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쓰여진 작품은 아니다. `눈멀지 않은` 사람들이 지배하던 사회가 뒤집혀,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설정은 사회의 모든 기득권 세력의 전복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대다수`의 눈멀지 않은 사람들이 지배한다. 지배한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차지한다는 말을 사용해도 좋다. 사회의 대다수는 그들이 눈멀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회를 자신들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여기서 소수의 눈먼 사람들은 그저 대다수의 눈멀지 않은 사람들에게 좌지우지 된다.

<눈먼 사람들의 도시>는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순식간에 `대다수`가 되어버린 눈먼 무리들은 이제까지의 `눈멀지 않은 이들의` 규범과 정의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 도시는 또다른 대다수의 사회일 뿐이다.

이 책은 눈이 먼다는 사실만으로 우리가 가졌던 얼마나 많은 소유물들을 잃을 수 있는가 하는 끔찍한 사실뿐만 아니라, 눈을 감는다는 것과 눈이 먼다는 것의 미묘한 차이, 다수에 의해 지배되고 이끌어지는 위험사회에 대한 경고다. - 임지호(1999-04-02)

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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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펴냈던 이만교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외할머니, 어머니, 형과 형수, 큰누나와 매형, 사돈어른, 작은누나, 나, 그리고 조카 머꼬 등 십여 명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가족소설이다.

이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은 한국 사회의 사회사를 이루는 장면들을 보여주도록 만들어 놓았다. IMF 때문에 공장에 다니던 어머니의 근무조건이 악화되고, 형과 작은 누나의 임금이 대거 삭감되며 갈빗집으로 호황을 누리던 큰누나는 파산해버린다.

지은이는 이들 가족의 가족사를 시기별로 모아 엮고, 별 볼일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까지도 모두 함께 담으면서 그 안의 꿈과 고통을 마치 한 편의 꿈처럼 펼친다.

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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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2005-06-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눈 먼 자들의 도시>는 가독성에서 분명 <백년동안의 고독>을 능가하리라 봅니다. ㅋㅋ 단 몇 페이지만 읽어보세요. 밤을 꼴딱 새게 된다니까요..^^ 강추!

물만두 2005-06-0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에~

moonnight 2005-06-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먼자들의 도시 너무 좋아합니다. >.< 가슴을 두근두근하며 읽었었죠. 로즈마리님 말씀처럼 밤 꼴딱 새기 좋은 책이에요. ^^

물만두 2005-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2005-06-09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06-0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