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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여자 오쿠다 히데오라는 선전에 넘어가서 읽게 되었다. 사실 요즘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 그다지 재미가 없다. 그러던 차에 여자 오쿠다 히데오라 불린다는 다이라 아즈코의 이 책을 보고 도대체 여자 오쿠다 히데오라고 불릴만한 이유가 뭘까가 궁금해졌다. 혹, 이라부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건 아닐까? 오오~ 그럼 기대된다. 이렇게 보게 된 것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말로 사람을 웃게 하기는 힘들다. 특히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를 써서 거기서 풍기는 유머와 웃음을 선사한다면 다른 문화에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 그것이 전달되기는 어렵다. 감동이나 슬픔, 사랑과 행복은 전달하기가 쉽다. 하지만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선사하는 웃음이 아닌 다음에는 말, 글이 전달하는 웃음은 어렵다. 이 작품을 보고 그런 점을 느꼈다. 일본 독자들이 보면 재미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일본이나 미국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가 웃기 힘들고 그들 또한 마찬가지이듯이 나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어디가 웃긴 건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는 슬랩스틱을 한 거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 서른, 유부남과 연애도 시들해진 작은 광고지 회사의 부편집장인 리오는 생일날 술을 마시고 신축 중인 건물에 올라갔다가 비계공 현장감독의 도움으로 내려오는 우스꽝스러운 일을 만든다. 그런데 그 비계공이 너무 멋있어 리오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건축 회사에 들어가고 만다. 역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우직한 단순함이려나 싶을 정도다.
바람 난 남편과 이혼하고 도산 위기에 처한 아버지 건설 회사의 사장이 된 사토코는 회사를 접을 생각이라 아버지 대부터 있던 노장 임원 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며 사원을 정리 해고하고 리오같은 풋내기를 현장감독으로 내보내는 무모함을 보인다. 딸의 말처럼 폭력적 단순함이 거의 무기 수준이다.
이런 단순한 두 여자가 모였다. 도대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버렸던 그 단순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닐까? 집은 마음을 담은 그릇이다. 사람살이가 고스란히 담긴 장소다. 추억이 있고 꿈이 있고 고생을 이겨낸 용기가 있는 곳이다. 작은 셋방에도 이런 것이 담겨 있었다. 하물며 지금 짓는 집은, 고층 건물은 이름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닌 더 큰 마음과 더 큰 꿈이 담긴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땀을 흘린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유머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에서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찾는 보람도 클 것이다. 우린 왜 예전의 모든 것을 버리려고만 할까? 그 안에 소중했던 것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거위도 꿈을 꾸는 세상이다. 가장 단순한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에 대해서만은 안전하고 행복한 모두가 꿈꿀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사실 웃었던 장면도 있었다. 마지막 은퇴하고 아들 부부와 살 집을 짓는 회사 임원의 공사를 시작하기 전의 모임에서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모두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데 꼭 이런 사람 있다를 증명하듯 아들이 썰렁하게 분위기 잡으며 나름 팝송을 부른다. 공감백배 순간이었다. 하지만 만담은 안 웃겼다는 거... 역시 공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웃음에 대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