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 안토니스 사마라키스 전집 3
안토니스 사마라키스 지음, 최자영 옮김 / 신서원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거부... 삶을 일그러트리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작고 나약한 소시민의 일상의 평범함마저 무너트리는 것들을 거부한다.
안토니스 사라마키스... 그리스라는 독특한 지리에 위치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애처로움을 그는 단편들 속에 담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그 뒤 나아지리라 생각했지만 다시 독재를 겪었던 지식인으로 그는 침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저 말한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 사람의 삶과 생각, 고통과 불안이 어떠했는가를. 그 전쟁이 끝나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며 어떻게 살았는가를, 또 어떻게 살기를 강요당했는가를.
그의 작품은 이념이나 사상을 강조하지 않는다.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이리 살았다.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했다 라고 만 말을 한다. 그 작은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에서 우리는 들리지 않는 총성을 듣고, 절규와 외침, 분노와 좌절을 듣는다.
그는 회의적이지 않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희망과 위트와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 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사람이 지구 어딘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생각이 들면 감히 자살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살인이 되는 것인데...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 요람>에도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에 투여한 것에 대해 나온다.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동시대 지식인들에게 그것은 커다란 이슈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마라키스는 보네거트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한 그루 나무에 대해 말한다. 그들이 잘했든, 잘못했든 한 그루의 나무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그 나무를 가질 가치가 있는가 라고 묻는다. 이것은 지구 어디에선가, 아니 우리 나라 어디에선가 어린아이가 굶어 죽고 있는데 더 좋은 밥, 더 영양 있고 더 비싼 밥을 찾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 같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 요람>에서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이 작품에서는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왜 이제서야 이 작가를 알게 되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사마라키스를 알았지만 그의 작품을 더 일찍 읽지 못함이 안타깝다.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는 거부한다. 그것은 저물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것이라고. 해서 저물어 가는 시간을 거부한다. 그런 나의 생각을 거부한다. 거부가 거부를 위한 거부가 되지 않기를... 그때마다 사마라키스가 나를 일깨워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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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3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전집이 나와줘서 읽을 책이 또 있으니 행복하지요. ^^

물만두 2004-12-3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전집이 품절이라 안타깝다는 ㅠ.ㅠ 진작 주문할 걸 후회하는 중입니다...

하이드 2004-12-3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뭐더라.. 찾아봐야겠어요. 휘적휘적

줄리 2004-12-3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괜찮은 작가가 있었단 말이죠. 저두 얼렁 이 사람 책 찾아서 도서관에 예약해 놔야겠네요. 여긴 책값이 장난이 아니라 전 주로 도서관을 애용한답니다. 물만두님은 책을 그리 많이 읽으시면서 다 사시나봐요. 물론 선물 받으시는 책들도 많다는 것은 알지만서두요.^^

물만두 2004-12-3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책은 사서 봅니다^^ 책만 돈을 들이는 백조라서 벤트에 목을 맨답니다^^

줄리 2004-12-3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한국에서는 사봤는데 여기선 도저히 살수 없는 가격이라.. 거기다 남의 언어로 된책 사고 싶은 마음도 조금 없기도 하고.. 그래서 못사죠. 그래도 헌책방 가서는 사요.^^ 헌책방 가격이 제 경제사정과 맞거든요..

물만두 2005-01-01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