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처음 등장한 ‘아이거 빙벽’은 출판계의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내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주디 퀸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트레바니언은 이 작품의 아이디어가 된 것은 대중적 스파이/액션 장르에 대한 풍자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 장르의 영화를 단 두 편 보았을 뿐이고 이언 플레밍의 작품 또한 1/3 남짓 밖에 읽지 않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그가 기존 장르 소설에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첫 원고를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매뉴얼에 나와 있던 열 개 남짓한 출판사로 보냈지만, 돌아 온 것은 절반은 완전한 무시, 나머지 절반은 거절의 답장이었다, 하지만 그 중 딱 두 개의 출판사, 그 중에서도 크라운 출판사가 출판화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 덜 세련된 그의 작품은 교육수준이 높은 독자들에게는 그리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어, 트레바니언은 전체 분량을 전부 새로 쓰기로 하였다. 그들은 이 책이 뼈있는 풍자와 재치, 그리고 정치적/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그 결과물로서 나온 것이 ‘아이거 빙벽’이다. 그는 자신이 항상 머릿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개성있는 인물들(랜디 니커스, 체리핏, 유라시스 드래곤 등), 6등급 산악 등반에 대한 사실적인 장면들을 살리는 한편, CIA에 대한 비판적 요소와 조롱적인 요소를 담았다. (배경이 60년대 후반임을 기억하자. 당시 CIA가 심취해 있던 각종 공작은 전세계를 핵전쟁으로 몰아갈 수도 있던 것이었다.)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트레바니언에게는 불만스럽게도, 이 책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평론가들에게서만 풍자소설로서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에서는 장르의 수많은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에 휩쓸린 나머지 비평에 있어서는 큰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영국의 한 평론가는 이 책을 '문학적으로 씌어진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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