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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소울 1 ㅣ 블랙 캣(Black Cat) 6
가키네 료스케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도 6,70년대 많은 사람들이 남미로 이민을 갔다.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꿈을 안고... 더러는 잘 사는 사람들 얘기도 들렸지만 어떤 다큐멘터리에서는 거기서도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때 나는 사실 화가 났었다. 잘 살겠다고 자기 나라 등지고 남의 나라에 갔으면 잘 살아야 할 거 아니냐고 소리를 치고 싶었다. 초로의 노인이 가진 거 다 합해봐야 5천만 원 정돈데 이 돈으로 한국가면 못살겠지 싶어 고국이 눈에 밟혀 죽기 전에 한번 가보고 싶어도 못 간다는 말에 목이 메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난 이런 상황이 어쩌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어쩜 그들도 이들처럼 입하나 덜려고 남의집살이 가던 그 옛날의 누님들처럼, 그 예전의 입양아들처럼 보내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잘 살기는커녕 조국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행여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꼭 이런 것까지 일본을 따라 해야 했는지...
브라질 이민을 간 50년대 일본인들... 그들은 정부에 속아 아마존 오지에 버려지고 짐승 같은 삶을 살다 죽어간다. 또 살아남았다 해도 더 이상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그들이 자신들을 버린 조국이라는 나라에 복수를 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그들이 복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복수하는 과정을 긴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술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앞의 어두움에 비해 뒤가 밝다. 복수가 처절함이 없다. 그들의 삶은 처절했다. 아내와 동생을 잃고 갖은 고생 끝에 일어선 남자와 부모를 아마존에서 잃고 원시인처럼 소년기를 보낸 남자, 그리고 그 아마존을 탈출하다 부모를 잃고 다시 고아가 되어 남미 조직 폭력패의 양자가 된 남자, 그리고 또 한 명의 가난한 청소부가 되어 합류한 남자...
그런 처절한 삶의 무게에 비해 그들의 아량은 넓었다. 그것이 마치 옹졸한 일본에 대한 조롱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대비를 보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의 냄새가 나는 일본인들... 가난하지는 않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일본인들과 가난하고 어렵지만 사람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을 아는 브라질 사람들의 대비... 모든 일본인과 모든 브라질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대비가 오히려 일본을 의도적으로 초라하게 만들려는 것 같다. 작가는 아마도 취재를 통해 자기 나라에 대해 무척 혐오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하는 나도 씁쓸한데 직접 목격한 이의 심정은 더하지 싶다. 그것이 이렇게 작품 곳곳에 스며 있는 것 같다.
그래, 그들은 제 나라 국민도 버리는 인간들이다. 제 나라 국민에게도 무릎 꿇고 사과 하는 것이 아니라 유감이라는 표현을 쓰고 일본인은 그것이 최상임을 받아들인다. 그러니 우리의 말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르다. 너무 다르다. 남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계 브라질인이 일본인과 다르듯 일본인과 한국인은 너무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한 우린 어쩔 수 없이 멀고도 가까운 나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제발 아무거나 일본 따라하기는 안했으면 싶다. 배울게 따로 있지. 그래서 지금의 윗사람들이 그리 뻣뻣하게 그들을 따라 유감을 난발하는 것인가...
우리를 와일드 소울로 만들지 말라. 조국이여... 폭발할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품어줄 대지도 없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잘못 했나 반성하기 바란다.
나는 이 작품을 외무부와 각국 대사로 가 있는 사람들, 외무고시를 볼 사람들의 필독서로 만들고 싶다. 적어도 외교관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외무부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며... 물론 안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