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Good Year"-Thom
"The Beautiful Occupation"-Travis
"The Star-Spangled Banner"-Hub Moore
"The Sound of My Life"-Thom
"Expensive Being Poor"-TV Smith
"This Is Not Berlin"-Thom
"Seven"-Mamasweed
"Stand Up"-Die Toten Hosen
"Looking For Water"-David Bowie
"The Priest"-Beangrowers
"The Land Of Plenty"-Leonard Cohen
"The Letters"-Leonard Cohen

미국의 공포, 세계의 공포와 전쟁에 대한 빔 벤더식 스타일의 비꼼이 영화안에 녹록히 녹아 있으며, 인류에게 공통된 숙제를 던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과 별로 동떨어져 있지 않은 그 영화에서 나는 평화의 적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조금 진부해졌다 싶은 소재 일색이긴 하지만 종내 나를 웃기게 만든다. 내가 봤던 빔 벤더스 영화 중 가장 웃겼다고. 그러나 빔 벤더스에 대한 나의 애정에는 약간, 아주 약간 회의를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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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신을 판단하는 것은 보통 남의 눈을 통해서라고 한다.
남의 시선 따위는 개나 주라지 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당히 소심한 나에게도 딱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는.
양껏 허풍을 떨어 나를 좋게 보거나,
가끔 자기비하에 휩싸여 나를 평소보다 하찮게 보더라도
남의 눈을 보며 평형을 유지하는 일이 썩 괜찮은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
그 이상을 넘어서 불쾌하다 못해 인생에 대한 회의까지 운운할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아주 열심히 살았다고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
착하다 소리 들으려고 적당히 힘도 줘가면서 말이다, 마음속이야 어쨌든.
이미지 관리도 제법 해왔다 싶은데, 뜬금없이 '술집 접대부'가 되어 있었다.
하하하.

저녁에 모처럼 친구들이랑 반가운 술 나눠가며 기분좋게 취해서 집에 들어오는데,
평소 귀찮게 굴어서 전화받고 싶지 않던 동창 녀석이 발신번호로 뜬다.
다섯에 넷은 전화를 씹은 전력이 있어서 술김에 전화를 받았다.
전활 받자 마자 대뜸
"너는 어째 공적인 일로 전화를 하는데도 안 받냐?!!!"라는 야단이 날아온다.
그 녀석이 말하는 그 공적인 일이란 바로 동창회 관련된 것을 말함이다.
전화로는 야박하게 굴지 못하는 내 신조 탓에 '언제 전화했었어?' 라며부드럽게 돌려친다.
그 공적인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동창회 참석 할거냐고 살기등등하게 묻는다.
그거야 문자로 보내면 내가 알아서 참석하지 그것 가지고 야단이냐고 했더니 날아오는 대답이
"시집 안 간 여자 동창은 너 혼자 뿐이잖아"라며 다다다다. 늬앙스가 어째 이상하다.
평소엔 홍일점이오니 자리를 빛내 주시오 비슷한 소리로 들렸겠지만
술김에 들으니 내게 있지도 않았던 페미니스트적인 기질이 마구 샘솟는 듯하다.
그래도 조금 참는다. 택시 안이거던. 공중장소다 공중장소. 공중장소..

짜증나서리 참석 한다고 대답을 했는데, 이 녀석이 전화는 끊지 않고 잔소리성 멘트가 늘어진다.
평소에 왜 전화를 안 받느냐, 문자를 보내면 왜 씹냐,
지금 어디서 누구랑 뭐 하는 중이냐,.. 끝도 없다.
이놈아 내가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평소에 이런 식이니깐 네 전화 받기 싫다고.
내가 네 애인도 아니고, 여자 친구도 아니고, 단지 동창일 뿐이잖아,
근데 실시간으로 내 근황을 얘기해 줘야될 이유는 또 뭐냐고 속으로 주절대면서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짧게 답했더니,
이 놈 하는 말이 더 가관인 것이다.

