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라고 읽는 내내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 쥐스킨트씨가 갑자기 어떻게 되었길래 사랑에 대해 고금을 넘나들며, 작가들 사이를 오가며, 작품들 안을 헤집으며, 심지어는 성서와 신화를 비교하면서까지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단 말인가.


오오, 통재라! 내가 원한 쥐스킨트의 작품은 이런 것이 아니었거늘... 사랑은 지극히 통속적이며 인간적이고 단순하며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누가 사랑을 작정하고 하고 누가 사랑을 ’자, 이제부터 우린 사랑을 하는 거야.‘라고 하며 한단 말인가. 토마스 만처럼 그렇게 갑자기 뜬금없이, 주책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 작가가 토마스 만이라는 걸 뒤에 알았지만.


사랑을 해부하고 헤집어서 뭐에 쓸려고 그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당신 귀에 이런 소리가 안 들렸나 모르겠다. ’나, 사랑인데 나 좀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사랑이 사랑에서 시작을 하던 죽음에서 시작을 하던, 죽음이 죽음에서 끝이 나던 사랑에서 끝이 나던 간에 우리가 아직도 <러브스토리>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꿈꾸고 드라마와 영화, 노래에서 사랑만이 전부인 것처럼 반복되는 것은 이미 사랑을 인간이 믿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아니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이다. 왜? 그것보다 더 어리석은 말이 어디 있는가.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했지만 그들에게 사랑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쥐스킨트씨,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참 궁금하군요. 혹 뇌진탕이라도 일어난 거 아닌가, 이 어리석은 독자는 되묻고 싶습니다. 사랑 얘기해서 뭘 하려고 했는지요?   

 

참, 그런데 중간 중간의 빈 페이지는 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주 깜짝 놀랐다. 파본인 줄 알고. 글이 이어져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무슨 연유로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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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이 추리소설 말고 다른 책 손에 쥐고 있는 건 쉽게 상상이 안 가요.
..비추리도 많이 읽으시지만.

물만두 2006-03-0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언니 제 시작은 추리가 아니었답니다 ㅠ.ㅠ;;;

Mephistopheles 2006-03-0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안부를 여쭤봤자 쥐스킨트씨의 대답은 하나 일껍니다..
`제발 나를 그냥 냅두란 말이여요..네~!!'

물만두 2006-03-0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왜 사랑을 건드렸냐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