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악취미들을 보다가 이 시를 알았다.
처음 꼭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하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상 사는 모든 이들의 살아감 자체가 근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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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9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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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2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이유'라...어떤 사람에게는 필요해요.
'살아가는 이유'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가치나 정체성에 늘 방황을 하게 되니까.^^

물만두 2007-10-30 10:27   좋아요 0 | URL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슬프답니다^^;;;

2007-10-30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3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