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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벌 1
이현세 / 팀매니아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이현세의 작품을 보면 언제나 여자가 무조건적인 희생의 제물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트기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경향이 심하다. 여동생이 위안부가 되었다고 여동생을 살해하는 오빠라니... 이런 일은 역사적으로 머리에 뿌리 깊게 박힌 잘못된 관념이다.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여인들을 환향녀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가 된 말이 화냥년이다. 왜 나라가 지켜 주지 못해 포로로 끌려갔던 여자가 화냥년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는가.
연약한 여자도 지켜 주지 못하는 이 땅의 남자들은 그래도 여자에게 완벽한 순결만을 요구한다. 이 작품은 그래서 아직까지 우리 나라 남자들이 얼마나 잘못된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가치관을 피력해야 할 작가가 이러니 나머지 대중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나온 게임 <임진록 2>를 보면 이 작품을 연상하게 된다. 지나간 역사, 어쩔 수 없는 역사에서 이미 실패하고, 패배한 자들의 역사의식은 이래야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한 만큼 되 갚아 준다는 발상일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면 슬프고 우스운 일 아닐까. 마치 역사의 패자의 꼬인 근성이 나타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참담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