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국민 작가'라 불릴 만큼 세대를 불문하고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며 동화작가. '은하철도의 밤'은 겐지의 동화 중에서도 그의 사상이 가장 잘 집약된 백미로 뽑히고 있다. 인물과 배경의 묘사가 뛰어나며, 이들을 묘사함에 있어 시각, 청각, 후각적 이미지와 비유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반니의 아버지는 고기잡이를 나간 뒤 소식이 없고, 어머니는 병들어 계신 상태이다. 조반니는 집에 돌아오시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이고, 학교가 끝나면 인쇄소에서 일을 해야 하는 힘겨운 생활을 한다. 은하수 축제의 날,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 때문에 슬픔에 잠겨 언덕에 앉아있던 조반니는 자신을 위로해주던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를 지나는 기차에 올라탄다.
현실-꿈-현실의 회귀구조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은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며 남아있는 자는 모두를 위해 살아가야한다는 깨달음을 보여주는 동화이다. 컬러 삽화가 곁들여진 양장본으로 다시 펴냈다. 이 외에 다른 단편들과 함께 묶은 <은하철도의 밤>도 있다.
어쩌면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사실 원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로 더 잘 알려졌을, 일본 근대문학의 '독특한' 존재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걸작선. '은하철도의 밤'뿐 아니라 '주문이 많은 요리점', '첼로 연주자 고슈' '쏙독새의 별' 등의 대표작이 들어 있다.
겐지의 세계는 환상적이고 우주적이다.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도 그랬듯이, 그 세계는 아이들이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어른들에게는 그 이상의 지평을 열어주는 상상력의 보고다.
하늘의 별, 은하수, 은하수를 가로질러 달리는 기차, 포세와 춘세의 쌍둥이별 등 하늘의 세계와 튤립, 개양귀미, 달리아, 쏙독새 등의 동물의 세계는 겐지의 '불교적' 세계관과 맞닿아 깊이 있고 자연스런 동화를 이룬다.
그 세계에서는 교훈, 혹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같은 것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 의태어로 표현된 환상적인 정경을 그저 느끼는 것으로 족하다(의태어가 감탄스러울 만큼 효과적으로 쓰인 겐지의 동화는 구연동화용으로 적합해서 일본의 교과서에 실린다고 한다).
'은하철도의 밤'이 맨 앞줄에 있지만 그보다는 뒤에 소개된 다른 중편과 단편들을 먼저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오길 권한다. 마음의 주파수를 겐지의 세계로 맞추고서 온전히 온몸이 녹아들었을 때, 비로소 모든 상징과 상상의 결집체인 '은하철도의 밤'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