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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한번쯤 친구들과 했던 진실게임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스무 살 때 처음 진실게임을 친구들과 했었다. 뭐,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고 장소도 밤을 세울만한 곳이 아닌 학교 휴게실이어서 비밀스러운 것은 없는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그때 누군가였는지, 나였는지가 했던 질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키스해봤어?’ 이 질문... 아, 그 나이에 미팅과 남자 친구와 당연히 키스를 생각했던 우리들이었기에 그 질문이 이십년 동안 남아 있었던 것이리라. 노스텔지어는 이렇게 별거 아닌 것도 책을 읽다 갑자기 찾아온다. 그래서 온다 리쿠를 노스텔지어의 마법사라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기숙사에 남은 네 명의 남학생들이 벌이는 진실 게임. 하나의 거짓말을 섞어 털어놓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그들이 가슴 속에 억누르고 있던 피나는 상처를 꿰매는 방법이었다. 누구도 이렇게 거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은 오사무, 미쓰히로의 상처 같은 커다란 상처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은 간지나 요시쿠니와 같은 일들을 대단히 커다랗게 생각할 것이다.
내게도 요시쿠니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들려준 유괴될 뻔한 사건이 있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간난 아기적 일이다. 할머니께서 등에 나를 업고 뒤에 엄마, 아버지가 예식장을 다녀오시던 길이었는데 어떤 여자가 갑자기 할머니 등에 업혀있던 나를 쑥 잡아 뽑았다는 것이다. 뒤에서 엄마가 소리를 질러서 미수에 끝나고 여자는 도망을 갔다는데 나는 기억에 없으니 트라우마도 없지만 좀 큰 아이들에게 요시쿠니의 경험은 작은 상처는 아닐지도 모른다.
간지의 부모의 이혼조정도 요즘은 흔한 일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다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로 아이를 맡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심지어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하지만 오사무와 미쓰히로의 상처는 크고 깊다. 오사무는 친구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그나마 치유가 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미쓰히로의 상처는 그가 극복한다고 해도 심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모두 어른들의 무책임함과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행동을 성토한다. 당연하다.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 어른은 그런 대상이 되기 쉽다. 그 나이 때 나 또한 그랬으니까.
화자가 되어버린 요시쿠니는 마라톤을 이야기한다. 마치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것을, 어차피 혼자 달리는 거라는 걸 은연중에 말하는 듯 보인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가 훗날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할까를 생각한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노스텔지어다. 분명 그들은 미래의 어느 날 내가 그렇고 우리가 그렇듯이 과거의 하루를 문득 생각하고 입에 올리게 될 테니까. 그때 작은 선술집에 마주 앉은 네 친구가 모두 썩 괜찮은 모습으로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며 각자 가는 길에 박수를 쳐주고 술 한 잔으로 건배할 수 있기를 책을 덮으며 바래본다.
네버랜드... 우리가 숨을 수 있는 과거, 그리고 현재와 미래... 끝나지 않은 네버 앤딩 스토리가 그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