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잭 매커보이가 돌아왔다. <시인>의 사건도 지난 지 한 참 되었고 젊음과 영광을 뒤로 한 채 정리 해고 통보를 받는 처지가 되어서 말이다. 그는 2주동안 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젊은 기자 안젤라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일만 남겨뒀지만 마지막으로 그가 쓴 사건에서 한 건 하고 나가기로 한다. 16살 흑인 갱단 소년이 백인 여자를 성폭행하고 살인한 죄로 잡힌 사건이다. 그는 처음 그의 유죄를 의심하지 않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그가 무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그의 자리를 차지할 안젤라가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트렁크머더닷컴이라는 사이트도 있고. 두 사건 모두 시체가 트렁크에서 발견되었다. 이제 잭은 그 또 다른 사건을 알아보러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작품은 잭 매커보이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에서 범죄자가 잭을 이미 알고 뒤따라서 제거하려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범인은 빅 브라더처럼 잭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그를 유인하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게끔 조종한다. 현대인을 사회로부터 고립, 단절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대인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의 통로를 막는 일이다. 바로 인터넷, 신용카드, 휴대전화, 통장의 잔고다.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현대인에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내 비밀번호가 나도 모르게 바뀐다는 건 거의 완벽한 거세다. 여기에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휴대전화가 끊기고 신용카드를 다시 개설해도 통장에 돈이 없다면 그는 사회에서 아웃되는 것이다. 작품은 범죄의 무서움과 함께 이제 현대인이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게, 더 발전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그런 자신의 고립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일어난 일인지 자신에게 닥치면 알기 어렵다. 잭은 그저 짜증을 내며 평범한 사람들이 보일 반응을 보이지만 FBI 요원 레이첼은 전화 통화로 그의 위험을 깨닫고 그를 구하러 달려온다. 그러면서 다시 이들의 활약이 전개되는 모습은 독자에게 묘한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준다. 잭은 <시인>사건 이후 십 몇년 만에 레이첼을 만나 다시 그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역시 잭과 레이첼은 환상의 짝꿍이 아니었나 싶다. 단 한방의 총알에 치명상을 입어 다른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단발이론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궁금해진다.
누구나 인터넷을 한다. 블로그는 이제 또 다른 나다. 모든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한다. 지금도 심심찮게 인터넷업체에서 발생하는 고객명단 유출사고니 해커의 침입, 바이러스 공격 등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채팅을 통해 나쁜 짓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니 여기에 등장하는 허수아비처럼 완벽하게 희생자를 인터넷으로 찾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쓰게 만들어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가 저지른 연쇄살인보다 누구든 쉽게 노출되어있다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느껴져 읽는 내내 더 무서웠다.
다 읽고나면 또 다시 알면서도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는 여러 인물들로 시리즈를 쓰는데 시리즈마다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 차별화를 하고 있다. 잭 매커보이 시리즈는 신문기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건속에 사회가 알려줘야 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비단 범죄자가 저지른 일들의 문제뿐 아니라 그들의 어린 시절까지 아우르며 누가 허수아비를 만들었나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매스컴과 언론의 역할의 중요성과 이중적 모습까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모든 이들이 단순한 크라임 스릴러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크라임 스릴러의 제왕다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