동창회 총무놈(자칭 친구) : "어라? 오늘은 일찍 마쳤네"
                      나 : "뭔 소리야?"
동창회 총무놈(자칭 친구) : "너 술집 나가지 않았냐? 어디 룸이라고"
                      나 : !?
동창회 총무놈(자칭 친구) : "투잡 한다고 회사 마치고 나간다며?"
                      나 : "야, 미쳤냐? 내가 언제 술집 나간다 그랬어?!"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택시기사가 돌아본다.
동창회 총무놈(자칭 친구) : "네가 전에 그랬잖아. 그래서 전화 잘 못받는다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기억을 돌려보니,
뭣 좀 배우러 학원을 다니는데, 일일이 뭐 배우는지 갈켜주기 싫어서
회사 마치고 어딜 좀 다닌다 했더니, 그 '어디'가 술집인 'ROOM'으로 바뀐 모양이다.
그 쪽 계통 종사자들에겐 정말 황송스럽게도 이 나이에, 이 외모로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공식이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자식, 여자 좀 밝히더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 술집 나가는 줄 알고 술 따르라고 동창회에 나오라고 그러냐면서
윽박지르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뒤로 분노와 우울이 교차해서 나를 덤빈다.
평소에 나를 어떻게 봤길래 그런 생각을 다 한것인지 도통 이해도 되지 않고,
그 자식한테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오해를 해도 이 정도면 숫제 중상모략이다.
입 가벼운 그 자식은 다른 동창 녀석들에게도 어떻게 주절 거렸을지 눈에 보이는 듯도 했다.

분해서 밤새도록 뒤척 거리다 새벽녘에는 그 자식이 불쌍해졌다.
초등학교 친구는 어른이 된 지금도 만나기만 하면
순진했던 그 시절로 아무 댓가 없이 돌려주는 좋은 촉매제였다.
특히나 그 동창회 총무를 떠올리면 (최근 말고 예전엔)
걔네 집 마당에 가득 핀 맑디 맑은 산수화 열매들이며,
골방에서 들었던 턴테이블 레코드에서 나오던 예쁜 음악들이었는데,
어쩌다가 인간이 그렇게 변했는지.
그렇게도 내가 되기 싫어하던 그런 뻔한 인간 부류가 되었는지 말이다.

이렇게 흥분하는 나도 보면 참 어이없다.
나름대로 나도 잘 살아왔다고 하지만
동창녀석에게 그런 오해나 받을 정도면 나도 별반 다름없는 그런 어른일테니까.

* 진짜 억울하긴 했나보네, 일기장에다 그 놈 욕을 후려갈기면 될 일을
  그동안 게을렀던 여기까지 뛰어와서 끄적거리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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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 샤갈 전
2004년 11월 13일(토) ~ 2005년 01월 16일(일)
부산시립미술관.7 주제 전시
연인-COUPLE & LOVERS
상상-IMAGINATION
파리-PARIS
지중해의 세계-MEDITERRANEAN WORLD
서커스-CIRCUS
오딧세이-ODYSSEY BY HOMER & ETC
성경-BIBLE

무슨 일일까, 달리 전시회에 이어 보게 된 것은 바로 마르크 샤갈의 전시회.
달리가 알렝보스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무능한 화가로 꼽았던 바로 그 마르크 샤갈의 전시회가 바로 이웃한 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샤갈보다
달리의 그림에 더 끌리지만, 이번 전시회만 놓고 본다면 단연코 샤갈의 전시회가 훨씬 만족도가 컸다. 화보집이나 책에서 조그만 토막으로 봐오던 사진이 전부가 아닌 실제의 그림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황홀한 일이었다.

사람들도 많고, 시간도 부족해서(반나절로은 너무 짧다) 푹 빠져서 못 본 것과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들 중 대작이나 유명한 그림은 몇점 안되었다. 특히나 가장 유명한 샤갈의 [도시 위에서]는 복사본 이어서 한숨을 절로 자아내게 했고, 그나마 러시아와 파리 시기의 매력적인 그림들은 단 몇점 뿐이었고 120여점 가운데 대부분이 말년의 그림이거나 삽화의 석판화본들과 성서의 에칭, 말년의 유채로 작없한 성서연작 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수탉]이나 [비테프스크 위의 누드], 이디시 실내극장의 벽화4점을 본 것만 해도 해외의 미술관들을 돌지 않는 이상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닥치고 보니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전시실은 4개로 나뉘어져, 연인-COUPLE & LOVERS과 상상-IMAGINATION, 파리-PARIS와 지중해의 세계-MEDITERRANEAN WORLD, 서커스-CIRCUS와 오딧세이, 성경-BIBLE으로 굵직하게 나눠 놨다.

