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추구와 발견
파트리크 쥐스킨트.헬무트 디틀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사랑은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고 아름답다. 세상엔 각양각색의 사랑이 있고 어쩌면 어떤 사랑은 추하고 잔인한 모습일지 모르지만 가끔 그것이 사랑의 껍데기를 뒤집어썼다는 이유로 다시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이 작품 속에서의 미미와 비너스의 사랑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처럼 대단하게 보이는지를. 아니다. 하지만 이 사랑이 그렇다면 세상 모든 사랑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이다. 파트리스 쥐스킨트는 위대한 신화적 사랑을 보편적 사랑으로 끌어내렸다.

 

그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어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승에서 다시 만나 현실의 세계로 올라오면서도 미미는 비너스의 살이 빠진 엉덩이에 대해 불평을 하고 비너스는 그 말에 발끈한다. 마치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의 존재를 의심했듯이. 그런데 그런 것이 사랑이다.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의심하고 질투하고 비난하고 상처주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신화적 모든 사랑인 것이다.


피천득의 인연이 생각난다.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마지막 말에서 그래도 만나 그런 감정이라도 느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사랑은 발견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사랑을 표현하고 나타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근본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비극적이거나 애절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사랑에 품고 있는 환상 때문이다. 낭만이라는... 그런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남는 찌꺼기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그것도 사랑이다.


우리는 지금 사랑을 고운체에 걸러내고 있다. 아래에 걸러진 고운 입자를 가질 것인가, 위의 거친 걸러지지 않은 입자를 가질 것인가, 선택은 사랑하는 이들의 몫이다. 미미와 비너스의 사랑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비견될 수 있는데 그 어떤 것을 선택한다 해도 사랑은 신화가 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신화를 만드는 중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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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쥐스킨트가 책을 썼군요!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댓글다는 걸 보면 쥐스킨트가 `제 독자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반가워서 그만...

물만두 2006-04-1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직도 모르셨다니~^^

비로그인 2006-04-1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향수는 그렇게 주구장창 읽고도 ...지금 알라딘에서 검색해보고 혼자 게으름꾼 독서가가 된 기분에 허하게 앉았답니다. 흐흣. 그래도 읽을 책들이 있어 좋아요.

물만두 2006-04-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그래도 읽을책을 발견했다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게 안되죠^^

비로그인 2006-04-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트리크 쥐스킨트...언제 읽고 안 읽었는지...기억이 가물가물...추리의 대가에 로맨스의 대가까지 군림 하시겠군요.

물만두 2006-04-1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개비 아우 늦게 댓글을 봤구려~ 음... 쥐스킨트책은 몽땅 본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