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당나라를 시대 배경으로 한 마을의 수령이라는 관직에 있는 디 공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살인사건을 풀어내는 활약상을 담아내고 있는 시리즈를 네덜란드 외교관 출신의 작가 로베르트 반 홀릭은 그림까지 삽입해서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내게 잘 만들었다. 작품 속 실존인물인 디 공은 포청천을 연상시키지만 포청천의 이미지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 중국 관리가 이런 스타일로 정형화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등장하는 사건들은 모두 실제로 디 공이 해결한 사건을 작가가 추리소설의 형식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라고 하니 더욱 놀랍다. 명판관 디런지에, 통칭 디 공으로 불리는 디 공에게는 그를 옆에서 보좌하는 홍 수형리와 녹림회라는 패거리에 있다가 디 공에게 감화되어 그의 부하가 되기로 자처한 마중과 차오타이가 있다. 작품은 명판관 디 공의 활약과 법 집행과정, 관리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디 공이 등장하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그의 고뇌를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디 공이 한위안이라는 고을의 수령으로 부임한지 두어달이 지나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것이다. 그에 앞서 하나의 괴이한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하고 있는데 호수에 대한 괴담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읽는 내내 어떤 연관성을 찾으려 애를 썼지만 못 찾았다. 명나라라고 나오는데 이것은 오타인지 아니면 후대의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디 공을 초대해서 마을 유지들이 호수에 꽃배를 띄우고 기녀를 불러 놀던 중 한 기녀가 디 공에게 마을의 비밀을 알릴 것이 있다고 말한 뒤 살해당한다. 디 공도 마을이 너무나 조용해서 무언가 의심을 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나 우선 단순 살인 사건에 대한 일로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연회에 참석했던 이의 딸이 결혼한 다음날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거기에 신랑은 호수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사돈지간에 고소 고발이 오가고 그 와중에 며느리의 시신을 임시로 관에 넣어 절에 안장했는데 관뚜껑을 열자 왠 남자의 시신이 들어 있는 헤괴한 일까지 벌어진다. 조용했던 마을이 본색을 드러내는 것인지 디 공은 의문만 쌓여가는데 용의자로 지목했던 이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전해오니 사건은 단순한 치정 사건을 넘어 더 큰 위험을 알리며 디 공을 불안하게 한다. 아기자기하게 소품정도로 시작한 사건이 하나, 둘 이어지면서 눈덩이가 구르면서 커지듯이 스케일이 커지는 양상을 띠어 마지막에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사건 하나 하나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과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에 인간의 모든 욕망이 담겨져 있고 그것이 살인 사건마다 달리 표현되는 것이 좋았다. 여기에 바둑을 이용한 트릭이라던가 고전적이면서도 그 시대에 통용되었을 법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트릭은 트릭대로 좋았다. 디 공과 주변인들의 모습은 활력넘쳤다. 마지막 그는 사건 해결과 동시에 자신의 목숨도 구한다. 그 옛날 당나라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 현대에서 일어나는 그런 사건과 다르지 않은 사건이고 사람들 사는 모습도 다르지 않다. 또한 사랑과 오해, 편견이 섞여 디 공의 판단을 흐리고 호수의 괴담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언제나 진실보다 거짓이 더 그럴듯 해보인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인 모양이다. 디 공 시리즈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본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과 비교하게 되고 서양의 역사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디 공 시리즈가 더 많이 출판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