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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미각 식탐정 1 - 세계편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인들의 장점 중에 하나는 남의 것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다. 식탐정이 등장하니 예를 음식으로 들어보면 인도의 커리를 가져다가 카레를 만든 거며, 커틀렛을 가져다가 돈까쓰를 만든 거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인도의 커리와 일본식 카레를 비교해보면 같은 음식이라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흡수성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적응력과 흡입력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추리적 요소들도 다른 작품의 트릭이나 소재가 들어있다. 아마 읽어보면 어떤 작품에 이런 유사한 내용이 있었음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양념을 가미하고 한 번 더 비틀어서, 또는 그들만의 색을 입혀 전혀 다른, 모방이 아닌 그럴듯한 포장으로 내 놓는다.
인간의 창작에는 한계가 있다. 모두의 생각은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양산되곤 한다.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아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누군가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무언가 다르다. 보면 우리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에겐 이런 포장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다.
제목에 탐정이 들어가서 추리물로 잔뜩 기대를 했다. 물론 추리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요리가 등장한다. 요리와 추리의 접목은 렉스 스타우트의 네오 울프를 연상시키지만 식탐정이라는 말처럼 이 작품은 과도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추리에 치우치지 않아 오히려 독자층에게 골고루 지지를 받을 것 같다.
다만 마지막에 일본의 누가 중국으로 건너가 몽골의 시조 징기즈칸이 되었다고? 이렇게 교묘하게 카더라 통신을 퍼트리는 얍삽함 때문에 이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가 없다. 중국과 몽골은 다른 나라인데 중국이랑 짰냐? 큰 나라는 보이고 작은 나라는 안 보이는 두 얼굴의 양심 없는 이들에게 작가 정신적 양심을 기대한다는 건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길보다 더 힘들지 않나 싶다. 이 작가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기분 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