아쉬우나마 [도시 위에서]의 사본에서 살작쿵 일기 시작한 행복의 기운은
[꽃], [가족], [파리 위의 신부], [파란 풍경속의 신부], [파란 얼굴의 약혼녀],[생폴 위의 부부]들을 살펴 가는중에 아지랑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는데, 후기의 작품들에선 밝은 색조가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검은 마을], [파란 추시계], [초록색 밤], [땅거미 질 무렵], [추시계와 자화상
], [비테프스크 위의 누드], [흐린 햇빛마을], [수탉]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비테프스크와 자신감 혹은 자존심, 종교에 대한 끝없는 구애에 도취되었으며,






[바스타위], [베르시 부두], [노트르담의 유령], [굿모닝 파리], [연보라색 누드]를 포함한 샤갈의 대부분의 유화들에서 내가 새삼 발견한 탄성은 환상적인 색조의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었다. 고흐가 의사를 그린 노랑과 녹색의 보색 그림이 닭장 구멍을 막을 정도로 보색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당대의 사람들을 경악시켰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샤갈은 위험한 시도를 하지 않고도 많은 보색들이 우리 눈안에 편안하게 인도된다. 샤갈의 붓끝을 통해, 보라색 누드, 노란 달, 빨간 얼굴과 초록색의 말얼굴, 그외도 많은 현란한 색을 버무려 놓았는데도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니 내 짧은 생각에도 색의 경계를 없앤 마르크 샤갈이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하물며 각각의 색이 전하는 그 맑으면서 아렷한 감동은 더 말해서 뭣하나. 아니, 샤갈의 색채에 대해서 깐죽깐죽 더 멘트를 달지 않는 것은 내가 아직 색깔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티스나 피카소 관련 책들은 즐겨 읽고 있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교양의 수준'이지 색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저 샤갈의 색이 내 눈에  인상을 남기는 그 찰나에
아직은 감동하는 것이 내겐 더 편하기도 하고.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국립 이디시 실내 극장의 벽화로 발굴.복원된 4점의 벽화패널은 한동안 나를 그 자리에 벌 세워 놓기도 했다.
광대의 모습과 이디시 관용구들이 연상되는 [연극], 중매 아줌마의 춤사위에서부터 레이스 스타킹의 정밀한 묘사에 침을 흘리며, '거꾸로 서있는 남자'를 발견한 [무용], 바짓자락이나 회당 지붕등에 말레비치를 비웃는 추상의 검은 조각들을 보며 키득 거리고, 바이올린 악사의 비딱한 웃는 표정에선 샤갈의 인간적인 면모에 너무나 재밌어했다. 특히 '똥 누는 남자'까지 확실히 마무리시켜 준 [음악]이었다.유대 필경사의 모습이나 나무, 다리 등의 세밀묘사와 유대인의 수건들 묘사가 혁명에 대한 샤갈의 낙관적 자세를 풍기고 있는 [문학]까지 너댓번은 왕래하면서 봤었는데, 패널의 벗겨진 허연 뭉퉁이마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감탄스럽고 경이로운 작품들이었다 싶다.

