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일까?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말이다. 그건 새로운 좋은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 때다. 상을 받았다고 다 좋은 작품이라거나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는 이 작품은 2007년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품이다. 일본이 너무 부럽다. 이런 신인들이 자꾸만 등장하니 샘나서 죽겠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려고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 인물의 속내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궁금증만 자아낸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오스케는 엄마를 암으로 잃는다. 아빠 요이치로는 망연자실한 가운데 점점 이상해진다. 거기에 친하게 지내던 아빠 친구 미즈시로의 아내이자 엄마 친구인 메구미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집 또한 미즈시로가 이상하다. 동갑내기 친구인 그 집 딸 아키마저 엄마를 잃은 충격에 교통사고를 당하질 않나, 가출할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러는 가운데 오스케는 엄마친구 메구미와 아키에게서 갑자기 느꼈던 이상한 환상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하는 과제와 아키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하게 만든다.

어른의 이야기와 아이의 이야기, 어른의 관점과 아이의 관점이 서로 중심축을 이루면서 탄탄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 결말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누구에게나 환상은 있고 그림자 또한 있다. 정신과적인 용어가 아니래도 인간은 어디 한군데쯤 정신이 이상하게 마련이라고 하니까 누구나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고 안되고가 치료를 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수 많은 환상과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어떻게 수용하고 잘 포용하느냐가 비틀거리는 인간에게 제대로 설 수 있는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요이치로는 오스케에게 1등과 꼴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어떤 것도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지만 달리기에서 순위를 가르치기는 해야 한다고. 사회에 나가면 부딪힐 문제니까. 그 가르침에 우열이 아닌 긴 안목으로 1등의 가치와 꼴등의 가치는 가릴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든 만들어가는 등수가 좋은 거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를 바라는 요이치로의 마음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하는 내게 와닿았다. 마라톤은 1등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가장 마지막 주자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는 관중과 완주하는 주자가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때가 더 감동스러운 이유를 살면서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의 죽음은 소멸일 수 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추억이 있고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사랑하는 사람은 늘 함께 하는 것이다. 산다는 건 어쩌면 그래서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좋은 그림자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로 높이 올라간 쏙독새가 봉황이 되었다는 믿음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어른이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일임을 작품 속에 내포하고 있다.

간결하고 깔끔하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잘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본격추리라는 추리소설의 한 분야를 완벽하게 트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물들의 단어 한마디, 행동 하나에 독자에 대한 속임수를 포진시키고 있는 작가의 주도면밀함과 본격추리소설이면서도 그것을 좀 더 새롭게 만든 작가의 글솜씨가, 그의 도전이 재미있고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 한 작품만으로는 배가 고프다. 더 작가의 작품을 맛있게 먹고 싶다. 정말 기대되는 작가를 만나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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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08-07-21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히 서점에 들렸다가 표지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던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탄탄하고 정교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후반부는 정말 좋았습니다^-^

물만두 2008-07-21 11:57   좋아요 1 | URL
저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