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2
에릭 시걸 지음, 석은영 외 옮김 / 김영사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같은 하버드 대학 의대생들의 사랑과 치열한 삶의 이야기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대학에 들어와서 생활하는 각자의 그 동안의 인생 이야기와 의사가 된 후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많은 등장 인물들이 있지만 주인공 로라와 바니, 그리고 벤의 인생에 관해 주로 다루고 있다. 쿠바에서 망명한 로라와 바니는 소꿉친구 사이고 벤은 흑인으로 태어나 유태인으로 자란 특이한 사람이다.  

의사가 된 하버드생들, 로라는 소아과 의사, 바니는 정신과 의사, 벤은 외과 의사가 된다. 하지만 불행한 벤은 어느 날 음식점에서 녹에 고기 덩어리가 걸린 사람을 치료하려다가 그만 살인자로 오인 받고 경찰들이 휘두른 폭력에 소중한 손을 다친다. 그는 다시는 외과의로서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의료계의 소송을 맡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다시 법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가끔 불행하다. 흑인이었기에, 유태인이었기에, 흑인 의사였기에, 그리고 그 의사마저 될 수 없었기에.  

바니의 외침과 벤의 폭행당하는 모습에서 너무 많이 울었다. 2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한눈에 사태를 파악했다. 칼을 쥔 흑인 하나가 목에서 피를 내뿜고 있는 백인 한 사람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어 그들은 재빠르게 단호한 행동으로 들어갔다.
우선 그 중 세 명이 베넷에게 덤벼들어 두 명은 그의 손을 잡고 나머지 한 명이 그의 얼굴과 몸을 맹렬하게 난타, 바닥에 나가떨에지게 만든 뒤 계속해서 그를 발길로 찼다.
 바니는 볼펜으로 기도를 계속 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의 친구를 도와주러 갈 수가 없었다. 대신 그는 상처 입은 황소처럼 울부짖었다.
“그 사람은 의사야, 이 악당들아! 이 남자 목숨을 구하려고 한 것뿐이라고! 그 친구를 내버려둬!”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등학생 때 로라가 임신한 줄 알고 친구로서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애쓰던 바니와 로라는 결혼을 한다. 로라는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로라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는 희귀한 병에 걸리고 만다. 기적적으로 소생의 기미를 보이며 작품은 끝을 맺는다.

마지막의 휘날레도, 감격적인 기도도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했다. 벤은 왜 그렇게도 불행한 것일까. 불행은 그렇게 한꺼번에 오는 거 라지만 그의 불행은 사실 그가 흑인이기 때문은 아니다. 유태인 양부모를 가졌기 때문도 아니고, 사람들의 차별 때문도 아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단 하나 원했던 것, 자신의 꿈과 목표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약간 방향 수정을 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하지만 가끔 그는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를 깨닫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불행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살려고 애쓰는 그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살아 있으면 가끔 행복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까. 벤 때문에 너무도 많이 울었던 작품이다. 내게는 <러브스토리>보다 더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나는 <닥터스>를 생각하면 <스탠 바이 미>라는 영화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죽은 리버 피닉스를 생각한다. 사실 <닥터스>와 <스탠 바이 미>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마크였나? 그 영화에서 가장 똘똘하던 아이가. 나중에 변호사가 되었는데 우연히 싸움을 말리다가 죽었다는. 그 아이와 하버드에서 그 당시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고 드물게 흑인 의사가 된 베넷 랜스먼이 겹쳐지기 때문에 아마도 영화가 떠오르는 것 같다.  

난 주인공인 로라나 바니보다 벤을 더 좋아한다. 흑인으로 태어났지만 유태인 양부모에 의해 자랐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거부만 당했던 사람. 얼마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니 사람이 사는 사회가 배타적인지 절실히 느낀 작품이었다. 그래서 하버드 의대생의 생활이나, 그들의 의식, 가치관은 별 관심이 없었다. 벤이 나오지 않는 장면은 건성으로 읽었다. 아마도 내게는 <닥터스>가 아니라 베넷 랜스먼의 자서전 내지는 일대기로 기억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이 벤과 아버지의 대사가 얼마나 가슴 아프게 울리는 지 모른다. 1권에 등장하는 대사다.

“아빠 ,정확하게 나는 누구죠?”
어느 날 그는 허셜에게 물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벤.”
“우리 학교 애들이 나보고 유태인이래요, 엄마, 아빠가 유태인이라고요. 하지만 어떤 애는 그건 당치도 않은 얘기래요, 검둥이일 뿐이래요.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골치가 아파서 내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살고 싶어요.”
허셜은 질문을 곰곰이 생각했지만 명쾌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만 말해 주었다.
“여긴 미국이야,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될 수 있어.”

이 작품은 의사들의 이야기지만 그것보다 로라와 바니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러브스토리이고, 한 흑인 의사의 처절한 삶의 이야기다. 감동적이고 슬프고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에릭 시갈의 작품의 모든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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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8-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더군요. 방대하고 복잡한 갈등.. 마치 시드니 셀던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닥터스', '프라이즈'까지 읽고나니까 '러브 스토리'가 초라해 보일 정도더라구요.

물만두 2005-05-2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