『오딧세이아』(호메로스)를 위한 삽화는 83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시지프스],[오딧세우스와 페넬로페],[향연],[에콜레성],[아테나여신에게 바치는 제물],[기우페이레스],[나우시카앞에 모습을 드러낸 오디세우스],[키르케],[오딧세우스의 침대],[폴리페모스], [참새와 비둘기][테오클라메노스]등을 내 눈에 박아 넣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역시 이 작품들에서도 샤갈 특유의 유대적 정서와 행복한 판타지가 주조를 이룬다. 『오딧세이아』의 삽화들은 대부분 석판화였는데, 벨라의 책에 실렸던 것들이나 『마인 레벤』의 범상치 않은 에칭 삽화들도 보고 싶었는데, 흐음 이건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마르크 샤갈이야말로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니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서커스를 위한 대형 스케치]에선 유대 악단의 흥겨운 모습, 파란얼굴, 거꾸로 서있는 남자,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보니 대단하긴 한데 툴루즈 로트렉의
회화 사진들에서 봤던 비감어린 얼굴들이 샤갈의 그림에선 없었다.
그러나 정말 즐거운 얼굴들을 한 바이올린 연주자와 광대, 수탉, 염소들이 등장하는 [서커스에서], [하얀 여곡마사와 광대], [서커스의 영혼], [광대연주가], 군중들의 모습은 생략적으로 그려진 데 비해 염소와 꽃다발등이 유독 강조된 [퍼레이드]를 보며, 말 그대로 즐기면서 다음 그림들로 넘어갔다.
석판화인 [수탉의 날개]에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연상해 본 [마술적 비상], 붉은 강과 누운 두드, 꽃다발에서 행복을 만끽한 [노트르담의 풍경]과 [오페라 하늘 안에서], [황혼 속의 부부], [센느 강변], [환희]등에선 과연 색채의 마술사다 싶을 정도로 유화 뿐만 아니라 다색 석판화까지 영역을 넗힌 그의 손과 열정에 시샘을 내고 말았다. 그 외에도 [밤의 아틀리에], [검은 바탕위의 화가]는 노년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로잡았던 석판화의 세계에 자못 도취되기도 하고.
당대 최고의 인쇄 출판 업자와 공동으로 작업한 일련한 석판화집 들에서도 그런 감탄은 내내 이어졌는데,
[포로스 섬],[인어공주와 나무], [니스 하늘의 약혼녀], [일몰], [장미와 마술사], [꽃다발을 든 여인], [부부와 물고기], [검은 바탕위의 화가], [인어공주와 물고기], [니스의
빅트와르 거리], [인어공주와 시인], [장미 꽃속의 천사의 만], [니스의 꽃 축제]들이 바로 그런 감탄을 자아낸 작품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무리는 역시 성서에 관련된 석판화와, 애칭, 유채 들이었다. 이상한 대조를 보였지만, 샤갈의 의도가 싶게 눈에 들어오는 [야곱과 천사의 힘 겨루기]와 다윗왕의 얘기가 재밌게 표현된 [파란색 다윗왕], [다윗왕의 노래], [다윗의 시편]들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또한 구약을 충실히 반영한 유채들에선 [인간 창조],[아가, 솔로몬의 노래I], 결혼의 이미지로 바뀐[아가, 솔로몬의 노래I],[아가, 솔로몬의 노래II],[바위위에 새김], [노아와 무지개] 등 샤갈 특유의 등장요소들이 변함없이 어우러졌다.  또한 구설수도 많게 신약의 이미지들을 구약에 함께 표현했던 [강변에서의부활],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야곱의 꿈]에서는 화가의 고집과 그 다운 종교관에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회를 둘러 보고 나서 나오는 길에 욕심이 솟구친 까닭에
'폐관시간 몇분전입니다'라는 직원의 독촉을 등 뒤로 흘려 들으며 또 한 바퀴 돌았는데, 그래도 물컵의 물을 다 못 마신듯 아쉬웠다. 전시된 작품들 외에도 큐레이터를 따라다니는 갤러리들도 진기한 볼거리였다. 일요일이라서 그랬는지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이 많았고, 작품 설명의 토씨 하나 놓칠까봐 아이들의 손목을 우겨잡고 달음박질 치는 부모들의 모습이 재밌기도 했다. 오죽하면 뚫어져라 쳐다 보는 군중의 시선이 무서웠는지 그 큐레이터는 웃으면서 제발 자기 얼굴말고 작품을 좀 봐 달라고 했는데, 나는 그 큐레이터가 더 재밌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달리전에서도 마찬가지 였지만 사걀의 전시회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종교와 관련된 작품들이다. 내가 지금껏 다녀 본 대가의 몇몇 전시회들은 대부분 끼워 팔기처럼 꼭 성물이나 성화, 성경이니 하는 작품들이 꼭 채워져 있었다. 사실 그런 종교적인 작품들도 작가의 작품임을 부정할 순 없고, 흥행의 여지도 고려되야 하겠지만 가끔은 말이다, 가끔은 오로지 비종교적인 작품들로 구성되거나 아예 반종교적인 작품들로만 맞춰진 그런 전시회에 가보고 싶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헨리 다거의 전시회라던가, 사람들 반응이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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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초현실주의의거장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특별 순회전
석판화OR에칭316점, 조각33점, 가구.패션22점, 사진 24점 등 400여점.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 FASION & FURNITURE-
-꿈과 환상 DREAM & FANTASY-
-관능성과 여성성 SENSUALITY & FEMINITY
-종교와 신화 RELIGION & MYTHOLOGY
-인터렉티브 환상여행 JOURNEY TO FANTASY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가 국내작가에 의해  대형 스치로폴 전화기 티켓 부스로 변해 있었는데, 실제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았다. 그 옆 로비의 플라스틱 의자 옆에는 아주 익숙한 [매 웨스트의 입술 소파] (빨간색)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출입구 바로 옆에는 피게라스의 매 웨스트의 방에 있는 그 [타액 소파]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재현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점이 많다. 하늘거리는 검은 휘장은 머리카락 모양으로 보이기엔 늘어진 모양이 찢어진 하우스의 비닐이나 햇빛 가리개인냥 너무 우스꽝스러웠고, 콧구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빨간 풍선 비닐 쇼파는 좋았지만, 매 웨스트의 눈빛을 연상시켜야하는 두 개의 액자가 실패였다. 태극기가 들어간 것은 나름대로 한국 전시전을 연상케 하지만, 전체적으로 눈의 역할을 하기엔 임팩트가 너무 강한 것 같았다. 더구나 얼굴윤곽을 대변하는 마룻 바닥위에 입술 쇼파가 있지 않고 내려 와 있어서 이 설치물을 보고 사람의 얼굴 모양을 기대하기란 너무 억지 아닌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달리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그게 어딘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입성...

