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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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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도 눈물나는 소설...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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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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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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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착의 론도>는 오랜만에 읽은 제대로된 추리소설이다. '제대로 된'이라는 표현에는 여러가지 이견이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셜록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류의 정통 추리물보다는 일본식의 조금은 부드럽고 소위 잘 넘어가는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그야말로 완벽한 소설이었다.(물론 약간의 과장을 더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작품 자체의 몰입성, 트릭, 반전, 결말 이 모든 것들이 이정도로 갖추어져 있는소설을 만나기란 정말 흔치 않다. 요즘 부쩍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최근 작품들이(히가시노 게이고와 온다리쿠 같은) 대실망을 안겨주고 있었는데 <도착의 론도>를 통해 다시 추리소설을 읽는 기쁨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다.

<도착의 론도>는 1인칭 시점의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트릭이고 함정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독자들은 자연스레 늘 주인공의 편에서서 글을 읽게 된다. 추리소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주인공이 선인이고 악인이고 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최소한 주인공이 직접 서술하는 부분 만큼은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도착의 론도>는 독자들의 이런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며 허를 찌르는 반전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실수로 잃어버린 소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싸움. 과연 도작인가 아닌가. 도작이라면 누가 무엇을 도작한 것인가. 이 모든 의문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소설은 마지막 장까지 고속질주한다. 이 책은 첫장을 편 순간 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정말 숨가쁘게 두뇌를 움직여야 하는 소설이다.  도작자와 원작가의 처절하고 광기어린 싸움이자 작가와 독자의 치열한 두뇌싸움이기도 한 것이다.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 하는 순간 또다른 인물이 등장해 버리고 이 것이 도작이구나, 하는 순간 새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을 두고 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도착의 론도>의 핵심 키워드는 제목에 모두 드러나 있다.  '도착:본능이나 감정 또는 덕성의 이상으로 사회나 도덕에 어그러진  행동' 그리고 '론도: 주제가 같은 상태로 여러번 되풀이 되는 동안 다른 가락이 여러가지로 삽입되는 형식의 기악곡'.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는 이해 할 수 없던 의미가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저절로 이해가 되버리니 작가의 제목을 짓는 센스의 탁월함에도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오랜만에 밤을 새면서 두뇌싸움을 해보고 싶은 추리소설 애호가들에게 오늘은 <도착의 론도>를 꼭 권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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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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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왠지 자꾸만 읽을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책들이 있다. 그럴때 마다 나는 책과 독자 사이에도 어떤 인연이라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런 면에서 나와는 굉장히 인연이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이 나온지 꽤 오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냥 지나치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얼마전 우연히 tv영화 프로그램에서 영화화된 [눈먼 자들의 도시] 를 보았을 때에서야 '아! 이제 이 책을 읽을 때가 왔구나.'하는 필연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읽게 된 [눈먼 자들의 도시]는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가 감독이었어도 영화하고 싶어질 만큼 속도감 있는 전개, 매끄러운 구성에 무엇보다도 그 안에 담겨진 철학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신호 대기중이던 차 안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린다. 그리고 전염병처럼 그와 접촉한 사람들 역시 같은 수순으로 눈이 멀고 이 원인도 알 수 없는 '백색 질병' 에 걸린 자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온 도시가 눈 먼 자들로 가득찬다는 기발한 설정에 작가는 또 다시 '격리소'라는 특수한 장소를 설정해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격리소에서 벌어지는 지옥같은 눈먼 자들의 생존기는 가장 밑바닥에서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오로지 식욕과 성욕만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인격과 양심은 이미 사치가 되어 버리고 눈 먼자들은 절망과 분노와 자포자기로 점점 지쳐간다. 격리된 눈먼 사람들과 그들을 통제하는 군인들. 단지 눈이 멀었다는 이유만으로(군인들은 눈이 머는 것이 전염된다고 여기며 실제로도 그러하나 백색질병의 원인과 전염과정은 소설의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평범한 이웃, 평범한 친구에서 한 순간에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들. 책을 읽는 내내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나 잔인하고 냉혹할 수 있나 하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떠나지 않았다. 눈이 멀었을 뿐 이성도 감성도 모두 어제의 그대로인 사람들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그동안 인간은 사회라는 안락한 틀안에서만이 간신히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음을 깨닫게 했다.

