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의 날카로운 추억처럼 각인되는...

2006 오늘의 추리소설 - 첫 섹스에 관한 보고서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3월

이번 작품만큼 작품들이 고르게 수작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을 해부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류성희 작가의 작품이 표제작으로 나온 단편집을 보니 더욱 반가웠다.

김차애의 <다정다감>부터 사로잡는다. 이 작품을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백휴의 <낙원의 저쪽>이 생각났다. 그때 마지막 결말에서 약간 실망했었다. 만약 그 작품의 마지막 결말이 이 작품의 마지막 결말처럼 끝맺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철의 <황금의 집>은 사회적인 메시지는 공감이 가지만 그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기에 단편이라는 소설적 한계가 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장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미애의 <그녀만의 테크닉>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반전이 좋았다. 계속 이런 작품만 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상윤의 <교차로에서 만나다>는 코믹 미스터리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읽는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류성희의 <첫 섹스에 관한 보고서>는 첫 섹스에 대한 인간의 느낌이 만화경처럼 각양각색으로 흔들고 볼 때마다 달라지듯이 추리소설도 그렇다고 말하는 듯하다. 마치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에서 ‘첫 키스의 날카로운 추억은...’이라고 읊조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지만 마지막까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과연 우리는 무엇에 연연하는 것일까에 대해서...

장세연의 <어둠의 초상>은 본격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다.

황세연의 <보물찾기>는 그야말로 인생은 보물찾기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찾았나 생각하고 펼쳐보면 꽝이었던 어린 시절 소풍 때의 보물찾기처럼. 그러면서 또 찾게 되고 또 찾게 되는. 누구나 마찬가지인 인생의 보물찾기는 미스터리의 보물찾기와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작품 빠지지 않고 어느 한 작품 딱 꼬집어 좋다고 고를 수 없을만큼 모두 좋았다. 이 단편집만 같다면, 여기서 계속 조금씩 나아간다면, 좋은 장편이 나오고 그러면 언젠가 좋은 작품들만이 나와서 우리나라 작품 읽기도 벅차서 다른 나라 작품 읽을 새가 없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이렇게 소망한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