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레드 - 삶의 숨은 진실을 찾는 15편의 심리동화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이 책에 대한 설명만 듣고 동화를 재해석해서 이 동화는 이런 관점에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식으로 쓰여져 있기를 바랬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예전에 읽었던 동화들이 아이들이 읽기에 얼마나 잔인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시각을 심리학자인 저자로부터 얻기를 원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내가 원하던 그런 책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작가가 새로운 시각으로 쓴 각색한 동화 몇편과 창작물이 있을 뿐이었다.


<백설공주>로 우리가 알고 있는  Snow White에 대해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루비 레드>보다 더 좋은 책이 있다. 에드 맥베인이 추리 형식으로 쓴 동화 이름을 딴 매슈 호프 시리즈 중 하나인  Snow White and Rose Red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이 작가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


누구나는 아니겠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을 닮았음 바라던 것이 닮지 않은 부분만이 눈에 뜨일때 부모들은 자식에게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또 엄마들은 흔히 딸들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의 얘기라면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보다는 왜 계모일 수밖에 없었나가 동화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시대 어머니를 나쁘게 그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가 내 생각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항상 빠지는 건지 그것에 대한 해석도 부족하다. <루비 레드>에도 아버지는 존재감이 없다. 아버지로 인해 일어난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 아버지는 철저하게 배재된다. <백설공주>에서처럼. 그것에 대한 심리적 성찰도 부족했다. 또 다른 하나의 미완성적인 동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존의 동화를 다시 쓴 것이 아닌 것 같은 작품들은 오히려 독특하다. 괜찮은 SF 단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너무 성적인 면에 집착하는 것이 흠이고 여성에 대해서만 경직된 시선이 아쉽지만 <하늘 너머 하늘>이라던가 <잃어버린 것들의 요정>은 좋았다.


물론 누군가의 작품과 비슷해 보이는 작품도 더러 보인다. 인간의 생각이란 한정된 것이라 심리학자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존의 동화 중 그래도 <거위>는 괜찮았지만 이런 얘기는 우리도 하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탐욕, 성욕, 소유욕, 집착과 지배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저자는 우리가 늘 아는 것과 같이 버리고 같이 이루고 감싸 안으며 포용하는 잠언과 같은 결말을 보여준다.


다 읽고 나서 우리가 도대체 동화를 읽고 자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했다. 그것,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림 형제의 동화라던가 안데르센의 동화들이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게 쓰여졌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들을 위해 읽힐 것이 없던 시대에 그저 생각없이 읽히던 것이 습관처럼 내려온 것은 아닐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도 아이들에게 잔인한 동화를 읽어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읽어주고 읽게 하는 것이다. 우린 아직도 아이들에게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읽어준다.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것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보다는 적어도 읽어줄 책들이 많은 오늘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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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_-a 사놓구 아직 못 읽었어요. ;; 근데 정말 어렸을 적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던 동화책이 얼마나 잔인한 내용이었는지 깨닫고 느므나 오싹 -_-;;;;

물만두 2006-02-2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생각하면 정말 아이들이 읽을게 못되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Mephistopheles 2006-02-2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설공주의 경우 원본은 엽기 잔혹 근친상간에...
이런 걸 애들이 읽을 수 있게 바꿀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만두 2006-02-2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새엄마에 아버지의 존재감을 없앤것이겠지요. 신화의 영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