 발견자인 학교 미술 교사도 문제가 있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가정을 부정하는 사람인 것이다. 청소년 상담소 직원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다리를 저는 그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엄마와 함께 부양한다. 그리고 사랑만이 유일한 가족의 치유책이라고 말하는 사설 상담원. 이들은 내게 가정이라는 것과 사회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흰개미가 집에다 알을 낳고 그 알이 자라 흰개미가 되어 집을 속에서부터 갉아먹고 나중에 집안이 붕괴 직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멍한 기분. 어떻게 집이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것은 자식이 비뚤어지고 아내, 또는 남편이 집을 나가고 난 뒤 텅 빈 집 안에 들어선 남편 또는 아내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난 잘해 보려고 했을 뿐인데. 그 잘함이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외양만 멀쩡하면 그만 이라는 생각에 흰개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가정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만족과 행복이 아닌 단 한 사람의 만족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다. 그건 이미 가정으로써의 의미를 잃어버린 껍데기에 불과하다.

지금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나. 얼마나 표현하고 가족의 존재에 감사했나. 그리고 누군가 고민하고 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대로 무심하게 지나친 것은 아닐까. 단지 가족은 있어 주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은 자신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모든 가정과 가정의 구성원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욕심이 화를 부르고 그 화가 결국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릴 테니까. 

제목이 참으로 끔찍하다. 세상엔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규정지어 놓은 환상들이 깨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부모가 자식을 죽인 예는 옛날부터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아무도 사회 문제로 분석하거나 질책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이 부모를 고려장 지내는 것만이 문제되었을 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면 존속살인으로 사형이 선도된다.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죽이면 그 형량은 5년에서 길어야 10년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정상이 참작되면 집행유예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말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었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좋은 곳일까. 부모가 진정 자식을 사랑으로 보살폈고 우리가 추구하는 효라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옛말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다. 이 말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할 수 있는 자식은 그리 흔치 않다. 결국 문제는 어른 듯, 부모에게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회의 힘인 부모 세대는 이것을 부정한다. 요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이런 말을 한다. 문제아동의 뒤에는 언제나 문제 부모가 있다고. 아이들이 이유 없이 엇나가지 않는다고. 당신은 얼마나 자식에게 사랑한다고 보여주는가. 당신은 얼마나 따뜻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자신이 만든 틀 속에 자식을 끼워 맞추려고 하지는 않는가. 이 문제에 예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시길. 당신 가족의 미래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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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눈동자의 아가씨 / 암염소가죽 옷을 입은 사나이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3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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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뒤에 등장하는 작품 <백작 부인의 복수>와 비교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명 대사는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공감이 가지 않지만 뤼팽의 전형적 기질과 호기심이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뤼팽이 <백작 부인의 복수>에서 돈을 따라 사건에 휘말린다면 이 작품에서는 여자를, 그것도 아름다운 두 명의 여자를 따라 가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진짜 따라가고 싶었던 초록 눈동자의 아가씨 대신 따라 간 여자는 기차 안에서 살해당하고 그 살해에 가담한 여자가 초록 눈동자의 아가씨로 밝혀지면서 뤼팽은 졸지에 사건을 해결하랴,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를 보호하랴 정신없어진다.

이 작품은 명 대사 '불 좀 빌립시다'도 있고 하니 영화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뤼팽을 영화화한 작품들도 DVD로 출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한 뒤에 삽입한 <암염소 가죽 옷을 입은 사나이>는 모리스 르블랑이 추리 소설의 아버지격인 애드거 앨런 포우의 작품에 대한 경의를 나타낸 작품으로 영화로 치자면 오마쥬를 한 작품이다. 뜻깊은 작품이니 만큼 그 작품을 생각하며 읽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어떤 작품인지 말하면 읽는 재미가 반감될 테니 쓰지는 않겠지만 읽자마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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