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정원 Jimmy Fantasy 1
지미 지음, 백은영 옮김 / 샘터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시가 있는 지미의 정원... 그곳에 가면 이런 시를 만날 수 있다.

깊은 우물에 빠진 나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구원을 기다린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참담한 마음으로 고개를 떨군다

순간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별빛을 발견한다

나는 항상 가장 깊은 절망의 늪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이로움을 만나곤 한다

Jimmy Fantasy라는 이름으로 세 권이 출판되었다. 1권은 이 작품이고 2권은 <지하철>, 3권은 <왜? Pourquoi >다. <지하철>을 먼저 봤다. 그 작품이 아름다운 그림책이었다면 이 작품은 시가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모두 자신만의 마음에 정원 하나씩은 가꾸고 산다. 나도 내 마음에 정원을 가꾼다. 들여다보면 썰렁하고 황폐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가지고 가꿀 수 있는 정원이다. 지미는 지미의 정원을 가꾼다. 아름답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자의 눈은 경험하지 못한 자와는 다를 것이다. 그는 때론 절망했을 것이고 때론 실망했을 것이고 그러면서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쓸쓸하다. 유머가 있으나 눈물을 흘리게 한다. 그 눈물이 떨어져 누군가의 정원에 하나의 꽃을 피운다. 장미를 위해 눈물을 흘린 어린 왕자처럼.

시라고 하기보다는 낙서 같은 끄적임이고 그림이 있는, 그림에 맞춘 말들의, 어휘의 나열이다. 그런데 그런 가벼운 그의 시가 마음에 든다. 시가 별거던가. 마음에 들면 시지.

내 마음의 정원에 지미가 들어와 꽃을 피워 줬다. 그를 위로하던 고양이처럼 그는 나를 모르지만 그를 아는 난 행복하다. 그의 그림을 보고 글을 읽을 수 있기에... 어쩌면 작가보다 독자가 더 행복한 존재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 기쁘다. 역시 세상은 넓고 읽을거리는 많다. 고로 나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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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09-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는 넓고 읽을거리는 많은데 시간이 없습니다요~~~

물만두 2004-09-05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백조의 기쁨입니다...

sayonara 2004-09-0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네요. 저도 정말이지 나중에 노년이 쓸쓸할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읽을 책이 그리도 많으니까요.
아직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반정도밖에 읽지 못했고, 앨러리 퀸의 작품들은 서너편밖에 못읽었죠. 게다가 아직 구경도 제대로 못한 고전들도 많이 있고... 신간은 계속 쏟아져나오고...

물만두 2004-09-0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요나라님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우리 커다란 수레로 5대 분량만 읽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