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쫓다 달이 된 사람
미하엘 엔데 지음, 박원영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첫 단편 <‘따분이’와 ‘익살이’>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분이’는 보고 나면 누구나 잊어버리는 인물, 기억 못하게 되는 인물이고 ‘익살이’는 만났는지 알 수 없고 볼 수도 없는데 뒤에 가서 기억하게 되는 인물이다.


‘따분이’는 아무리 진실과 사실과 진짜를 알려 주도 소용이 없어 슬프고 ‘익살이’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거짓과 도둑질과 온갖 나쁜 짓을 해도 그 당시에 알 수 없고 지난 뒤 기억 속에서만 떠올리게 되므로 재미있어 한다.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좋은 건 뒤 돌아서서 잊어버리고, 나쁜 건 당한 뒤에 후회해도 이미 때가 늦고... 세상에 이 둘이 공존하는 한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망각과 후회의 연속이 될 것이다. 그것이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든 작은 개인사에 국한되든지 간에.


이런 면에서 <거울을 보지 않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이 미하엘 엔데가 들려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은 우리가 이런 일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울이 아무리 진실을 보라고 해도 백설 공주의 동화 속 왕비처럼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 눈멀고, 자신만의 행복에 겨워 절대 거울을 보지 않는 것뿐 아니라 그 거울을 없애기도 한다. 보면 무엇이 보일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두운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글픈 아이러니지만 위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예’ 혹은 ‘아니오’>와 <원맨쇼의 달인>은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함을 남겼다. 그러고 보니 전체적으로 그리 밝은 작품들이 아니다. 그래서 아쉽냐면 그건 아니다. 어차피 사는게 그런 건데 꼭 밝은 것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 속에는 언제나 그림이 들어 있다. 이번에는 칸딘스키다. 칸딘스키가 이렇게 환상적인 작품을 그렸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그림 보는 재미가 대단했다. 정말 환타스틱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림들을 보면서 이 작품이 주는 무거움을 그림이 얼마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림만 보더라도 그저 좋을 수밖에 없는, 가끔 꺼내서 읽고 싶은, 보고 싶은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소장하고 있다가 우울할 때 꺼내서 그림을 찾아보고 글을 읽어보면 식탁에 놓여 진 봄꽃처럼, 밥상의 싱싱한 채소처럼 삶의 입맛을 돋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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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2006-05-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감사합니다..Thanks to!!

물만두 2006-05-1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가넷 2006-05-19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보신거여요?.

물만두 2006-05-1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 작아서 금방 볼 수 있어요. 저는 그림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