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토니 모리슨의 이 작품은 독특하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다는 느낌보다는 한 곡의 재즈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흑인 여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쓸쓸하게 전재될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흑인이란 미국에서 소외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대명사니까. 그들의 삶이라면 도망, 하층민으로서의 삶, 범죄, 등등 이런 것을 연상시킨다.  

남편은 어린 여자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그 아이를 살해한다. 아내는 남편의 배신으로 그 죽은 아이의 시체에 난도질을 하려 한다. 여자 아이는 자신을 죽이는데도 주저없이 목숨을 내놓고 사라짐을 택한다. 그 모든 동기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자들이 마지막 가지고 있던 것마저 빼앗겼을 때의 상실감과 인생에 대한 허무함이 삶의 극단적인 비극이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일 것이다. 억울함을 그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의 삶 자체가 가슴 아프다.

서글픈 흑인여자가 기차를 타고 달려온다. 그 젊은 여자는 기차가 데려다 주는 곳에서라면 멋진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상상하지만 그건 덧없는 착각일 뿐, 어느 곳에서도 그녀는 평온함을 누릴 수 없다. 시간은 그렇게 기차처럼 빠르게 지나고 이제 그녀는 누군가를 용서하는 마음만을 갖으려 애쓰고 있다. 세상에 자신을 흑인으로, 여성으로, 빈곤한 이로 있게 하는 분께서 그녀를 어루만지고 계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사랑이란 사람을 가엾게 여기는 거라 했다. 내가 흑인으로 태어난 것도 가여운 것이고 여자로 태어난 것도 그러하며 남편이 어린 여자아이와 바람피우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가엾고 그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남편과 그 손에 죽어가야 했던 그 아이도 가여워.

인생이 너무 가여워서 나는 나를 사랑해. 주인공이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아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을 참아가며 끝까지 읽었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음의 연속이겠지. 그러다가 가끔 재즈를 듣는 것처럼 즉흥적이고 자신도 모르는 난해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울면서 사라지겠지. 인생, 참 슬프다.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거창한 곳에서 찾으려 애쓰지만 존재는 그저 존재일 뿐. 사랑이 머물다 스쳐 지나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 또한 우주의 먼지처럼 그렇게 흩어지는 거라고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말하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사연이 있어 슬픈 잔잔한 재즈 한 곡을 들은 느낌이다. 한스럽게 늘어지는 굵은 섹스폰 소리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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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08-2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이 책 읽었을적에는 '참 재미없다' 가 느낌의 전부였는데,
지금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잔뜩 쌓아둔 책 박스를 열어봐야 겠어요.

물만두 2004-08-2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그렇더라구요.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가 더 좋은 작품이 있고 더 안 좋은 작품이 있구요. 이 작품은 아마 나이가 들어 읽으면 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