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독특한 구조의 인도 작품이다. 퀴즈쇼에서 우승을 했는데 경찰에 잡혀가다니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하지만 가난하고 어린 웨이터인 고아 소년 람 무하마드 토머스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그는 경찰서에서 퀴즈쇼에서 모든 문제를 맞힌 것에 속임수가 있었음을 자백하라고 고문을 당한다. 이것은 십억 루피가 걸린 일이다. 우리 돈으로 230억 원쯤 되는 것 같다. 우와~ 그때 람도 모르는 젊은 여자 변호사가 들이닥쳐서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그에게서 어떻게 퀴즈를 맞히게 되었는지를 듣게 된다.

작품 형식은 한 문제 당 람이 살아온 짧은 인생 동안의 고난사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갓난아기 때 버려져서 성당에서 신부님 손에 컸지만 어떤 종교를 가진 아이인지도 모르는데 서양식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해서 힌두식 이름 람과 이슬람식 이름 무하마드 그리고 성이 토머스가 되었을 때부터 그의 인생은 고난을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성당에서 신부님께 영어도 배우고 잘 자랐는데 신부님의 뜻하지 않는 사고로 고아원으로 가게 되면서 살림이라는 친구이자 동생을 만나게 되지만 살림이 입양되는데 옵션으로 끼워가서 그곳이 아이들을 불구로 만들어 앵벌이를 시키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도망 나와 둘이 함께 살면서 가난한 아이들이 하는 고생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 작품은 단지 람의 인생 역전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다. 그가 겪는 일들을 보면서 한번쯤 람처럼 생각해볼 수 있다면 이 책의 대가는 퀴즈쇼 우승의 대가보다 더 값질지도 모른다.

366쪽에서 람은 부유한 대학생들에게 타지마할을 무면허 관광가이드하면서 그들이 돈을 함부로 쓰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원하면 뭐든지 돈으로 해결해 왔기 때문에 어떤 욕망도 느낄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가? 욕망 없는 삶이 지독히 가난한 삶보다 나은 것일까?  
   

 

Q : 당신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A : 겪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람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것이다. 마치 터키 작품 <생사불명 야샤르>의 인도판처럼 느껴진다. 터키에 야샤르가 있다면 인도에는 람이 있다. 아지즈 네신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작품을 안 읽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인도의 앞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도 카스트 제도 아래에 있지만 점점 나아질 거라는 것을 람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서 람처럼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사람들을 모두 보여주며 어디에나 모자란 부분은 있게 마련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러니 람의 가난은 우리네 속담처럼 ‘초년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것과 같다고.

풍자와 유머가 가득한 작품이다. 인도를 구석구석 돌아다니지 않아도 인도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주는 작품이다. 퀴즈는 언제나 사지선다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지선다형 문제를 다 맞히기 위해서는 살아봐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어떤 장소에서도. 그리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어린 람이 어린 나이에도 절대 버리지 않고 지켜온 성실함과 정의감과 누군가를 위해 흘려줄 수 있는 눈물을 배울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에도 언젠가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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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1-23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강력 지름이십니다.

물만두 2008-01-23 11:12   좋아요 1 | URL
흐흐흐 강력하면 지르시와요^^

2009-02-18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8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