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그것이 충돌해서 어떤 것이 드러나느냐가 문제다. 누구도 완벽하게 선하거나 완벽하게 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때는 선하기고 했다고, 한 때는 악하던 사람이 라고 말을 한다. 변하는 것이다. 폭발하는 것이다. 자신 안의 악을 누르지 못하고 그것이 범죄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악은 마약과도 같다.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한번 중독되면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된다.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악이 보여주는 환상과 환각은 인간이기를 망각하게 만든다. 어떤 말로도 미화할 수 없는 그 어둠이 손을 내밀 때가 있다. 그때 그 손을 잡는다면 어둠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어둠이 다른 어둠과 손 잡지 않게 꼭꼭 누르고 있기만을 기원한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2편이다. 패트릭 켄지와 앤지 제나로는 어릴적부터 친구다. 그리고 지금 살던 동네에서 쭈욱 살고 있다. 앤지는 이혼 진행 중이다. 그녀의 폭력 남편도 어린 시절 그들의 친구였다. 그렇게 관계는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언젠가 만났던 한 교수가 사건을 의뢰한다. 정신과 의사인 친구가 상담을 해준 성이 켄지라는 여자의 갱단 남자 친구가 그녀가 말한 내용으로 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외아들을 스토킹해서 사진까지 보내왔다고. 그 남자 또한 그들의 친구였다. 이제는 사이코 갱이 되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패트릭과 앤지는 그들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 부바의 도움을 받아 갱 두목과 접촉한다. 그런데 이상한 편지나 메시지가 패트릭에게도 오고 패트릭이 사귀는 그레이스에게도 온다. 도대체 사건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그제서야 패트릭은 우왕좌왕하다가 예전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부바에게서 결정적 도움을 받는다. 

영화에 씬 스틸러라는 말이 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뜻이다. 이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켄지와 제나로보다 내게는 부바가 더 빛나보인다. 부바는 사이코에 전쟁광이다. 아는 건 폭력뿐이고 믿는 사람은 패트릭과 앤지뿐이다. 집 밖에 부비트랩을 설치해두고 있고 무기 밀거래를 한다. 그런데도 무식하고 단순하고 폭력적으로 그려지는 그가 나는 더 인간적이고 더 똑똑해보이고 늘 이 시리즈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말만 많고 잔머리 굴리는 것처럼 생각많고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못 잡는 패트릭보다 고집세고 내유외강적인 면을 감추려 애를 쓰는 앤지보다 더 낫다. 큰 일이다. 주인공들보다 조연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라니.  

참 슬픈 작품이다. 작품 속 아이들은 모두 외롭다. 어린 시절 패트릭과 친구들은 모두 학대당하는 아이들이었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끼리 어울린 것이다. 그들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당했다. 마치 분노를 해소하는 도구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은 아버지와 반대로 자라지만 어떤 아이들은 아버지처럼 자랐다. 대물림이라는 이야기다. 아버지 세대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이제는 추억으로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고통스러워 해야 하는 사연들. 그 사연을 관통하는 감옥에 있는 사이코 살인마. 그리고 밖에 돌아다니는 살인마.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은 밤이면 집을 나온다. 어른이 되어서도 고독하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어둠은 이렇게 깊고 넓게 자리하고 있다. 

작품은 빠르게 전개된다.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곡예 비행기를 탄 느낌이다.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친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짜임새있는 글솜씨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잡아내는 점은 이 작품을 품격있게 만든다. 그나저나 켄지는 왜 늘 당한 뒤에야 모든 것을 깨닫고 피해를 볼 때로 본 후에야 사건을 해결하는 걸까. 어쩌면 이것이 평범한 사립탐정의 한계를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늘 켄지를 찾는 의뢰인들은 거대한 사건들을 몰고 온다. 자의든 타의든 거기에 켄지는 제나로와 함께 엮인다. 이 시리즈의 패턴처럼 느껴진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켄지와 제나로가 자신들이 자란 곳,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은 문제투성이인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같은 느낌을 준다. 지키지 못할지라도 패트릭이 마지막에 원하는 친구들이 있는 곳이니까. 낙원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발 디딘 곳을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이제 한 작품 남았다. 이 시리즈의 빈 틈을 메우는데는. 그 시리즈에서 부바가 또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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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1-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저도 켄지나 제나로보다 부바가 좋아요. 이런 읽을 수 밖에 없겠군요..ㅠㅜ

물만두 2009-11-17 10:27   좋아요 0 | URL
그죠. 이시리즈는 부바때문에 더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