했으나 벡스코 전시장에 좌악하니 버티고 선 회색빛의 칸막이들이 너무 황량하게 눈을 찔러 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마네킹에 죽은 사람 옷 마냥 걸쳐져 있는 옷 무더기 들이었다. 홈페이지에서 본 전시전들은 그럴듯 해보였는데, 마네킹이 달리의 영감을 받은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의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벡스코의 그 황량한 바닥위에 친근스럽지 않은 보라색 천 위에 줄줄이 설치된 덕분으로 그걸 보고 달리에 가까이 가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거기다 그 조악한 조명은 시골 양장점의 초라한 쇼 윈도우 보다도 위력이 없었다.

가구 패션
PAUL SMITH의 검은 정장과, 매 웨스트 입술소파를 재해석한 정인의 퀼트 소파와 서랍달린 퀼트 드레스,  OSCHINO의 긴 수염을 늘여뜨린 남자가 있는 흰옷,  SONIA RIKIEL 긴 서랍이 달린 호피무늬의 여자 옷이 디자인된 니트,  PACO RABAN의 매 웨스트의 입술을 칼라로 얹은 원피스가 전시되고 있었다.
[달리와 갈라가 마주보는 소파;VIS-A-VIS DALI DE CALA]외에도 목발들이 직렬로 엉켜진 [폴레타스 램프], 손으로 감고 있는 의자나 예의 목발이 들어가 있는 의자들을 구경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나 [최음적인 야외복 상의]는 없었다.

브론즈
[늘어진 시계], [기억의 영속], [시간의 숭고], [시간의 단면], [시간 안장을 찬 말]에서는 '달리'를 읊조리면 본능적으로 물컹거리는 시계로 변하고, 곧 초침과 분침이 아닌 '나'의 단위로 변하는 날숨이 흘러내라고 있다.
마주 붙은 등과 날개가 떨쳐지지 않았던 [릴리스]로 악녀의 슬픔이 묻어 나는 듯 했고, 화염의 날개와 유혹적인 혀를 가진 용이 등장하는 [성 게오르기우스와 용], 전갈과 개미 서랍들의 미궁인 [미노타우루스], 신의 손과 올리브가지 앞에 신인류와 천사가 병렬해 있는 [천사의 환영], [달팽이와 천사], 성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는 오벨리스크를 지고 걸어가는 [우주 코끼리]들에서는 달리가 죽어도 여전히 그 신화의 기운을 자아내고 있다.
[비온 후의 격세유전의 흔적, 오른쪽 구멍], [비온 후의 격세유전의 흔적, 왼쪽 구멍], [음양]의 소형물들도 크기에 못지 않은 위용을 말하고 있었으며, 코뿔소의 뿔을 같은 얼굴에서 발견한 [나폴레옹 데드 마스크], 달리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를 들고 서 있는 뒤틀린 남자 [뉴튼에게 경의를 표함],  그리고 뜬금없이 섹스폰, 숟가락을 쏟아내는 [환각을 유발하는 기마 투우사]와 마주친다.

[서랍달린 비너스], 무수한 서랍과 두 목발을 가진 [타오르는 여인],  남성적인 근육을 뽐내며 뒷머리채를 늘여뜨린 [의인화된 선반],  의인화된 선반과 시계, 치즈덩이의 혼합으로 구성된 [서랍의 전조], [서랍이 달린 밀로의 비너스],  기린의 긴 목 만큼이나 긴 서랍을 달고 있는 [기린 여인],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서랍을 내서 인체가 기괴하게 밀려진 [긴 서랍들이 관통된 밀로의 비너스]등에서는 비밀스런 성적 은유가 가득한 초현실적인 여신의 자태를 뽐냈다. 달리는 인간의 무의식과 잠재된 내면을 담을 수 있게 서랍을 모두 비워 놓았다.
달리의 강박관념들이 기어다니는 [우주 비너스], 유니콘 머리의 형상으로 이뤄져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무언가를 받치고 있는 목발이 있는 [유선형의 히스테릭한 여성누드]를 보며 왠지 조급해져 버린다.
처녀성 상실을 표현한 거대한 조형물 [유니콘], 타이어에 결박당한 [미쉐린의 노예], 성게인지 장미인지 알 수 없는 머리를 가진 사이보그 같은 여인의 두 발은 y자의 목발 위에 위태롭게 서 있고, 팔 마저 아크릴 목발에 지탱되어진 채 누군가의 손아귀에 팔을 잡힌 [장미 머리의 여인]을 보며 달리의 여성에 대한 예찬 보다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씁쓸한 자괴감만을 맛보며 다른 전시물들을 눈으로 훓어 갔다.



