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머즈 하이 1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함께(바소책)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코야마 히데오는 엄밀하게 추리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작 <사라진 이틀>에서도 알았지만 그에게 미스터리란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도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영원히 신문 기자로 남고 싶었던 지방 신문의 나이 마흔의 기자가 있다. 지방에 새로울 것도 변화도 없는 나날 중에 거대한 사건을 만나게 된다. 일본 최대의 항공기 사고... 그 사고의 편집자를 맡게 된 날 그는 친구와 산에 오르기로 했었다. 하지만 자기만 못 갔다고 생각한 순간 친구의 비보를 접하게 된다.

그 후 17년 뒤 그때 오르려던 산을 친구의 아들과 함께 오르며 남자는 현재와 과거 사이를 오간다. 그 오감 속에 인생이 있다.

어떤 사람은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산 사나이는 ‘내려오기 위해 오른다.’고 말한다. 내려옴을 준비하지 않고 우리는 인생을 산다. 언제나 모든 것엔 오름과 내려옴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르려고만 애를 쓰지 내려오기 위해 애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산에 가 본 사람들은 안다. 산에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위험하고 힘들다는 것을.

클라이머즈 하이란 극한의 공포 속에서 자신을 잊고 희열에 빠지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면 바로 무기력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르려고 애를 쓰고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이 없건마는...’ 이런 시조도 있지만 오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 어떻게 내려와야 하는 건지는 각자의 몫일까... 

이 작품은 추리 소설로 보기 보다는 인생 소설로 보면 좋다. 산을 오르듯 숨 가쁘게 산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그 뒤 열심히 살고 나서 남는 것이 무엇이어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 인생의 중간에서 숨고르기를 하며 직장 생활과 가정과 그리고 나머지 인생에 대해 작게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면 가볍게 읽어보시길... 작은 동산 하나를 오르고 내려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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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1-1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라이머즈 하이. 란 말도 있었군요. +_+;; 각자 나름의 정상. 에서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 중요한 문제란 생각이 드는군요.

물만두 2006-01-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괜찮은 작품입니다, 일본 드라마로도 제작된다나 되었다나 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