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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간 거리
시미즈 다쓰오 지음, 정태원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하드보일드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이다.’라고 쓰여 있다.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표현한 점에서는 맞는데 감상에 빠지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반만 하드보일드라고 말해야 하나 싶은 작품이다.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베스트 1위에 선정된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그다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선생님과 제자의 러브스토리가 들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12년 전 제자와 결혼은 했지만 교사와 제자라는 사이의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사랑하는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학원을 운영하던 하타노는 행방불명된 제자를 찾으러 다시 떠났던 곳을 헤매게 되고 그 거리에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술집을 운영하는 전처를 만나게 된다.
소시민이었던 젊음 하나와 열정 하나만 있었던 사내가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마흔의 나이에 다시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노라고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저돌적으로 덤빈다. 그 사이사이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변화된 거리 풍경과 넘쳐나는 물질과 함께 스쳐 지나간다. 아직도 순진한 이 남자의 아슬아슬한 모습이 안 어울리게 보이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멋 내지 않은 투박한 맛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사건이 이렇게 쉽게 끝난다는 것이 사실 비현실적이지만 그럼 좀 어떤가. 이것도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로망의 한 조각일지 모르는데.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과 연애소설을 합친 듯한 작품이라는 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고 중년을 맞이한 남자가 다시 한 번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고 휘두르는 주먹에 우연히 걸려든 것이 많았다고 보여 진다. 그런데 마사코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직업의식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애증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 살았으니 망정이지 죽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자신이 사랑했는지, 사랑하는지 아무튼 하타노가 죽었으면 어쩔 생각이었는지 묻고 싶다. 마사코에게서 이야기가 틀어지는 점이 거슬렸다. 그것 말고는 읽을 만 한 ‘마흔을 앞둔 남성 독자들께 권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