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분단의 현실을 이 작품만큼 잘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사상이 인간을 어떻게 가두는지 이념이 인간을 어떻게 옭아 메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참 답답하다. 우리 나라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더 없이 답답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느낀다. 그러니 50년도 더 전에 흑과 백을 분명히 강요당하는 시대에서는 더욱 답답했을 것이다.    

 

북으로 간 아버지와 남에 남은 아들. 명준은 모진 고문을 당한다. 그가 저지르지 않은 아버지의 사상에 의해. 그건 부조리하고 말도 안 되는 잔인한 일이다. 사람의 생각을 고문으로 지배하려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낳게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밀실로 도망친다. 하지만 결국 월북을 선택한다. 북으로 간 명준은 그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에게는 사상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에게 명준은 부르조아였을 뿐이다. 밀실에서 넓은 광장으로 나왔지만 역시 새조차 날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제 3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를 포기하는 행위였고 그래서 그는 바다에 뛰어들고 만다.   

 

우리는 주인공 명준을 통해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가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명준은 어떤 이데올로기도 선택한 적 없었음에도 민주주의라는 나라에서 내몰리듯 공산주의 나라로 가게 되고 다시 공산주의 나라에서 제 3 세계라는 말도 안 되는 곳으로 내몰린다. 그가 진정 선택한 것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뿐이었다.  

 

우리가 그의 등을 떠민 것이다. 사상은 권력을 가진 자의 인간을 다스리는 수단일 뿐이다. 그것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마찬가지다.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어떤 이유로 고문당하는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의 세상은 좋은 세상일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은 반드시 그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넓은 광장에서 줄맞춰 걸어야하는 병정인형을 연상시킨다. 그들에게 하늘이 보이는 광장이 무슨 소용일 까. 비둘기가 날지 못한다면. 배 위에서 제 나라를 떠나는 그 사람들은 갈매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 까. 명준처럼 바다로 뛰어들고 싶지 않았을 까. 그들이 어떤 희망으로 이 땅을 떠났을 지는 모르겠지만 저 바다를 나는 갈매기보다 불행한 것은 확실하리라.   

 

누가 명준을 이렇게 만들었나. 인간을 행복하고 진정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인간에게 이데올로기는 필요 없다.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려는 도구에 불과하니까. 다시 이 땅에 명준과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우리는 아직도 분단된 이 땅에서 이데올로기가 아닌 진정한 인간애로 조국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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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6-1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장은 언제부터 읽어본다는 게 아직도 안 읽고 있었어요.

물만두 2005-06-1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옛날에 읽었어요... 그리고 5년전에 한번 더 읽고 두번 읽었네요. 읽으면 읽을 수록 비애감만 커지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