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Sacrifice, 제물 또는 희생이라는 단어다. 이 작품에서는 희생이라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고 제물이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 그건 희생자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자의적이냐 타의적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모든 새크리파이스는 선택이 필수조건이다. 산다는 건 모든 살아감의 형식을 떠나 늘 선택의 연속기이기 때문이다. 사이클의 로드 레이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도 트루 드 프랑스라는 경기가 있다는 것과 랜스 암스트롱이라는 암을 극복하고 그 극한의 경기에서 여러번 우승한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이 작품은 생소한 로드 레이스라는 팀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달리기 선수를 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채이고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희열없는 1등의 기대에서 벗어나고자 시라이시는 사이클로 종목을 바꿔 실업 선수가 된다. 그가 사이클을 선택한 이유는 1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팀 경기이기 때문이다. 로드 레이스는 에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팀 경기다. 며칠씩 일정을 짜서 같은 코스를 여러번 돌고 그때마다 1등하는 선수도 있지만 결국 종합 성적으로 등수를 정하는 경기다. 그리고 그 에이스가 1등이 되게 하기 위해서 어시스턴트라는 선수가 그 선수를 앞에서 끌어준다. 그는 에이스를 돕는 선수로 남게 될 뿐이다. 

팀 오지에는 에이스 이시오가 있다. 그는 이기기 위해 무자비하다고 소문이 난 선수다. 그가 선수 생활을 못하게 만든 선수도 있다고 한다. 이바는 차세대 에이스를 노리는 선수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선수다. 하지만 시라이시는 이기지 않기 위해 달리는 선수다. 그저 달릴 수 있으면 좋은 선수다. 1등이라는 목표가 오히려 중압감으로 작용하는 이상한 선수다. 그는 말한다. "골인 지점에 맨 먼저 뛰어드는 의미를." 천생 어시스턴트로 태어난 선수가 아닌가 싶은 선수다. 

이들이 모여 로드 레이스를 한다. 에이스 이시오를 위해서 어시스턴트를 하기도 하고 에이스가 뒤쳐지면 그대로 1등을 해도 좋은 경기를 다른 팀과 함께 한다. 그때 시라이시는 스페인 팀에서 일본 선수를 스카우트할거라는 소문을 듣는다. 그는 갈등한다. 어디에서 어시스턴트가 되어도 좋지만 좀 더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그렇게 시합을 국내에서도 하고 벨기에까지 가서 하게 된 팀 오지 선수들, 하지만 에이스 이시오에 대한 소문은 점점 무서워지고 그때 시라이시의 첫사랑이 그의 앞에 나타난다.
 
언제였더라, 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가. 그것도 페이스메이커를 직업으로 하는 선수가 있다고 해서 놀랐었다. 그 선수는 왜 마라톤 완주를 하지 않고 중간까지 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를 하는 것일까 의아했었다. 그러다가 선수들이 너무 뒤쳐지면 그 선수가 1등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는, 그래서 황당한 일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이해가 갔다.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고 선택하는 길이 다른 법이라는 것을. 그것은 희생이 아닌 선택일 뿐이라는 것을. 골퍼에게 캐디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어시스턴트든, 페이스메이커든, 캐디든 무엇이 되었든간에 정상에 올라설수 있는 일을 하는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1등만을 강요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위치의 선수만을 좋아하고 뒤에서 그들을 바쳐주는 이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세상이지만 축구에서 스트라이커가 되기 위해서 골을 어시스트해주는 선수가 필요하고 야구에서 1점을 위해 안타가 아닌 1루 주자를 2루에 보내기 위해 희생 번트를 하는 선수가 그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처럼 누군가 어디에서든 1위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는 새크리파이스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사라져가는 스포츠맨쉽, 페어플레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 하는 방법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런 삶에 대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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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09-07-09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라고 리뷰를 올리고 싶긴 한데..글재주가 없어서 참,, 이책은 정말 반전(?)의 뒷통수라 할만 합니다^^ 재밌게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물만두 2009-07-09 20:53   좋아요 1 | URL
잔잔한 작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