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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66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9월
평점 :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나는 이 시인을 모른다. 처음 시인의 시를 읽는다. 새들의 꿈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니 그건 무슨 뜻일까 생각했다. 시를 읽는 동안 왜 이 시어 한 구절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시인의 꿈에서는 고향에 대한 생각, 그리움, 후회, 아쉬움 등의 떠난 자만이 알 수 있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의 꿈속에서나마 떠나온 고향, 모시지 못한 부모님, 두고 온 친구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시인은 자신이 떠나와서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어떤 시기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인생 전체를 사로잡는 멍에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떠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남부럽지 않아 보이는 인생을 산 것 같은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산다는 건 다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이룬 자나 못 이룬 자나 한 세상 사는 것도 마찬가지고 한 세상 뜨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가는 것은 후회와 미련뿐인 것이다. 그것을 감추고 각색하느라 우리 참 힘들게 살고 있다. 시인이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어차피 남는 건 허무함과 그리움뿐이라고...
내 꿈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코가 막혀 정작 자신은 맡지도 못하면서 생각을 한다. 바다에 작은 배 떠나간다. 등대가 빛을 비춘다. 그 빛을 제때 볼 수 있기를... 어쩌면 아직 나는 미련을 가져도 되지 싶다. 욕심을 부려도 좋지 싶다. 그래도 남은 시간이 있으니, 어쨌든 갈 때 후회하고 털어내지 못하고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