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은 아라레스와 우라스라는 쌍둥이 행성에 대한 이야기다. 아라레스는 가난하지만 평등한 행성이고 우라스는 부유하지만 불평등한 행성이다. 아라레스의 물리학자 쉐벡은 자신의 물리학적 꿈을 이루기 위해, 정체된 아라레스 본래의 오도니즘을 바로 세우기 위해 누구도 다시는 발을 디디지 않았던 우라스에 간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아라레스가 우라스가 될 수 없음을... 아라레스가 밖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아라레스로 들어와야 하는 것임을...

이 작품은 의외로 <어둠의 왼손>보다는 덜 페미니즘적이었다. 난 이 작품이 남성과 여성에 대한 다름을 나타내는 작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간 본연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세계가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국가 권력의 이익을 위해 억압하고 착취하고 강요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도 분명 불평등함이 가득한 세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면서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비단 독재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것도 또 다른 독재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발적으로 무엇을 한 적이 있었던가... 사회라는 관습이, 국가라는 법률이, 교육이라는 학습이 우리를 우리가 아닌 누군가 그들이 원하는 인간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우린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편한 길을 놔두고 가시밭길을 가려 하지 않는다. 그 일이 옳은 일이라 할 지라도... 나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살아오면서 빼앗기고 살았는가를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절망한다. 되찾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정말 이 책을 읽고 SF 장르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면 그는 어슐러 르 귄이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단순히 페미니스트로 치부했던 나를 부디 용서하시길...

다음은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의 제본에 대해 말하고 싶다. 도대체 양장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출판사가 책을 만드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책이 한 번 읽는 도중 갈라지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럴 바에야 뭐 하러 양장본으로 비싸게 만드는 것인지... 정말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인쇄 불량까지... 우리 나라 책들이 세계 도서전에서 별 주목을 못 받는 이유를 알겠다. 기본이 안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독이며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기 때문이다. 팔기에 급급한 책이 아니라 -누구나 읽고 싶고 가지고 싶고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 읽을 동안만이라도 편히 읽고 두 세 번 읽더라도 별 탈이 없는 책이기만을 바란다. 이 정도도 무리라면 뭐 하러 출판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반성을 촉구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산 2004-06-0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
정말 오랜만에 SF소설을 읽었던 것인데..... 그 후기도 마이 페이퍼에 쓴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무식한건지, 무심한건지, 저자가 여자였다는것도 몰랐네요. --;;

물만두 2004-06-0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 사진 있는데요... 흐흐흐... 아무래도 님도 제 과 같아요...

기다림으로 2004-10-0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실로 오랫만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고
'이 책 읽고 싶잖아!'를 생각하게 만든 리뷰였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못하는 저지만, 그래도 역시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기쁘네요.

물만두 2004-10-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별로 잘 쓰지도 못했는데... 읽어보심 좋을 겁니다^^ 근데 이 작품이 페미니즘 성격이 강한 거라고 생각하는지 남자들은 싫어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