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모으는 소녀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고를 때는 제목만 보고 추리소설이 아닐까 기대했었다. 가끔 나는 제목에 혹 하는 경향이 있다. 소녀가 뼈를 모은다는데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그림에서 볼 수 있지만 딱 고딕 소설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물론 고딕 소설다운 작품도 있다. 대부분은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 표지 맨 밑에 이런 문구가 있다. <그림형제의 동화적 상상력, 로알드 달 특유의 냉소, 에드어드 고리의 고딕풍 유머를 완벽하게 재현하다!> 동화적 상상력 있다. 냉소와 고딕풍 유머도 존재한다. 완벽한 재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형제나 로알드 달, 에드워드 고리 - 고리 작품은 하나도 안 읽어봐서 모르지만 - 와는 또 다른 작품들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지하실의 보트>같은 작품은 정년퇴직한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었다. 지하실의 보트가 노년, 죽음을 한참 남겨 놓고 무료하게 지내게 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냉정함을 돌아보게 한다. 그 많은 보트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이 작품은 사회적 냉소를 보여주는 작품이지 않나 싶다.

 

<레피닥터>는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비를 되살리는 의료 기구를 골동품점에서 사게 된 소년이 나비를 살려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과 그 마지막의 기묘함이 잘 어울렸다.

 

<피엇 자매>야말로 고딕소설 그 자체다. 이 작품의 기묘함은 읽어봐야만 한다. 물론 그렇다고 섬뜩한 건 아니다. 아니 섬뜩하지만 고딕소설이 다 그런데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나 할까...

 

<외계인 납치사건>은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작품이다. 동화 같은 이 작품은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대처할 교장 선생님이 단 한분이라도 우리나라에 있을지 참, 부러운 내용이었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강 건너기>는 로알드 달식의 유머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재미있다. 마지막에 가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장의사의 임기응변이란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뼈 모으는 소녀>는 표제작이지만 그다지 색다를 것은 없다. 단지 소녀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내면에 있으며 그것은 스스로 알아가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치유가 끝나면 다시 돌려놓을 거라는 것을 알려준다. 의미심장한 작품이라 만화로 다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둔자 구함>도 로알드 달식의 냉소가 들어있는 작품이다. 모두 가질 수는 없는 법이지.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열 작품 모두 나름 색다르고 좋았다. 내가 미쳐 그 뜻을 파악 못해 적을 수 없었던 단편도 있었고 단지 재미있는 작품, 생각할 작품, 약간 으스스한 작품 속에서 골고루 미식가처럼 여러 색깔의 작품을 맛봤다. 로알드 달과는 또 다른 좋은 작가의 작품을 만나 즐거웠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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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7-01-0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제작 외에도 많은 작품이 들어있군요. 속속들이 잘 파악을 해 주시니 책을 읽은 기분입니다. 이러다 읽은책이라고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런지... 쯧 ㅠ.ㅠ

물만두 2007-01-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이 아니라서 소개정도를 했습니다만 내용은 아니구요. 어떤 작품인지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moonnight 2007-01-0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스스한 분위기의 동화라니, 궁금해지네요.

물만두 2007-01-0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그다지 으스스하진 않은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