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과 여전사 1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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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이 책의 표지 맨 위에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의 신비를 벗기다>라고 썼다. 그럼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란 무엇일까?

 

‘메트로섹슈얼이란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Mark Simpson)이 1994년에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이르는 말이다.

 

그와 반대 개념으로 쓰이는 콘트라섹슈얼은 2004년을 전후해 영국에서 처음 생긴 용어로,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반대되는 20, 30대의 여성상을 일컫는다. 반대를 뜻하는 라틴어 콘트라(contra)와 성을 뜻하는 섹슈얼(sexual)의 합성어이다. 다시 말해, 결혼이나 육아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여성상보다는 사회적 성공과 고소득에 중점을 두는 젊은 여성들을 가리킨다.’ 라고 백과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니까 메트로섹슈얼은 작품 제목처럼 꽃미남을 콘트라섹슈얼은 여전사를 가리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다시 저자가 융이 말한 심리적인 용어인 아니마와 아니무스에 대해 알아보자. 아니마란 남성이 지니는 무의식적인 여성적 요소를 말하고 아니무스는 여성이 지니는 무의식적인 남성적 요소를 말한다.

 

저자는 처음에 신화와 종교를 통해 양성이 인간의 원초적 이상향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자웅동체가 바로 인간이 지향하는, 인간이 만들어야 하는 인간의 참모습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외관적으로만 다를 뿐 내재된 안에는 양성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그 중 우리가 어떤 것을 더 많이 표출하고 더 많이 억압하느냐가 남성적이라는, 또는 여성적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를 거치면서 가부장적인 시대 안에서 꽃미남을 낳고 여전사를 낳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가 원하는 것이었지 스스로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 화가가 자신의 시각으로 여성적인 모습의 남성을 그린다. 이것을 아니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여전사는 아니무스의 표현이겠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디에도 긍정적인 여성성은 없다는 것이다.

 

여성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아름다움과 섹시함만을 나타내는 것인가? 남성성이라는 것이 사회적 지배욕과 힘만을 나타내는 것인가? 물론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배웠다. 이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여성은 없었다는 말이 되며 앞으로도 여성은,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것이 참으로 씁쓸한 결론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이 생각났다. 그 행성에는 성의 구분이 없는 존재가 산다. 그들은 외양적 성으로 구분되지 않으니 외모에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그들은 성을 공유하고 출산도 합의하에 정한다. 만약 이런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지금 시대가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 출연한 시대라 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금기를 깬 양성 평등 시대, 저자가 처음에 지향한 양성공유의 이상적 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어떤 곳에서든 규범과 금기, 법률과 차별을 만드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상들이 한때의 유행이라면, 인간들이 즉, 남녀가 서로의 편의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금세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계 사회에서는 여성이 억압받았고 지금도 부계 사회이므로 여성은 억압받고 있다. 그렇다면 모계 사회로 바뀌면 반대로 남성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을 것이다. 성이 존재함으로 억압이 존재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메 웨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내가 만든 창조물이다'.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성을 뛰어 넘어 스스로가 스스로를 창조하는 자가 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성은 약간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듯, 경계가 허물어져 뜨거운 포옹으로 아름답게 만날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아니라고 본다. 저자가 그렇게 주장하려고 보여준 많은 그림과 인물과 신화와 그 모든 것들이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을 나타낸다 할지라도 그것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꽃미남이든 여전사든 모두 남성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꽃미남도 결코 여성지향적은 아니다. 한쪽의 성 밖에 없는 곳에서 양성의 평등과 만남과 작게는 조우를 바라고 있다.

 

저자가 2권으로 책을 만들었는데 1권반의 분량이 꽃미남에 대한 것이고 반쪽 분량만을 여전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 점만 보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만남과 그 성적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싶다. 물론 남성의 세계 안에서 그만큼 여전사가 없었음의 반증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성이 아니라 성을 초월하려는 것, 또 다른 금기를 깨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존중... 이것이야말로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결론을 보면서 저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가치관의 진화를 논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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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07-2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옥씨 책들은 재미는 있지만 좀 비약이 심한 구석도 있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부분이 있달까...
제목부터 엄청나게 선정적이지만, 왠지 끌립니다.-_-; 꽃미남 때문일까.후훗...

물만두 2006-07-2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선정적입니다^^ 비약은 심하더군요. 주제와도 좀 동떨어지구요. 꽃미남 무지 많이 나옵니다. 특히 제임스 딘도 나옵니다~^^

Koni 2006-07-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을 보고 꽤 끌렸었는데(꽃미남!) 꽤 무거운 책인가봐요.

물만두 2006-07-2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무거운 책 아닙니다. 약간 저자와 제 의견이 다를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