에칭, 목판, 드라이 포인트 혹은 석판, 실크 스크린, 수채 등
그로테스크적이면서도 뒤틀린 아름다운 동화가 연상되는 [바바우], [기이한 풍경화]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다. [사랑의 기술] - 오비우스의 [시랑의 기술]의 연작들을 훓어 지나서, [라퐁텐의 우화], [왕이여 바빌론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지상낙원], [모세와 유일신앙]를 보았다.
천체가 마차 바퀴로 화한 [행운의 전차]옆을 지나면, 대형 아르카나가 눈에 들어온다.[성배의 네번째 아르카나], [금화의 에이스 아르카나], [검의 에이스 아르카나], [검의 네번째 아르카나], [금화의 아홉번째 아르카나], [검의 여섯번째  아르카나], [금화의 네번째 아르카나], [검의 기사 아르카나], [성배의 기사 아르카나]들에서는  나폴레옹이나 루이 14세등의 사진과 삽화들의 꼴라쥬를 만날 수 있다.


[성경]의 판본 I ~ V에서는 탄생, 구원, 수난, 부활 등을 연작으로 해서 모태신앙을 주체적으로 해석되어 있는 많은 삽화들로 눈요기를 톡톡히 한다. 최근 탄생100주년기념전을 둘러싸고 성경의 판본 전시에 대해 법정공방 까지 있었다. 어쨋거나 달리는 죽었어도 '달리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재밌다. 아마 달리만의 사후세계에서 달리는 이런 걸 보며 재밌어할 것 같다. 아니면 '고것 봐라'그럴지도.
라블레가 묘사한  내용을 매력적으로 옮긴 삽화 [팡타그뤼엘의 우스꽝스러운 노래] 24점에서는 여체를 밟고 서 있는 남성화된 수탉과 나비, 가재와 붕대로 싸인 발, 사람의 가슴위에 서있는 복면인, 얼굴위의 목발과 남근의 정기를 쓴 노파 등등을 표현하고 있어 꽤 만족스러웠다.


 이윽고 당도한 곳은 [신곡] 지옥편 34점, 연옥편 3점, 천당편 33점으로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작품들인데, 개인적으로 [성경]보다는 취향에 맞기도 하고 꽤 즐거운 삽화였다. 꽤 오랜 시간을 꼼꼼히 즐겼는데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사실 달리 전시회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유화작품 들이었는데도, 유화는 한 점도 전시되지 않아 섭섭했기 때문에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고 그랬는지도.

출구로 나가는 길목에는 달리의 생전 사진들과 어록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전에는 잠깐의 여흥과 환기가 가능한 코너가 있었다. [인터렉티브 환상여행 JOURNEY TO FANTASY]이라는 제목으로 이한수가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시각으로 달리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3D, 애니메이션, 빔 프로젝터, 레이저 등이 사용된 인터렉티브 영상설치 작품을 즐겼다.  달리의 영상작품들이 화면 앞으로 계속 쏟아져 나오는 장면과 연꽃의 병렬, 부처들의 조합이 근사했던 애니메이션과 음악은 좋았지만, 관객의 얼굴이 변형되어 화면에 투시한다고 선전한 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어 보였다.

커피 숍 코너에서 적당한 끼니로 고른 머핀과 커피를 마시며 달리와 루이스 브뉘엘의 합작 <<안달루시안의 개>>를 보았다. 마침 전시장에서는 몽환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욕망의 수수께끼-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기억의 끈덕짐],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잠에서 깨기 1초전, 석류 주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의 이미지를 혼합한 슬라이드를 쏘고 있었는데, 거기에 홀딱 빠진 아이들이 영화 상영 코너에 대거 몰려와 있었다. 그 슬라이드의 위력이란 한 꼬마가 그만 가자는 부모의 채근에 바닥에 퍼질러 앉아 울어버릴 정도였다.


익히 소문을 들은 충격적인 영화를 앞두고, 나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고 있었다. 아니, 얘네들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무얼 보게 될지 알기나 아는 걸까? 애들은 스크린 앞에 잔뜩 몰려 있는데 부모들은 흑백의 무성영화엔 관심도 없는 것인지, 화장실엘 갔는지, 아니면 달리의 작품에 빠져 아직도 전시장을 헤메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면도칼을 갖다 대고 눈동자를 좌악~ 베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피아노위에 올려진 당나귀의 시체와 배설물, 끌려 다니는 난쟁이 사제, 멜론, 거인, 신경질적인 여자들이 등장하고, 털 무더기로 바뀌는 립스틱 바른 입술, 여자의 털 없는 겨드랑이와 성게, 손아귀에 들끓는 개미들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충격의 여파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영화가 처음 상영되었던 당시라면 모를까, 현대에서는 그 보다 더한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만연해있기에 무뎌진 이유도 있겠지만, 경악하거나 아이의 눈을 가리려고 법석을 떠는 어른들이 아무도,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 꼬맹이들 집에 가서 잠은 잘 잘 수 있으려나......

