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괜찮은 한국 SF 작품들이 다음 호에는 수록되기를 바란다...

Happy SF -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 1 ㅣ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9월

사실 난 잡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리 잡지도 아닌 SF잡지를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뒤에 부록으로 들어 있는 추천 SF 도서 목록 때문이다. 그것과 일종의 투자의 일환이라는 심정도 조금은 있었다. 남의 나라 추리 소설, SF 소설만 매일 읽어 대다 보니 내 나라 것이 읽고 싶어졌고 그것을 위해 책을 산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이나 소설가들의 또는 번역가들 냄새 풀풀 나는 글이 나는 사실 싫다. 읽기 심히 부담스러워 그 글들은 설렁설렁 읽어 버렸다. 테드 창의 단편은 이미 이 책보다 먼저 읽었으니 넘어 갔고, 사실 <바빌론의 탑>에 대한 단편보다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지옥은 신의 부재>를 실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테드 창의 단편은 어느 한 작품 버릴 것이 없으니 이 단편 하나만 읽었더라도 이 잡지를 산 독자는 본전 뽑은 셈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작가들의 단편 세편도 실려 있다. 명성 자자한 듀나의 작품 <어른들이 왔다>, 구광본의 <별로 변한 것 없어요>, 강병용의 <beHEADing>이 그 작품들이다.
듀나의 작품은 마치 <잃어버린 세계>를 읽는 느낌을 주었지만 작품 안에서도 말하듯 유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독창적이지 않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 그의 명성의 대단함을 느낄 수 없었다.
구광본의 작품은 세 작품 중 가장 좋았다. 안정감 있고, 생각이 있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SF 작품은 단순한 오락 작품이 아니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작품, 창작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지 않으려거든 차라리 쓰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 작가의 SF 작품이라면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미래, 그리고 과거의 절묘한 융합과 인간을 그린 좋은 단편이다.
강병용의 작품은 발상은 좋았다. 하지만 재미가 없어 몰입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은 거의 환타지와 SF의 구별이 안 갔고 만화라면 차라리 났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잡지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 알게 된, 그래서 읽고 싶어진 SF 작품을 많이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난 테드 창의 단편과 함께 이 잡지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난 SF 장르에서는 완전 초보자다. 하지만 초보자는 입이 없나, 생각할 머리가 없나, 그저 읽고 - 설렁설렁 읽었다 해도 - 느낀 그대로 적은 것이니 이런 생각을 가진 어리석은 자도 있다는 걸로 이해하시길... 하지만 난 적어도 SF 작품은 읽는 독자이기는 하다. 우리 나라 SF 장르의 발전을 간절히 바라는... 2권이 나온다면 산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생각은 해보겠다. 좀 더 괜찮은 한국 SF 작품들이 다음 호에는 수록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