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ㅣ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개인 소유의 박물관 앞에서 미치광이를 만난 경관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사건에 관여된 인물들이 펠 박사를 찾아왔다. 캐러더스 경사, 그 박물관 소유주와 막역한 사이인 부국장 버트 암스트롱 경, 해들리 총경이 각기 겪은 이야기와 사건에 등장한 증거물들을 가지고 기데온 펠 박사에게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치 천일야화를 패러디한 일일야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흰수염을 단 미치광이는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이상한 남자가 박물관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된 뒤 기절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후 박물관을 조사하다 시체를 발견하게 되어 살인 사건 수사를 하게 된다. 그곳의 경비원은 모르는 이라고 하고 우연히 만난 그곳의 딸인 미리엄 웨이드를 만나 박물관 큐레이터를 찾아 간다. 그가 사는 곳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미리엄의 친구와 오빠, 오빠 친구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그곳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그곳에서 그들과 대화를 하던 중 가짜 경찰 제복을 입은 그들의 다른 친구가 등장해서 사건은 기묘해진다.
누군지 모른다던 피해자는 그들이 잘 알던 자였다. 잘못하면 미리엄에게 큰 타격을 줄 스캔들을 일으킬 남자였고 그들은 그가 죽던 시각에 박물관에서 미리엄의 약혼자를 놀려주기 위한 연극을 준비중이었음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 시체는 마차 안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캐러더스는 서막을 장식하고 뒤를 이어 자신이 살인을 목격했다는 목사가 버트를 찾아온다. 여기에 사건은 해들리 총경에게 넘어가 범인을 다 잡는가 싶었는데 순식간에 사건은 뒤집어진다.
그 시대, 이 작품이 쓰여진 1936년을 작품속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이라크가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러면서 그들 아랍인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던 시대에 아일랜드인, 잉글랜드인, 스코틀랜드인이 머리를 모아 피부색이 조금 다른 남자, 조금의 동정의 가치도 없는 피해자를 죽인 살인범을 찾기에 힘을 모은다. 그들이 외치는 건 정의가 아니다. 그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손에서 벗어난 범인을 응징하고 싶을 뿐이다.
작품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을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릴레이 서술 구조를 가지고 하나의 사건에 세 사람이 이어서 살을 붙이고 조사를 더해 하나의 사건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일목요연하게,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겪은 이기를 잘 전달함에 무리가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하지 않고도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전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오컬트적이지 않은 딕슨 카의 정통 추리소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그 한정된 공간에는 방이 너무 많고 또 용의자도 너무 많다. 그래도 그들의 알리바이만 제거하면 된다. 그리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 지도 가려내야 한다. 모두가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자발적으로 경찰을 찾아와 증언하고 눈물로 호소하고 여인의 매력을 발산할 지라도 흔들림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명백하게 말이다. 지문도 조사하고 비밀 계단도 조사하고 그들의 말에서 무심코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심사숙고하는 진지함과 냉철함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기데온 펠 박사가 필요한 부족한 2퍼센트가 있었던 것이다.
이 한밤의 광란의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펠 박사를 잠 못들게 한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조목조목 짚어줄 뿐이다. 언제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나 기다렸는데 기데온 펠 박사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잠깐 등장한다. 사건을 총 정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잠을 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지막 마무리는 좀 황당했다. 하지만 기데온 펠 박사는 정곡을 찌르고 있고 그것은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역시 고전 추리소설의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