꼬맹이들 얘기가 나왔기에 말인데, 우리나라 부모님의 교육열은 진짜 대단하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와서 같이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은 좋지만, 작품 소개를  토씨 하나 안 빠트리고 읽도록 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품은 보지 않고 작품 소개만 보고 초현실주의니 데페이즈망이니 관능성과 환각 운운하며 아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뇌까리며 정답인양 가르쳐 주는 어머니도 있었다.
한번은 실제사진과 같은 사진을 이용하여 덧칠과 꼴라쥬를 이용한 합성 그림 앞에 있을 때다. 어머니는 잘 보라고 윽박 지르자, 아이가 감상을 얘기한다.  '엄마, 이 그림은 사진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 거야'라고 알아챈 듯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자, 어머니는 무슨 소리냐면서 '달리'라는 사람은 화간데, 실물하고 똑같이 직접 그림을 그린 거라고 제대로 좀 보라고 아예 야단을 친다. 그리고는 달리의 사인들을 작품 마다 집어내며, '이게, 달리의 사인이야, 잘 외워 둬'라고 한다.
달리가 백지 사인을 남발한 까닭에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작품이 많은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아니 몰라도 그렇지, 달리의 사인 자체가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그게 뭐라고. 도대체 아일 데리고 무얼 하자는 것인지. 아이 보다도 작품을 감상할 줄 모르는 부모였다. 혹시나 미술책에 실린 설명 그대로 작품을 볼 줄 모르면 좀 어떠한가. 눈 감고 작품을 보는 것도 아닌데,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어른은 어른 나름대로, 남은 남대로, 나는 나대로 느끼는 무언가를 쫓으면 되는거 아닌가?
아무튼 공부, 공부, 공부가 문제다. 즐기면 안되나? [달리에게 쓰는 편지]코너에 '아저씨, 콧수염이 정말 짱이야', '우주 코끼리 캡', '아줌마 왜 홀딱 벗었어여?', '달리 할아버지, 이해가 안돼요' 라고 적었던 관락객들의 멘트도 귀엽게 봐주면서 말이다.

전시전 근처에 파는 상품들은 왜 그렇게 탐이 나는지. 특히나 달리의 작품에서 이미지를 빌어 온 각종 시계나 타이, 포스터, 머그, 노트 들에서 한동안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달리 외에도 유명화가들의 도록을 팔고 있었는데, 그 중 바스키아와 에곤실레 화보를 발견! 충동구매의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더니 눈치 빠른 샵 매니저가 최근 갱신 발간된 경매물품 도록을 보여줬다. 2만냥이라는 유혹적인 금액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이 몇 안되어서^^; 특히 최근 작품들은 볼 줄 아는 눈이 없어서인데, 왠지 봉을 놓친 듯 유감스러워하던 얼굴을 떠올리면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특별 순회전으로 꽤 규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의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란 참으로 불가능하다. 달리 자신은 그닥 그림을 평가하지 않았지만, 나는 달리의 작품들 중에서는 유화 작품들이 유독 좋기 때문이다. 유화 작품은 단 1점도 없다는 것은 전시회의 미숙한 구성, 조악한 설치, 성경 위주의 볼거리 전 등 많은 단점들을 가장 우선하는 결점이기 때문이다. 달리의 작품을 이 정도로나마 본것에 만족감을 표해야 하는 개인적인 환경에 조금 우울해지긴 했지만 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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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torcycle Diaries - O.S.T.
Various Artists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길을 나설 때 제일 처음으로 하는 것은 음악을 챙기는 일이다.
도로 위에서, 차 안에서 배경음악만 깔면 내가 처한 사정이 어떤 것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로드 무비' 속으로 성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언제나 (The River), (The Sea), (Offlamp), (Trables)가 예정된 수순으로 붙고, 기분에 따라서는 (Buena Vista Social Club)이나 (Muholland Dr), )Cowboy Bebop)들이 곁들여진다. 여기에 새로운 음반 하나가 당연스레 치고 올라왔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OST (THE MOTORCYCLE DIARIES)다. 아마 한 동안은 이 음반이 나를 '여행중'으로 몰고 다닐 것이다.

