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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생이다. 완벽한... 한 남자가 살해된다. 그 남자의 살해 시점부터 20여 년에 걸친 한 남자와 여자의 공생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동지였고 따로 있지만 같이 있는 빛과 그림자였다.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남자의 행동도 이해가 안되고 여자의 행동도 이해가 안 된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아주 불행하고 남들은 결코 겪지 않을 고난을 겪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얀 밤에 걷다... 밤은 밤인데 하얀 밤이다. 빛이 보일 수 없고 탈출구는 어둠뿐이다. 절망이다. 지금의 나쁨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쁜 쪽을 택할 것인가... 차라리 어둔 밤은 낫다. 작은 빛만 비추어도 그것이 희망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그곳에서는 나쁨과 좋음의 선택이 가능하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빛이 있으니까. 하지만 하얀 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그 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 빛마저 볼 수 없는 하얀 밤이기 때문이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도 있다.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그런 삶... 이 작품은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얀 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분명 그렇게 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찾아보면 탈출구는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뜨거운 사막을 끝없이 걷는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는 오아시스에 대해 말해 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눈앞의 죽음이 선명한데 그 죽음을 피하기도 난감한데 오아시스를 찾아 헤맬 여유는 없다. 그것도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삶이란 누군가에게는 더 없는 축복으로 찾아오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망만으로 시작하게 하기도 하는 법이다.
이 작품은 정말 단숨에 읽었다. 틈을 주지 않는 작품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역자 후기나 작품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는 출판사의 무성의와 역자의 태도다. 세 권이나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출판하면서 책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마지막에 그냥 끝이라고 쓰다니... 출판사와 역자에게 좀 더 세심한 배려를 부탁하고 싶다. 대본소용 책도 아니고 말이다. 처음 책을 접할 때는 세 권이라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내용은 다소 마음에 부담을 남겼지만 작품 자체는 정말 좋았다. 기대를 갖게 하는 작가를 자꾸 만나게 된다는 것,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