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본인도 후기에서 적고 있듯이 <푸른 불꽃> 이후 4년 만에 쓴 작품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푸른 불꽃>이 좀 늦게 출판되었고 내가 본 게 2004년이니까 2년만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에게는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도 <푸른 불꽃>의 불꽃을 다 태우지 못한 듯하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눠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한 회사가 주식 상장을 앞두고 밀실에서 사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전무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변호사와 방범 컨설턴트라는 조금은 수상한 남자가 트릭을 깨트리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을 담고 있다.


2부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범인을 등장시켜 그의 입장에서 범죄를 벌이게 된 사연에서부터 트릭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과정까지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너무 간단해 보여 1부에서 온갖 추측과 탐색을 하던 이들을 황당하게 만든 것과 그것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약간 허무했지만 말이다. 차라리 완전범죄였다면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 시점에서는. 하지만 2부에서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것이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에필로그를 읽어보면 알게 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방범 컨설턴트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부분이 이 작품에서 약간 동떨어진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작가가 2부에 범인을 등장시킨 것은 아마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작품이라면 탐정과 범인을 동시에 독자에게 보여주는 구성을 택한다. 그것은 독자에게 긴박한 스릴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1부에서는 탐정을, 2부에서는 범인을 마치 독자적인 두 편의 작품을 보여주듯이 구성하는 예는 못 본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을 압도하는 극 초정밀 밀실살인>이라는 출판사의 선전문구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2부와 에필로그에 있다. 1부는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맛있는 전채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 전채가 아쉽게도 주요리보다 더 맛있었을 수도 있다. 사람 입맛은 각기 다른 것이지만. 내 입맛에는 두 편이 한 작품이든 따로따로 각각의 작품이든 상관없이 작가의 <검은집>과 <푸른 불꽃>을 나란히 배열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각기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맛이 따로 놀아도 상관없이 좋았다.


1부에서는 아직도 밀실 살인이라는 고전적이며 정통적인 추리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서 좋았다. 이제 모든 추리소설은 범죄소설로 사회파소설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아직 정통은 살아있고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다고 말하는 것 같아 즐거웠다. 추리소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독자가 범인의 트릭을 풀어가는 맛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2부에서 사회파소설을 보여줘서 그것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음을, 추리소설에 있어서 발전이라는 것이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창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독자에게 어필하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있음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역시 좋았다.


날로 세상은 험해지고 각박해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 전체 모든 범인을 천편일률적으로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 세상과 격리해야 하는 범죄자도 있고 어떤 사회 제도 아래서 재교육을 하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할 범죄자도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인간의 손이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것도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 그 누구의 손이 아닌. 우리 모두 사회의 구성원이며 잠재적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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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4-2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리뷰 절대 못 봤어요. =3=3=3

물만두 2006-04-2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제가 스포일러를 썼나요???

비로그인 2006-04-2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리뷰 읽으니까 유리 망치 더 빨리 읽고 싶어욧~~~

물만두 2006-04-2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토코이님 이런 또 제 수에 넘어가셨군요^^ㅋㅋ

namu^^ 2006-05-0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아직 최근 일본작가들꺼는 못 찾아봤는데...얼른 읽어봐야겠네요

물만두 2006-05-0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하지만 평은 엇갈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