들릴듯 말듯 하면서 조금씩 들리던 기타 소리가 튕겨 오르면 이내 가슴을 달뜨게 하는 드럼이 묻혀들고, 긴장감 있는 현악 연주가 가세하면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즈의 시동을 거는 첫곡 "APERTURA", 두번째 곡은 추운 호수에 입김 처럼 번져 나가던 아릿한 여운인듯 "LAGO FRIAS"는 느린 선율로 번져온다. 푸셰의 연인 치치나의 이름이 붙은 세 번째곡은 두 연인이 이별할 때의 노래다. 재회를 약속하지만 그 끝을 예고하는 "CHCHINA, LEAVING MIRAMAR".
갑작스레 ESTHER ZAMORA와 POLITO가 함께하는 곳은 "CHIPI CHIPI". 오토바이 정비공의 아내를 본의 아니게 꼬시려다 낭패를 당하는 칠레의 산간 마을에서 열렸던 그 파티장. 알베르토와 사람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웃긴 제스츄어를 하는 장면이 눈에 떠올라 순간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흥겨운 곡.

흥분을 추스리고 나면 추키까마타 광산의 황량함과 비애가 "MONTARIA"에 잠시 묻혀 든다. 터벅 터벅 걷는 걸음에 바람이라도 실린듯 다가오는 서정적인 "SENDERO"는 듣는이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PROCESION"는 잠시 늦추어진 여행에 긴장을 더하는가 싶더니 "JARDIN"이 다시 서정적이고 낭랑한 어쿠스틱 선율로 두 사람의 등을 쓰다듬는다.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과 털컥거리는 포데로사에 탄 두 남자의 모험을 격려하던 기타소리는 첫곡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확장되어 있다. 사막의 바람을 재촉하듯 힘있게 끊어 치던 기타에 섞여들며 몰아치는 플라멩고 리듬이 어디를 향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아, 어디서 휘파람 소리도 들린다. "LA PARTIDA"를 듣다 보면 무작정 떠나고 싶다.

그러나 "LA MUERTE DE LA PODEROSA"는 예정된 오토바이의 죽음임에도 눈시울을 붉히던 알베르토와 푸셰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킨다. 이를 위로라도 하는듯 여행의 낭만이 넘실거리는 "LIMA"에 도착하지만, 그곳엔 너무나 아픈 얼굴들이 있다. 쿠스코에서의 아낙네들의 얼굴, 어린 안내인, 산빠블로에서 나환자들, 주름 깊이 패인곳에 절망이 들어찬 얼굴의 인디오들. 그 외에도 지금껏 만났던 광부들, 산자락의 노인, 길위에서 만났든 부부들의 모습들이 스틸 컷으로 등장하며 아프게 찔러오는 "LA SALIDA DE LIMA".

"ZAMBITA"가 친근한 음색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나면 다시 파티장이다. 이번엔 산 빠블로의 병원에서 보내는 송별파티."QUE RICO EL MAMBO" 탱곤진 맘본지 구분도 못하는 푸셰지만 다 같이 추는 맘보는 즐거움을 느끼기엔 그만이다.
여흥은 언제나 잠시고, 길 위에서의 시간은 여전하다. 그리고 두 사람에겐 즐거움 보다 더 강한 무엇이 자리 잡는다. "CIRCULO EN EL RIO"와 "AMAZONAS"다시금 무거운 돌을 얹어놓지만, "CABALGANDO"는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리듬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용기를 들려준다.

편안한 숙소에서 책을 읽는 사이, 건너편에는 나환자들만의 섬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엔 커다란 강이 있다. "LEYENDO EN EL HOSPITAL" 환기의 "EL CRUCE", 타악기가 두드림으로 시작된 심상치 않은 연주의 어울림은 긴장을 일깨워 놓는다. 고요한 바다의 일렁임 위에 뗏목을 떼고 멀어져가노라면, 추억으로 변하지 못하고 가슴에 남아버린 체 게바라의 앙금을 함께 느끼기에 충분한 "PARTIDA DEL LEPROSARIO"는, "DE USUAHIA A LA QUIACA"를 지나오는 동안에 뜨거운 혁명REVOLUCION CALIENTE"의 씨앗을 충분히 뿌린다. 남미의 정서를 특유의 영화 스코어로 뽑아낸 GUSTAVO SANTAOLLA의 음악, 또 함께 삽입된 음악들은 영화의 정서를 잘 살려 냈을 뿐만 아니라, 체 게바라와 라틴 아메리카로 이르도록 돕는다. 마지막의 "AL OTRO LADO DEL RIO"는 JORBE DREXLER의 노래로, 뭉클했던 여행을 되돌이켜보게 하고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다시 Repeat...

내가 만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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