 우여곡절끝에 격리소를 탈출한 주인공 일행들을 맞이한 것은 격리소만큼이나 처절하게 변해버린 눈 먼 자들의 도시였다. 눈 먼 자들 틈에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주인공은 일행들을 인도하며 그 지옥같은 곳에서 살아나가려 한다. 하지만 차라리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이 행복할 듯한 더럽고 질서없어진 도시에서의 생존은 끊임없는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끝까지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모든 것을 잃어 버린 그 순간에도 서로를 용서하고 보듬어 안아줄수있는 인간이 가진 가장 최후의 희망인 사랑과 믿음때문이 아닐까 싶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본성에 대한 그동안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게 된 느낌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어쩌면 그곳이 모든 것을 벗은 진정한 인간들의 도시는 아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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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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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길버트 그레이프>는 조니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해주는 영화로 남아있다. 오래전에 본 탓에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조니뎁의 우수에 젖은 듯한 눈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천진난만한 미소만큼은 아직도 생생하다.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가 나온지 15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원작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나에게 다시한번 지난 감동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했다.
 엔도라라는 보잘것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의 슈퍼마켓 점원인 길버트는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집의 지하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 그 충격으로 몇년째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고도 비만인 어머니, 다정하고 헌신적이지만 어머니와 가족들에 매여있는 누나 에이미, 이런 책임을 저버리고 멀리 떠나 1년에 한번씨만 돌아오는 형 래리, 저능아인 남동생 어니와 철없는 여동생 엘렌은 길버트를 결코 평범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음의 짐들이다. 그들은 길버트가 사랑해 마지 않는 가족이면서 동시에 미칠듯이 떠나고프게 만드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길버트의 삶은 무미건조하다. 그는 보기드물게 착하고 성실한 청년이지만 그의 가슴 깊은 곳에는 세상, 가족에 대한 분노와 염증이 숨겨져 있다. 누나인 에이미는 길버트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길버트 너는 아빠랑 똑같아..... 나는 네가 아빠처럼 되는걸 원하지 않아." 길버트는 그런 사람이다. 길버트의 아빠가 그랬듯 평소에는 잔잔한 호수같지만 누군가가 돌을 던지면 금새 거친 파도에 뒤덮여 버리는 그런 사람.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길버트가 가여웠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 아들처럼 기특하고 대견했다. 마음속으로 길버트가 지긋지긋한 가족과 지루한 마을에서 멀리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를 응원하면서도 지금처럼 영원히 그레이프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두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중반부까지 길버트의 단순한 삶, 그리고 그 와중에 발생하는 몇가지 생각지 못한 사건들(온가족이 경찰서에 출동한 사건, 동창 랜스의 고향 방문, 신비스러운 여자아이 베키의 등장 등등)을 서술하면서 조금씩 그레이프 가족(특히 어머니)의 꿈과 희망인 언니의 18번째 생일 파티를 향해 달려간다. 어머니 보니 그레이프의 소원은 저능아인 아들 어니가 18세까지 사는 것.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겠다. 어니의 생일을 앞두고 길버트는 드디어 엔도라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가슴안에 응어리져있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순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어니를 때리고 욕실로 끌고가는 두 페이지는 내가  길버트가 된듯 눈물이 나오고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어니의 생일을 기점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조금씩 확인 하게 된 가족들은 어찌 보면 희망을 향해 한발짝 더 내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죽음. 그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길버트와 가족들. 결국은 어머니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걸 원치 않았던 길버트의 바람으로 그레이프 가족의 낡은 집은 어머니와 함께 불에 활활 타버린다. 그래. 길버트의 말대로 그의 어머니는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레이프 가족은 더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조용히 그들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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