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4권짜리로 나왔던 책을 한 권으로 묶은 양장판. 책을 읽으면서 함께 볼 수 있도록 지도와 토끼어 사전을 카드 형식으로 만들었다. 토끼가 주인공이기에 이야기가 유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동물 이야기가 어린이 용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는 재앙이 닥친 고향 마을을 탈출해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모험담이다.

1부에서는 택지 개발로 위험해진 고향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토끼들의 이상향 워터십 다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3부에서는 에프라파 잠입 작전과 탈출담을 4부에서는 에프라파 토끼들에게 맞서 마을을 지킨 무용담을 담았다.

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개성 넘치는 토끼들의 덕이다. 앞일을 예지하는 능력을 가진 파이버,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헤이즐, 용맹스러운 빅윅, 잔머리의 대가 블랙베리, 뛰어난 이야기꾼 댄더 라이언, 소심한 에이콘 등 열한 마리의 토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1972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힌 작품이다. 1978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영미권에서는 고등학교의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리처드 애덤스는 이 작픔으로 카네기 상과 가디언 상을 수상했다.

주제의 깊이, 스토리의 재미, 인물 형상화, 간결하지만 핵심을 전하는 문체, 소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치밀한 묘사, 전형적인 옛이야기를 따라가는 튼튼한 구성, 스릴과 서스펜스 등 좋은 이야기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갖췄다. 좋은 이야기가 그렇듯, 어느 연령대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C.S. 루이스의 말처럼 "예순 살 때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여섯 살 때도 읽을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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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03-1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이 책을 보고 싶어요.

물만두 2005-03-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청소년용도 있더군요. 저도 읽을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